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이웃 _ 오석관 솔안쉼터 대표

삶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생각처럼 일이 풀리지 않아 좌절할 때 주변 사람들은 말하곤 한다. ‘너보다 더 힘들게 사는 사람들도 있다. 현재 네 삶을 받아들이라’고.
부천시 원미구 상동에 위치한 솔안공원에는 매주 무료급식소가 열린다. 그곳을 찾는 사람들은 각자 사연을 가지고 힘들게 삶을 버티어 내고 있다. 봉사자들은 그들에게 양식을 제공하고 배려하면서 자신을, 주변을 되돌아본다. 도움이 필요한 이웃의 삶을 바라보며 욕심과 헛된 기대를 내려놓고 현재 자신의 삶을 발견하게 된다. 다시 사회 속으로 돌아갈 힘을 얻고, 행복을 얻는다.
모두가 어울려 행복해지는 공간을 꿈꾸는 ‘솔안쉼터’를 만들기 위해 동분서주 바쁘게 활동하는 오석관 솔안쉼터 대표의 이야기를 듣는다.

‘삶의 목적’ 되찾는 솔안쉼터
솔안쉼터의 모체는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때 신학생들이 모여 솔안공원에 만든 무료급식소였다. 후원 없이 자비로 운영하다 보니 경제적인 어려움에 부딪쳤고 운영자들이 여러 번 바뀌게 됐다. 오 대표는 솔안공원에서 자원봉사자로 활동하다가 3년 전부터 솔안쉼터의 운영을 본격적으로 맡았다. 건물이 마련되지 않고 다른 뜻이 있어 여러 번 고사했지만, 주변의 권유와 도움으로 솔안공원과 부천시 소사구 계수동에 급식소를 개소하게 됐다.
무료급식은 솔안공원에서 매주 목·토·일, 계수동 새소망교회에서 오전 9시 30분부터 오후 1시 30분까지 진행된다. 급식소를 찾는 하루 인원은 보통 백여 명 정도.
“이 세상에 어려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힘들게 사는 이웃들을 어떤 관점으로 바라볼 것인가 생각했을 때 ‘내면’을 떠올렸습니다.”
오 대표는 단순히 물질적인 것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에 관심을 갖고 그에게 ‘삶의 목적’을 심어주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세상 사람들이 한 공간 안에서 어우러지며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솔안쉼터를 운영한다. 그는 “같이 봉사를 나눌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 대표가 특히 강조하는 것은 ‘가족봉사’이다.
“부모가 젊어서 자식을 어떻게 길렀느냐에 따라 자식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모습이 달려 있습니다. 부모를 병원에 맡기고 일 년에 한 번도 오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무료급식소에서 부모가 어르신들을 섬기는 모습을 자식들에게 보여주는 것 자체가 산 교육장인 것이죠.”

 

자기발견·자기만족 얻는 행복한 무료급식소
무료급식소는 음식을 제공하는 사람, 제공받는 사람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아내 허삼순 씨는 “봉사자들이 활동을 하면서 감동을 많이 받고 돌아간다”고 말했다.
한 실직자는 삼 개월 정도 꾸준히 급식 봉사활동을 하다가 취직을 하게 된 경우가 있었다. 이밖에 퇴직 후 사업이 잘 되지 않아 실의에 빠진 한 봉사자는 무료급식소에서 활동을 하고난 뒤 다시 취직이 되기도 했다. 일반 봉사자 외에도 시설에서 생활하는 노숙자들이 갱생활동의 일환으로 무료급식소에서 자원봉사활동을 실시한다.
오 대표는 “무료급식소에서 활동하면서 봉사자들은 ‘행복’을 얻고 간다. 봉사는 소망을 잃었을 때 삶의 소망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봉사활동을 함으로써 사회의 일원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기 때문에 사회에 긍정적인 기능을 한다고 부연했다.
솔안쉼터는 시설이 마련되지 않아 음식 준비, 배식, 마무리까지 솔안공원 내에서 모두 이뤄져 봉사자들이 해야 할 몫이 크다. 겨울이면 텐트를 치고 탁자와 의자를 펼치고 버너를 설치하고 화장실 수도꼭지에 호스를 연결해 찬물로 설거지를 하는 등 어려움이 따른다. 그럼에도 꾸준히 무료급식소를 찾고 식사하러 오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문 닫는 날 없이 쉼터는 운영된다. 비오는 날만 쉼터를 개방하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빵과 우유를 나눠준다.
계수동 주민들에게는 무료급식소 개소 전부터 한 기업체의 후원을 받아 빵과 우유를 제공했다. 국민기초생활수급자는 정부로부터 지원 받지만 차상위계층은 복지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집이 있고, 자녀가 있다는 이유로 수급자 선정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경제활동이 어렵고 생활비가 없어 지원이 절실하다.
오 대표는 “난방시설이 없어 판자집에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있다. 재개발지역이라 증축도 어렵고 집수리밖에 못한다. 주민들의 삶이 더 나빠지지 않게 도와줄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간단체에서 차상위 계층 위주로 지원한다면 그들은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다. 앞으로 차상위 계층을 찾아 나가려 한다”고 밝혔다.
부천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봉사자가 연계되고 관리 또한 센터에서 하기 때문에 인력공급의 어려움은 덜었지만, 여느 비영리단체처럼 솔안쉼터 또한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는다.
오 대표는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어줘서 그들이 공동체의 일원으로 자부심을 갖고 생활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는 것이 소망”이라고 말했다.

글/ 박선미 기자
사진제공/ 오석관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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