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복지사101 _ 노임대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정책제도연구실 과장

누구나 넘기 힘든 벽을 만나면 외면하고 도망치고 싶은 마음이 있다. 하지만 그때 회피했던 벽은 언젠가 또 내 앞에 나타나 나와 마주하게 된다. 노임대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정책제도연구실 과장은 자신이 도망치기만 했던 벽을 이제는 덤덤한 마음으로 바라본다. 나를 아프게 하는 벽이지만, 나를 강하게 하는 것도 그 벽임을 알기 때문이다.

모두 함께 걷는 ‘한걸음’의 가치
직업재활학과를 전공하고 2004년부터 장애인 단체 쪽에서 몸담은 지 올해로 9년 째.
노임대 과장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의료재활 및 치료교육을 받아도 성인으로서 직업이 없다면 사회에서 살아갈 수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소회했다.
그동안 공부하고 이론화한 직업재활 학문을 바탕으로 노 과장은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에서 중증장애인 중심으로 일할 수 있는 공간(시설) 확보와 제도개선을 위한 정책마련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장애인 종사자들의 평균 임금이 38만 원 선입니다. 시설 운영보조금이 2005년 지방 이양되면서 지자체 별로 운영비 책정이 다르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장애를 가진 당사자와 장애인 종사자들이 받고 있습니다.”
노 과장에 따르면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재활(복지)과 직업(경영)이 양립되어야 하지만, 시설 구성원 대다수가 중증장애인들이어서 생산력이 떨어지고 급여가 낮다.
중증장애인생산품 우선구매 특별법에 의해 공공기관은 한 해 총 구매 예정액의 1%를 중증장애인 생산품으로 구매해야 하지만, 60% 밖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또 장애인이 만든 제품에 대해 구매자들의 부정적인 편견이 작용해 어려움을 겪는다.
“직업재활은 장애인이 다함께 움직여 한 걸음 걷는 것에 가치가 있다고 말합니다.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게 목적이고, 장애인이 일하고 생산하면서 삶의 의미를 부여해 ‘성장’해 가는 것이 우리가 갖는 가치라고 봅니다.”

넘지 못할 벽이라도 부딪쳐 도전해야
노 과장은 사회에 발을 내딛고 난 이 후 여러 번 직장을 옮겨 다녔다. 잠수함이란 별명이 말해주듯 ‘힘든 상황에 처하면 피해 다니는 성격’ 때문이었다. 신직수 한국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직업재활국장과 함께하면서 넘지 못할 벽이라 해도 부딪쳐 봐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세상이 있어 역경도, 고난도 오더라 말이죠. 피하면 그것들이 다시 오더라고요. 부딪쳐 봄으로써 또 다른 내가 만들어지고 강해지는 것이에요.”
한 순간에 사람이 강해질 순 없었다. 자신을 낮추고, 꾸준히 성실하게 주어진 것들을 감내해 가면서 지금의 자신을 만날 수 있었다.
“강함은 지도력에서 나오는데, 이 지도력은 솔선수범에서 비롯돼요. 솔선수범하는 것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젊은 날의 그였다면 하지 못했을 일들도 지금의 노 과장은 도전하고 그 과정에서 새로운 것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장애인생산품을 알리고 판매활동을 촉진해야 하는 역할을 함에 있어서 홍보가 중요하다. 노 과장 주변 사람들은 그를 영업사원인 줄 알 정도로 적극적으로 생산품을 알리고 있다. 일이 자신의 성향과는 맞지 않다는 생각에 그만두려고 했던 적도 수차례. 그럴수록 자신을 믿어주는 사람들과 정책팀과 직업재활팀 과장을 역임하고 있는 자신의 역할에 대해 떠올렸다.
“제게 벅찬 일이라해도 최선을 다하고 그만둬야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부분이 전과는 달라진 점이죠.”
주어진 책임들로 힘이 들어도 막상 부딪쳐 보니 요령이 생기고 다른 방법에서 생각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더라는 것.
‘물처럼 순리대로,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생활하고 싶다’는 노 과장은 그저 “자신의 하루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조금이라도 덜 미안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비쳤다.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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