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의 직업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옹호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 사회 환경이 개인과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서비스를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보다 더 능동적인 역할을 수행해 나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그에 대한 적합한 해결을 찾아, 가능한 평등하고 균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시도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황재경 의왕시아름채노인복지관 관장, 그는 독식보단 민주화를, 차이보단 평등적인 기회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최대한의 역할을 이어 갈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바로 사회복지사가 하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민주화 사회적 풍조와 맞물려 지역사회복지에 눈 뜨다
80년대 전형적인 민주화 운동을 갓 벗어난 시점에서 대학생활을 보냈던 황 관장은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사회복지학’을 택했었다. 그는 처음 ‘사회복지’라는 개념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시작했다. 그러다 80년대 후반 사회제도권 틀 안에서 이루어진 사회적 풍경에 대해 눈을 뜨게 되었고, 사대협(서울·경기지역사회복지 대학생협의회)을 통해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연대활동을 시작해 지역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특히, 학생회 활동을 통하여 보다 넓은 의미로서의 사회복지활동을 했다.
“당시 학생회 활동을 함께 했던 선배들은 졸업 이후 안산 공장지대에 탁아소(현재 어린이집)를 운영하면서 지역탁아운동을 시작했습니다. 계획적으로 만들어진 안산 지역의 공장들에는 지방에서 거의 동원되다시피 올라온 젊은 남녀들이 많았고, 시간이 흘러 결혼이나 동거를 통해 가족을 꾸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부가 함께 일을 해야만 하는 형편들이다보니 당연히 아이들에 대한 보육의 문제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던 시기였죠. 선배들은 학교를 다니면서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모으고, 그렇게 모인 돈으로 졸업 이후 안산지역에서 조그만 주택을 얻어 어린이집을 운영하였습니다. 저는 선배들과 함께 공장 노동자이자 아이들의 부모들인 주민들과 교류하면서 지역사회의 삶과 조건들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황 관장은 학교 선배들을 따라서 가끔씩 자원 활동을 하면서 이런 상황들을 보고 경험했다. 그런 활동이 현재 자신의 삶에 큰 영향을 주었다고. 그는 이러한 삶의 배경을 바탕으로 지역적으로, 환경적으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개선을 위해서는 제도 안과 밖의 사회복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우연으로 시작된 길, 운명이 되다
황 관장은 졸업 후에는 수원의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 입사했다. 당시 전국적으로 저소득 주민이 밀집된 영구임대아파트가 들어서던 때였고, 그에 발맞춰 영구임대아파트 내에 종합사회복지관이 들어서던 시기였다. 우만종합사회복지관은 그 중 하나였고, 이곳에서 황 관장은 사회복지인으로 첫 발을 내딛게 된 것.
“당시 사회복지관이라는 기관 자체가 별로 없던 때였고, 이런 사회적 풍경의 영향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연계되어 사회복지기관을 설립하는 형태의 붐이 일어났습니다. 저는 안산에서 지역탁아운동을 하는 선배들에 비하면 제도권 안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급여를 받으면서 사회복지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었지요”
20대 나이의 청춘시절에 그녀는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서 거의 다 보낼 정도로 약 11년의 세월동안 현장 실무를 통한 사회복지사의 길을 걸었다. 그곳에서 황 관장은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진로교육 프로그램부터 주민들의 사소한 민원 및 상담 등 작은 일부터 큰 일까지 다양하게 실무자의 역할을 진행하다 부장자리로 역임하게 될 때쯤, 운영법인이 바뀌면서 안산 본오종합사회복지관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다. 본오종합사회복지관에서 부장으로 4년여 기간 동안 일하던 중 같은 법인 내의 의왕시아름채노인복지관으로 발령을 받으면서 노인복지관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그동안 실무자로서 역할을 진행하다 기관을 운영하는 최종관리자 역할을 맡으면서 어깨에 더 큰 짐이 안겨진 느낌이었습니다. 많은 일들을 직원들을 통해서 이루어 내야 하는 일종의 매니저같은 자리다보니 전보다 다른 측면에서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다고 할 수 있죠.”

지역주민의 고민은 곧 나의 고민
황 관장은 우만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지역주민의 다양하고도 폭넓은 고민을 함께 해왔다. 현재는 대상이 노인으로 바뀌면서 대상자의 폭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지역사람들과의 어려운 고민을 해결해주기 위해 항상 함께한다.
현장에서 사회복지사로 뛰어다니며 이용자들과의 고민을 함께 하면서 느낀 것은, 사회복지사가 얼마나 문제의식을 가지고, 해답을 최대한 얻기 위한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는가였다고.
“예전에 어떤 어르신께서 자신의 아들이 군대에서 지병을 얻게 되어 사망한 사건에 대해 하소연하며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분이 계셨어요. 사실 이러한 문제는 복지관에서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저는 그분의 마음이라도 풀어드리자는 생각으로 돕게 되었죠.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이던 중 기대하지 않았던 좋은 정보를 얻게 되었는데, 현재 법으로는 어렵지만, 곧 법이 완화될 예정이라서 보상을 받을 기회가 생길지도 모르겠다는 좋은 소식을 전달받게 되었어요.”
그 후, 그 어르신은 아들의 사망과 관련한 일시금 보상은 물론 매월 일정액의 연금도 받게 되어 사정이 좋아졌다고 한다.
“이렇듯, 우리처럼 공익적으로 누군가를 위해 대변하여 도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은 참 좋은 위치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도움의 끈과 방향을 놓지 않고 노력을 기울이다보면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
황 관장은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가진 것에 대해 행운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복지 또한 민주적 절차와 평등의 구현을 그녀 스스로나 복지관 조직 안에서 이루어 내는 것이 매우 중요한 책무라고 말한다. 황 관장은 국가라는 큰 제도의 복지는 결국 이런 작은 실천의 결과들이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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