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시작된 사회복지사의 길이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찾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살아가는데 확실한 소명의식을 가지게 됐다는 김영근 한국지체장애인협회 기획정책국 국장. 
그는 장애인관련 문제의 다양한 정책들을 개발하고, 직접 현장을 찾아가 사소한 어려움을 해결하며 삶의 보람을 찾아가고 있다.

직장인에서 장애인사회복지사로
김영근 국장은 3살 무렵, 소아마비로 인해 하반신이 마비가 됐다. 당시 때까지만 해도 소아마비로 인해 다리가 불편하게 된 사람은 많아 특별히 자신이 장애인이라고 인식하지 않았다. 점점 성장하게 되면서 불편한 다리가 사회로 나갔을 때 여러 가지로 방해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는 수술을 받고 제대로 걷고 싶다는 희망을 품었다. 당시 소아마비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수술 신청을 해도 대기자가 많아 오랜 시간동안 기다려야 했었다. 학창시절엔 공부를 위해 수술을 잠시 미루다 대학생이 된 이후에야, 소아마비전문 수술 병원인 전남 여수 지역의 애양원 병원을 찾아가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보통사람처럼 걸을 수는 없었지만 목발을 짚지 않고서도 걸어 다닐 수 있을 정도가 됐다는 것만으로도 그는 기뻤다.
이후 김 국장은 제조업관련 회사에서 평범하게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던 그가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 건 우연찮게였다. 1999년 IMF시대를 맞이하던 때, 다니던 회사가 부도가 났던 것.
회사가 부도가 남과 동시에 갑자기 실직자가 된 그는 다른 취직자리를 알아보기 위해 여기저기 전전하며 뛰어다녔다. 쉽지 않은 취업으로 인해 많은 고민을 하던 중 우연히 어느 유명 신문사에서 낸 취업공개채용 광고를 보게 됐다.
“당시 4월경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에서 사람을 고용한다는 내용을 보게 됐어요. 장애인관련 기능 업무 쪽이었는데 입사하게 되면서부터 생각지 못했던 사회복지사의 길로 들어서게 된거죠.”

또 다른 나를 발견하다
그동안 다리가 불편하다는 이유로 고용이 쉽지 않았던 그는 한국장애인고용안전협회에 당당히 근무하게 되면서 자연히 장애인관련 업무를 맡게 됐다.
“2개월간의 짧은 실직자로 있으면서 막막했습니다. 그때 결혼을 막 했던 때였던 터라 책임감에 대한 무게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일을 처음에 했을 때에는 그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한 가장으로서의 의무감이 더 컸죠.”
김 국장은 복지에 대한 마인드도, 전문가로서의 정보력도 없었다. 그는 생소한 분야에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심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던 중 년차가 지날수록 장애인관련 업무를 숱하게 맡아오면서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의미에 눈을 뜨게 됐다. 지난해 8월 1일부터는 기획정책국 국장직을 본격적으로 맡게 되면서 확실한 소명의식도 가지게 됐다.
현재 그는 협회의 전반적인 부분 정책관련 일을 도맡아 장애인복지 분야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을 비롯한 다양한 새로운 정책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처우에 관한 문제를 비롯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 등 사회적으로 인한 부당함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장애인들의 현실적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습니다. 저부터 당사자의 입장으로 되돌아보니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2~3년마다 복지기관으로 인사발령이 나면 직접 현장에서 사소한 어려움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봉사 일을 맡으면서 남다른 보람도 느꼈다.
“장애아동, 혼자 생활하는 장애인 들을 위해 흔히 복지관이 지역과 연계하면서 해줄 수 있는 일을 직접 하기도 했습니다. 이를테면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지원을 해주는 일들인 물물지원, 놀이동산투어 등입니다. 이 일을 하면서 이와 관련 장애인에 대한 전반적인 어려운 부분이 정책면에서도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과 욕심도 생기더군요.”

양심에서 벗어나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김 국장의 좌우명은 ‘양심에서 벗어난 일을 하지 말자’이다. 그는 되도록 가슴에서 우러나는 참 소리를 스스로 듣고 알아서 실천을 하는 생활이 되도록 노력한다.
그의 소명처럼 복지에 대한 부분도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부분 중 상식선에서 어긋나는 일을 더 이상 하지 않도록 정책면에서 최선을 다해 이루어낼 계획이다.
“‘장애인이 편하면 모든 게 편하다’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장애인이 편한 세상이 되면 일반인도 마찬가지로 덩달아 편리해지는 세상이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도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부족합니다. 휠체어 장애인이 다니기에는 불편한 길거리 보도블럭에서 넘어지는 경우를 비롯해 지하철 엘리베이터 이용 등이 그 예입니다. 이러한 사소한 문제부터 정부에서 함께 해결해줘야 장애인들이 불편함을 겪지 않을 것입니다.”
김 국장은 당사자의 입장이 아니고선 아무도 이해를 할 수 없듯이 지금 정부는 장애인들의 현실적 어려움을 몰라 해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각자의 양심 선에서 생각해 남을 배려하는 의식만 가진다면 반드시 좋은 일만 일어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복지사는 휴먼서비스직이다.
앞으로 김 국장은 장애인복지에 대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을 생각이다. 처음에는 우연히 시작했지만 김 국장이 생각한 장애인관련 복지 정책이 한 가지라도 사회에 제대로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기 위해 끈기를 갖고 노력할 생각이다.
“나만의 버킷리스트를 작성해보고 싶어요. 제가 이루고 싶은 계획들을 종이에 써 내려가며 이에 대한 부분을 천천히 추진하여 하나하나 이루는 과정을 느끼고 싶습니다.”
김 국장은 사회복지사는 휴먼서비스직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을 위한 일을 하는 것이다 보니 항상 대상의 입장에 서야 올바른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
“15년 동안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건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을 위해 하는 것인가를 되짚어 보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항상 자신의 성찰을 통해 남의 입장을 들여다보고 지속적인 관심과 사랑을 줘야 하는 일이더라고요”
김 국장은 끝으로 후배들에게 아낌없는 조언의 말을 남겼다.
“어떤 분야를 하더라도 내가 하는 일에 대한 확실한 소명의식과 목적의식을 가져야 좋은 사회복지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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