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이웃 _ 강효숙 하늘지역아동센터 센터장

강효숙 하늘지역아동센터 센터장은
아이들의 곁에서 마음을 읽어주고 다독거려주는
친구 같은 선생님이다.
말썽부리는 아이들에게는 일부러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주며 능숙한 연기를
선보인다. 그의 연기력은 날이 갈수록 실력이 향상됐다.
그만큼 사랑을 확인받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많았다. 언제든 아이들에게 사랑의 연기를
펼칠 각오가 되어 있다는 강효숙 센터장의 이야기를 듣는다. 

엄마 손길 간절할 아이들
“엄마 역할 해 줄 사람이 없어요. 아이들의 빈 가슴을 무엇으로 채워주겠어요. 제가 어떻게 할 수가 없어 같이 울었습니다.”
엄마, 또는 아빠의 빈자리로 인해 위기를 겪고 있는 가정의 아이들이 점점 많이 지고 있는 요즘. 경제적인 지원보다 더 절실한 것은 아이들의 정서적 지원이다. 감당할 수 없는 상실과 외로움으로 인해 방황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들에게 강 센터장이 쓰는 묘약이 있다. 
“자기가 힘드니까 다른 사람 건드리는 것이라 생각해요. 그런 아이들에게 빈말이라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고의적(?)인 애정표현을 하는 강 센터장은 본인도 사랑한다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아 처음엔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받아들이는 아이들은 행동이 고분고분해지는 등 변화가 나타났다. 그래서 강 센터장은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고도의 연기를 선보이게 된다.
말을 잘 듣지 않는 ADHD 징후가 보이는 한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에게는 일부러 자주 안아줬다. 집이 센터에서 가까워도 차로 데려다 주곤 했다. 아이가 무서워서 밤길을 혼자 다니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은 욕구 때문이었다. 관심을 받고 이해받는다는 느낌은 서서히 아이의 마음을 움직였다.
강 센터장은 아이들이 타인의 마음과 감정을 살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곤 한다. 아이들이 식물과 동물을 자세히 관찰하며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지’, ‘어떤 상태인지’ 알아보는 활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나쁜 행동을 하는 아이들은 감정을 살피지 못해 그렇다고 하잖아요. 우리 애들은 자연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세심한 녀석들이 많더라고요.”
지역아동센터를 운영하기 전 강 센터장은 농사를 지었다. 그는 “식물이나 사람도 똑같이 ‘키우는 것’”이라며 “식물도 예뻐해 주면 예쁘게 큰다. 사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아이들의 정서 안정 및 인성을 위한 교육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쓴다.
하늘지역아동센터에서 이뤄지는 프로그램 중 눈에 띄는 것은 음악 프로그램이다. 아이들은 오카리나, 하모니카, 카혼, 우쿨렐레, 피아노, 첼로, 드럼, 바이올린 등 다양한 악기를 다뤄볼 수 있다.  음악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신설한 이유는 아이들이 악기를 다뤄봄으로써 감정이 해소되길 바라는 강 센터장의 의지 때문이다. 이밖에 동요 부르기, 미술치료, 수영, 영화관람, 나들이 등 또래아이들이 체험해 볼 수 있는 최대한의 것들을 제공한다.
강 센터장은 아이들이 책을 많이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애쓴다. 마음 놓고 책 읽을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자라지 못했던 강효숙 센터장은 책을 소중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책을 읽고 변화된 것처럼 아이들이 책을 통해 “스스로 희망을 얻고 깨달음을 얻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언제든 돈키호테 놀이
스스로를 가리켜 철이 없다고 말하는 강 센터장. 김소연 생활복지사가 그에게 지어준 별명이 있다. 바로 ‘돈키호테’. 한 가지 꽂히면 다른 것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강 센터장의 눈에 꽂힌 것은 아이들이다.
대전 서구 평촌동의 하늘지역아동센터는 유치원생부터 고등학교3학년 학생까지 24명의 저소득, 한부모가정 및 일반가정의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 지역아동센터는 지난 2006년 1월에 개소해 정부에서 지원받는 운영보조금과 대전시에서 지원받는 급식지원비로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돈키호테는 자기가 생각하는 좋은 일을 하잖아요. 선한 일을 할 때 도와주는 사람이 남편과 딸이에요. 저의 돈키호테 놀이에 남편과 가족이 희생하는 거죠.”
가족들은 강효숙 센터장에게 든든한 지원군이다.
평촌동으로 오기 전 센터를 임대해야 했을 때는 월급을 털어 집세를 충당해야 했지만, 남편이 평촌동에 건물을 지은 이후부터는 그에 대한 어려움은 덜었다. 딸인 김소연 씨도 3년 째 하늘지역아동센터에서 생활복지사로 근무 중이다. 지역아동센터가 도심지에서 떨어져 있다 보니 교통편이 좋지 않아 생활복지사들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다. 소연 씨는 고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센터에서 설거지를 하고 행정 일을 했었고, 현재 하늘지역아동센터에서 행정과 아이 돌봄 역할을 맡고 있다.
강효숙 센터장은 자신의 열정과 가족들의 도움을 더해 하늘지역아동센터라는 울타리를 쳤다. 아이들이 그 안에서 자유롭게 뛰어놀도록 든든한 보호망을 세웠다. 아이들이 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동기를 제공하되, 선택은 아이들의 몫으로 남겨둔다.
아이들에게 어른의 눈높이에 맞는 선택을 강요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똑똑해서 무조건 ‘~하라’고 하면 금방 알아채서 함부로 못해요. 아이들을 쉽게 생각하면 의도를 간파당하기 쉽죠.”
강 센터장은 아이들이 처한 현실의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하지만, 아이들이 가진 외로움과 소외된 마음을 알아주고 이해해주는 속 깊은 친구가 되어준다.
“(아이들보다) 제가 더 행운이지요. 많은 고민을 안 하고 살아가는 힘은 아이들이 주는 거에요. 제가 바라는 건 아이들이 ‘당당함’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에요.”

글·사진/ 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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