현장속으로 _ 장애성인 평생교육 및 수화언어 권리보장

헌법에 따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됐다. 그러나 장애인에게는 교육권 확보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특히 장애성인과 농교육의 경우 특수교육 중에서도 많이 소외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장애성인과 농교육 환경 개선 촉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지난 9월 26일 광화문 정부청사 정문 앞에서 장애성인 평생교육과 수화언어 권리보장을 위한 교육부 요구안 전달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이번 기자회견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수화언어 권리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수화언어권공대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주최했다.
이들은 “장애성인의 교육권이 보장되고 있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교육권 확보를 위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4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요구안의 내용은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에 대한 지원 계획과 운영 가이드라인 수립 ▲학교형태의 장애인평생교육시설 재학생을 특수교육관련서비스 대상으로 포함 ▲성인 장애인교육지원을 위한 교육부와의 정례 협의회 실시 ▲성인 장애인야학 시설 현대화 사업 실시 등을 담고 있다.
또한 장애성인의 평생 교육과 마찬가지로 소외받고 있는 농교육 환경 개선 촉구의 목소리도 높았다.
수화언어권공대위 측은 농교육·수화교육 관련 요구사항으로 ▲지난 5월 면담 추진 이후 교육부의 농교육 환경개선 진행사항 공개 요청 ▲일반 학교에 수화교육을 도입 ▲청각장애아동 조기 수화교육 ▲특수교사의 수화통역사 자격취득 및 일반학교 수화교사 양성 등을 요구했다.
하금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사무국장은 “청각장애인에게는 수화가 언어”라며 “권리로서 이를 보장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사무국장은 “장애인 교육권을 위해 기자회견 이후에도 1인 시위와 다양한 투쟁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성인교육’
지난 2011년 조사된 보건사회연구원의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교를 다니지 않은 장애인은 전체 장애인의 43.4%에 달한다. 같은 해 교육부가 조사한 초등학교에서 중학교로의 진학률이 99%에 달한 것에 비교하면 장애인의 교육권이 열악하다는 것으로 해석 가능하다.
박명애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상임이사는 “(장애인)교육이 방치되고 있다”며 “이동권 문제나 시설 문제 등 사회적 환경 때문에 비롯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박 상임이사는 “나는 47세에 처음 초등학교에 갔는데, 그동안 놀고 싶어서 혹은 학교를 안가고 싶어서 안간 것이 아니라 못간 것이다. 성인이 된 후 우리의 권리를 얘기하니 성인이 된 장애인의 교육은 국가에서 책임지기 힘들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야학을 13년 째 다니고 있지만 그동안 장애성인 교육에 대해서 ‘계속 고민 중이다’, ‘기다려 달라’는 답변만 들린다. 이번에야말로 우리의 권리를 찾아야한다”고 발언했다.
박명애 상임이사는 장애성인 교육 환경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그는 “장애성인 교육은 여러 가지 여건이 열악하다”며 “주로 봉사자 선생님이 수업을 진행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자주 바뀌는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이어 “교육다운 교육, 교육환경 개선, 지속적으로 수업할 선생님을 원한다”고 요구했다.
이민선 의정부채움누리야학학교 교장 역시 장애성인 교육권 확보를 촉구했다.
이민선 교장은 “장애인들은 교육을 통해 자신의 존엄성을 느낀다”며 “그러나 이 나라에서 장애인은 교육의 소외자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장은 장애인 야학의 열악한 환경도 설명했다.
그는 “의정부채움누리야학학교의 상황 역시 열악하다”며 “교실 하나에서 초등, 중등, 고등 과정 및 특강까지 진행된다”고 전했다.
이민선 교장은 “과거 세종대왕도 못 배우는 백성들을 위해 한글을 만들었는데, 하물며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이 장애인을 배움에서 제외하고 소외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 높였다. 또 “항상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는데, 예산 중 잘못 쓰이는 예산을 막아 소외된 장애인이 배울 수 있도록 예산 투입을 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수화도 언어다
지난 2011년 개봉한 영화 ‘도가니’ 이후로 청장장애인의 교육 환경에 대한 문제가 많이 제기되고 있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실장은 “영화 ‘도가니’ 이후 장애여성 성폭력 문제 및 시설 비리에 대한 문제제기가 많다”며 “그러나 농아인들의 영화 접근 환경이 열악해 정작 농아인들은 ‘도가니’를 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남 정책실장은 “수화는 복지서비스로만 제공되고 있는 현실”이라며 “또한 가족 중에서도 농인들에게 구화만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수화를 학교 언어과목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수화언어권공대위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농교육 환경개선을 요구하며 수화언어 관련 법제정운동을 전개 중이다.
안세준 수화언어공대위 공동대표 역시 수화 교육의 필요성을 설명했다.
안 공동대표는 “장애인·비장애인 모두에게 교육은 필요한 것이다. 그러나 장애인은 배움의 기회를 얻기 열악한 환경에 있다”고 전했다. 그는 “교육부는 청각장애아동의 올바른 교육을 위해 개선해야한다”며 “특수학교는 물론 일반 학교에서도 교사가 수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촉구했다.
교육과학기술부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청각장애특수학교 교사 중 수화통역자격증을 취득한 교사는 6.1%에 불과하다.
안세준 공동대표는 “배움의 주체는 아동이다. 배움의 주체들의 권리 보장을 촉구한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배울 권리가 있는 것이다”라고 발언했다.

글·사진/정지영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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