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Ⅱ _ 2013년 결산 2014년 전망

지난해 사회복지계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기초연금’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선거 당시 내세운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월 20만원 지급’ 공약이 후퇴논란을 일으키면서 온 나라가 들썩였다. 박근혜 정부의 첫 보건복지부장관으로서 ‘실세장관’이라는 별칭을 얻었던 진영 장관은 “공약 후퇴에 책임을 지겠다”며 임명 6개월 만에 사퇴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아픈 일도 있었다.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업무과중’으로 잇따라 자살한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복지계에서는 사회복지직 공무원 확충과 대책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부에서는 미지근한 반응이다. 올해에는 사상 첫 복지예산 100조원 시대가 열린다. 장밋빛 청사진 속에 체감 복지예산은 제자리라며 그늘진 곳에 빛을 비추기에는 암울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글/김인수 기자
사진/본지DB

‘정신·장애인·노인시설’ 사업 중앙 환원
‘정신·장애인·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이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다. 아동복지예산은 이번 중앙환원에서 제외돼 아동복지계가 반발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와 안전행정부, 보건복지부는 중앙정부 합동으로 지난해 9월 25일 ‘중앙ㆍ지방 간 기능 및 재원조정 방안’을 확정·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2005년 분권교부세 지원과 함께 지방으로 이양한 복지사업 중 지방비 부담이 큰 정신·장애인·노인양로시설 운영사업이 2015년부터 국고보조사업으로 환원된다.
관련 법률에 따라 분권교부세는 2015년부터 보통교부세와 통합된다. 이를 통해 지방의 부담이 연간 6000억 원 줄어들 것으로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
정부는 지방소비세 전환율이 단계적으로 확대되고 지방소득세 개편 효과가 2015년부터 발생함에 따라 올해에 한시적으로 부족한 재원은 예비비 1조2000억 원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반면 이번 정부발표에 아동복지예산이 제외되자 전국 아동복지시설에서는 아동복지예산 중앙환원 촉구 관련 현수막을 게시하고 국민서명운동에 나서기로 하는 등 반발이 거세다.

올 복지예산 106조원 사상 첫 100조 진입
2014년도 예산안이 357조7000억원으로 편성된 가운데 복지예산은 105조9000억원로 짜여졌다. 복지예산 사상 첫 100조원 시대 진입이다.
정부는 지난해 9월 26일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014년도 예산안과 2013~201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총 예산 357조7000억원은 올해보다 4.6% 늘어난 것이다.
보건·복지·고용은 올해 대비 8.7% 늘어난 105조9000억원으로 책정됐다. 이는 총 예산 중 29.4%로 역대 최대지만 일부 복지는 축소돼 논란이 예상된다.
기초연금의 경우 당초 공약인 ‘65세 이상 모든 노인에게 20만원 지급’에서 ‘소득하위 70%에 10만~20만원 차등지급’으로 수정됐고, 반값 등록금 공약 완성시기도 내년에서 2015년으로 1년 늦춰졌다.
현오석 부총리는 “이번 예산안은 무엇보다 경제 활성화가 중요하다고 보고 복지수요를 일부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내년도 1인당 세부담액은 올해보다 10만원 가량 늘어난 550만원 정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증치매 ‘치매특별등급’ 신설 7월부터 서비스
올해 7월부터 경증 노인을 대상으로 한 ‘치매특별등급’이 신설돼 서비스가 제공된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실제 요양이 필요한데도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경증 치매노인을 위해 ‘치매특별등급’을 신설해 2014년 7월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지난해 11월 26일 밝혔다.
공단은 이를 위해 지난해 5월부터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 연구용역을 의뢰해 치매특별등급 모형을 개발해 같은해 9월부터 전국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치매특별등급 시범사업모형으로는 대상자는 장기요양 인정을 받지 못한 등급외A 판정자(45점이상 51점 미만인 자) 중 의료기관에서 치매진단을 받은 자로서 인지훈련 프로그램을 주 3회 이상 이용해야 한다.
인지훈련 프로그램은 치료·재활의 목적보다는 인지기능 유지 및 악화를 방지하고 경증 치매노인의 우울감 감소와 그 가족의 수발부담을 경감하는 효과가 있다. 서비스를 제공할 때는 인지훈련 프로그램 교육을 이수한 자(관리자)가 서비스 계획을 수립하고, 소정의 교육을 이수한 요양보호사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돼 있다.

사회복지법인 ‘공익이사제’ 본격 시행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외부이사제(일명 공익이사제)’가 지난해1월 27일 본격 시행됐다.
외부이사 도입은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지난 2011년 12월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
법안에 따르면 사회복지법인의 법인 이사 수는 7명 이상으로 하고, 이사의 3분의 1(소수점이하 버림) 이상은 사회복지위원회 또는 지역사회복지협의체에서 2배수를 추천한 자 중 선임토록 하고 있다.
중대한 성폭력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임원, 시설의 장 및 종사자가 될 수 없으며 사회복지분야 6급 이상 퇴직공무원은 퇴직 2년 이내에 퇴직 전 3년 동안 소속됐던 기초지자체가 관할하는 법인의 임원, 시설의 장이 될 수 없다.
감사 중 1명은 법률 또는 회계에 관한 지식이 있는 사람 또는 외부감사를 선임해야 한다.
사회복지법인대표자협회는 외부이사 도입을 내용으로 한 개정된 법에 강력히 반대하며 2012년 8월에 법안 효력정지가처분 신청과 법안에 불복하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놓은 상태다. 하지만 협회는 헌법재판소에서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법을 수용한다는 방침이다.

민간어린이집의 ‘갑의 횡포’
사회에 문제시 됐던 ‘갑의 횡포’가 민간어린이집에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 충격을 줬다.
지난해 5월 29일 우리복지시민연합 등에 따르면  대구시 달서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어린이집원장의 불합리한 요구에 반발한 보육교사들의 재취업을 막는 살생부를 구 전체 민간어린이집에게 발송한 사실이 밝혀졌다.
사건의 발단은 2012년 4월 밤늦도록 어린이집 평가인증을 준비하던 달서구 ○○어린이집(민간)에서 원장이 보육교사들에게 야근식사로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며칠 전 자기 딸이 소풍갈 때 쓴 김밥재료를 먹으라고 하자 보육교사들이 항의하며 퇴사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당시 총 5명이 퇴사했다.
그러자 달서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에서는 2012년 7월 26일 달서구 전체 민간어린이집 원장에게 해당 보육교사의 재취업을 막는 블랙리스트(살생부) 명단(총 7명)을 공문으로 발송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이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하고(1심에서 무혐의), 이중 한명은 재취업한 어린이집에서 권고사직을 강요당했다.
이같은 사실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보육협의회 비리고발센터에 접수됨으로써, 전국에서 처음으로 소문으로만 무성했던 어린이집 교사들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함이 확인됐다.

기초연금 올 7월 시행 소득하위 70% 차등 지급
올해 7월부터 소득하위 70%의 65세 이상 노인에게 최대 20만원의 ‘기초연금’이 지급된다.
정부는 전체 노인의 70%에게만 연금을 지급하되, 국민연금 가입기간이 늘어날수록 연금을 삭감하겠다는 내용의 기초연금안을 올해 7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기초연금안은 기준연금액을 20만원으로 명시했다.
매 5년마다 시행하는 기초연금 적정성 평가에서는 물가상승률 외 수급자의 생활수준, 국민연금 가입자 평균 월 소득(A값) 변동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했으며, 노인 빈곤 실태조사도 함께 실시하도록 했다.
기초연금의 지급 정지 관련 해외체류기간을 종전 기초노령연금의 180일 이상 지속에서 60일 이상 지속으로 단축시켰다.
거짓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기초연금을 지급받는 경우 이자를 가산해 환수하도록 했다.
이번기초연금안에 대해 야권에서는 강력반발하고 있다.
민주당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은 잇따라 성명을 내고 “박근혜 정부의 문제투성이 기초연금안을 저지하고 국회 차원에서 원점 재검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7월부터 장애인연금 20만원 지급
올해 7월부터 장애인연금 기초급여액이 현행보다 2배 늘어난 20만원 지급된다.
보건복지부는 이같은 내용의 ‘장애인연금법’ 개정안을 지난해10월 2일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장애인연금 수급권자는 18세 이상인 중중장애인 중 소득인정액 기준 하위 70%인 사람에게 지급한다.
기초급여액은 전년도 기초급여액에 매년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을 반영해 조정하되 법 일부개정법률 시행일 당시 기초급여액은 국민연금 A값의 10%에 상당하는 20만원으로 규정했다.
2015년 이후부터는 물가상승률을 반영한다. 현재 기초급여액은 9만7000원이다.
장애인연금 지급 결정은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서면통지 이외 전자문서교환방식 등에 의해 전자문서로 통지할 수 있도록 했다.
장애인연금의 지급 정지 사유 중 해외체류기간은 180일에서 60일로 강화했다.
수급자의 신고의무 사항 중 수급권 상실이외 소득ㆍ재산의 변동 및 결혼·이혼 등 가족사항 변동 자료가 있을 시 이를 신고토록 했다.

장애등급 의무 재판정 기준 2회로 완화
장애등급 의무 재판정 기준이 기존 3회에서 2회로 줄어들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1월 27일 장애등급심사 의무재판정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내용의 ‘장애등급판정기준’개정안을 공포·시행했다.
개정안은 모든 장애유형에 적용되던 3회 연속 동일한 등급이 나올 경우 주기적 등급 재판정 대상에서 제외해 오던 기준을 2회 판정으로 축소·완화하고, 동일 등급 유지 조건을 삭제했다.
이를 통해 재판정시 장애상태의 호전이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재판정 대상에서 바로 제외될 수 있게 된다.
또 장애의 중증도나 연령을 감안해 재판정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도록 예외기준을 추가했다.
장애의 중증도가 심각하거나, 고령의 장애인인 경우 장애상태가 호전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재판정이 과도한 부담만 주고 실효성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소아간질의 경우 재판정 시기를 2년에서 3년으로 완화했다.
성인의 경우 재판정 주기를 3년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소아의 경우 2년으로 규정함에 따른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것이다.

아동학대 어린이집 최대 시설폐쇄
아동학대가 발생한 어린이집에 대해 최대 시설폐쇄가 가능해 진다.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 어린이집에 최대 시설폐쇄 처분토록 하는 영유아보육법 세부 행정처분 기준 등을 규정한 영유아보육법 시행규칙 일부 개정안을 마련하고 지난해 8월 29일 입법예고 했다.
개정안은 영유아의 생명을 해치거나 이에 준하는 손해를 입힌 경우는 1차 위반시 바로 시설 폐쇄다. 또 영유아의 신체 또는 정신에 중대한 손해를 입힌 경우는 1차 위반시에는 운영정지 1년이지만 2차 위반시에는 시설폐쇄 된다.
아울러 아동복지법 제17조에 따른 금지행위를 한 경우에는 1차와 2차는 각각 3개월과 6개월 운영정지에 이어 3차 위반시에는 시설폐쇄 시킨다.
개정안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복지부 홈페이지(www.mw.go.kr)를 참조하면 된다.
이 규칙은 공포한 날부터 시행한다.

사회복지직 공무원 잇딴 자살 사망사건 5번째
지난해 초부터 사회복지직 공무원들이 ‘업무과중’으로 잇따라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해 가슴을 아프게 했었다.
지난해 1월 31일 용인시 기흥구 신갈동 한 병원에서 용인시청 사회복지직 공무원 이모(29) 씨가 투신해 숨졌다. 이 씨 또한 숨진 채 발견되기 직전 아버지에게 “죄송합니다. 못난 아들 이해해주세요. 행복하세요 사랑합니다”라는 내용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조사됐다.
2월 26일 새벽에는 결혼을 2달여 앞둔 사회복지 공무원 A씨(여·32)가 “근무가 힘들다. 부모님께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긴 유서 2장을 남기고 아파트 옥상에서 투신했다.
3월 19일에는 울산시 중구 태화동 주민센터에서 근무하는 안모(남 37세) 씨가 울산 바닷가 차량 안에서 연탄을 피운 채 숨졌다. 차량 안에서는 ‘업무과중’이라는 내용의 유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5월에는 논산에서 30대 사회복지사가 새마을열차에 투신해 자살하기도 했었다.
10월 29일에는 양평군청 주민복지실에 근무하던 33살 박 모 씨가 근무를 하던 중 갑자기 쓰러진 뒤 숨졌다. 박 씨는 지난해 2월 양평군청에 발령받아 주민복지실 장애인복지팀에서 근무하면서 거의 매일 야근을 하는 등 업무가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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