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Ⅰ _ 장애·비장애아동 통합 프로그램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이 한 공간에서 어울려 교육을 받는 ‘통합프로그램’이 이슈가 되고 있다. 통합교육은 특수교육 대상자가 일반학교에서 장애 유형이나 정도로 인해 차별받지 않고 적합한 교육을 받는 것이다. 최근 복지기관을 비롯 일반학교, 어린이집, 유치원 등에서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을 시도 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장애인들에게는 자립심을 배양하고 사회적응 능력의 신장의 기회를 주며 비장애인에게는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 의식의 함양과 장애에 대한 인식개선을 높인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공동취재/문혜원·박선미 기자

왜 통합 교육이 필요한가
지난 2005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취학 전 장애아동의 수는 1만8553명, 고등학교 이하의 학교에 재학 중인 장애 학생은 6만5357명으로 추정되었다. 이 조사결과는 안타깝게도 2000년 조사에 비해 1.5%나 증가한 비율이다.
한소울 장애인자립센터 관계자는 “차별을 지역사회의 구성원 나아가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생활을 할 여건을 우리들은 아직까지 마련해 놓고 있지 않다는 것이 현실”이라며 “장애아동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변화를 위한 노력이 매우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통합교육을 비롯하여 비장애아동과 장애아동이 함께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의하면 1980년대 중반 이후 장애아동의 일반학교 통합이 양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학교 특수학급의 학생 수는 1982년 7655명에서 1985년 2만2354명으로 약 3배 급증하였고, 그 후 특수학급의 학생 수는 꾸준히 증가하여 2000년 현재 2만6627명이며, 이는 특수학교 학생 수 2만4376명을 초과한 숫자로 밝혀졌다. 이러한 양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장애아동이 일반학교에서 물리적으로 함께 있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으로 수용되며 적응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오고 있다. 그동안 여러 연구에서 장애아동이 일반학급 안에서 또래들이나 교사들과 사회적 상호작용을 하는데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보고한 바 있다.
김지연 서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아동의 행동적 특성, 그 동안의 실패경험에서 비롯되는 사회적 위축, 사회적 기술의 결함도 있지만, 일반학급 교사들의 장애아동에 대한 부정적이거나 일관성 없는 태도, 장애아동 부모들의 과잉보호 경향, 일반아동 부모들의 장애인에 대한 편견 등에서도 원인을 찾고 있다”며 “특히 장애 아동들의 사회적응력의 미성숙은 학급동료로부터 소외되고 나아가서는 비장애인의 장애에 대한 인식을 부정적으로 하는 현상을 낳고 있다”고 꼬집었다.
장애유아의 통합교육은 1950년대 후반부터 시작하여 세계 여러 나라의 특수교육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로 제기 되어왔다. 1970년대에는 통합교육 운동으로 커다란 변화와 발전을 가져온 중요한 시기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추세로 인하여 유아교육에서도 많은 영향을 받아 경도의 장애유아를 중심으로 통합교육 문제가 꾸준히 실천되어 왔다. 통합교육은 많은 전문가들에 의해서 여러 가지 다른 내용으로 정의되어 왔으며 대부분의 정의들은 모두 일반교육 과정에 장애아동들을 포함시키는 것을 공통적인 핵심 내용으로 하고 있다.

실로암장애인복지관 장애체험아카데미
지난달 7일 오전 10시 서울시 관악구 소재 아기구름 어린이집 아동 15명이 장애체험아카데미에 참가하기 위해 아이마루를 찾았다. 아이마루 놀이터를 찾았던 경험이 있던 아이들은 놀이터에 들어오자마자 익숙하게 놀이기구를 만지고 즐거워했다.
그 동안은 놀이터에서 즐거운 놀이만 해 왔던 아이들은 이날 처음으로 장애체험아카데미에 참여했다. 이날 아이들은 시각장애아동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짧은 만화 동영상을 시청했다. 만화는 가방을 잃어버린 아이가 가방을 찾기 위해 혼자 길을 떠나는 여정을 담고 있다. 아이는 귀에 들려오는 것과 나뭇가지를 치며 느껴지는 감각들에 정보를 얻는다. 하늘을 나는 고래, 물고기 등을 상상하며 세상 속으로 나간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사회복지사가 옆에서 상황을 알기 쉽게 설명을 도왔다.
박옥자 아기구름 어린이집 원장은 “가정통신문에 장애체험 안내를 부모님들에게 알렸더니 반응이 좋았다”면서 “길가에서 장애인을 접하고 아이들이 ‘저 사람은 왜 저래’라고 물을 때면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부모님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장은 추후에도 장애체험아카데미에 참가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같이 살아가는 사회인데 어려서부터 장애인을 접하는 게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김잔듸 아이마루 담당 사회복지사는 “한 번이라도 장애체험을 경험 해보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가 크다. 흰 지팡이나 안내견을 만져보고 이러한 것들을 아는 것이 장애인식 개선에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설명하고 이해시키는 교육과 더불어 앞으로 ‘직접 체험’에 비중을 두어 아동의 눈을 가리거나 안경을 써서 걸어보게 하는 등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할 방향이다. 
장애·비장애 아동 통합 놀이터 ‘아이마루’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은 지난 2009년부터 장애아동을 위한 실내놀이터 ‘아이마루’를 운영 중이다. 아이마루의 모든 놀이기구와 장난감들은 고무와 스펀지로 이뤄졌고, 시각장애아동들이 마음껏 뛰어 놀 수 있도록 설계된 안전한 실내놀이터이다.
시각 장애아동 뿐 아니라 비장애 아동들에게도 놀이터를 무료 개방하고 있다. 장애·비장애 아이들의 눈높이에 고루 맞아 놀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놀이기구를 배치했다. 실내놀이터 중심에 놓여 있는 정글짐은 스펀지로 둘러싸여 아이들이 놀다가 다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였고, 청각과 촉각을 자극할 수 있는 놀이 기구를 놀이터 곳곳에 설치했다.
청각을 자극하기 위한 ‘밟으면 소리 나는 피아노’, 책을 대면 음성 지원돼 동화책을 읽어주는 ‘북트리’, 볼풀의 공을 벽에 맞히면 소리가 나는 놀이기구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촉각을 자극하기 위해 모양구성놀이를 통해 손으로 만져 모양을 끼워 맞추는 기구도 있다.
이효선 사회복지사는 “아이마루에 와서 장애·비장애 아동이 어울림으로써 장애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아이마루에서는 매주 월요일 20회기 동안 성민 어린이집(장애)과 재롱이 어린이집에서 장애·비장애 아동들이 함께 어울려 놀이터를 이용하고 있다.
아이마루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사전 예약제(20명 정원)로 운영된다. 4세부터 초등학교4학년까지 이용가능하며 6~7세 아동이 주 연령대이다. 작년까지는 실내놀이터 공간을 놀이터 위주로 운영해 왔지만 올해부터는 장애체험아카데미를 실시해 인식개선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장애체험아카데미는 일반 어린이집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진행되고 있으며 아이들의 수준에 맞게 만화, 동영상을 상영한다. 사회복지사가 시각장애에 대해 설명해 주면서 장애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저시력시뮬레이터를 통해 경증의 시각장애인이 되어 체험해 볼 수 있고, 시각장애 체험안경을 쓰고 직접 걸음을 걷고, 눈을 감고 촉각도서를 만지며 상상해 볼 수 있다. 아이마루의 장애체험 아카데미는 시간당 참여인원이 10명 이상일 겨우 진행된다.

풍납사회복지관 ‘나와 함께 친해져요’
지난달 17일 오후 4시 서울시 송파구 소재 풍납사회복지관 4층에서 발달장애청소년과 비장애 학생들의 통합 프로그램을 위한 오리엔테이션 만남이 이루어졌다.
이날은 장애·비장애 청소년들의 짝궁 20명이 참여해 서로간의 친목을 다지고 관계형성 ‘나를 소개합니다. 우리 친해져요’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을 실시했다. 이 프로그램은 4월초부터 이루어질 무용동작과 미술치료, 요리활동, 테마여행을 위해 새로 맺어진 짝궁 및 그동안 소홀한 만남이 이루어진 짝궁을 다시 만나게 하여 친해질 수 있도록 마련되었다.
풍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되는 통합 프로그램의 특징은 장애를 가진 청소년과 비장애 초등학생들로 1:1짝궁이 맺어진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어린 동생이 되는 비장애 초등학생이 장애를 가진 언니, 오빠들을 더 챙겨주고 보듬어주어 돈독한 우정을 과시하고 있다.
이날 비장애 초등학생들은 각자 맺어진 짝궁 ‘언니, 오빠’에게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에 함께  임했다. 장애청소년들은 짝궁 초등학생 친구에게 간식을 챙겨주거나 자리를 안내했고, 초등학생들끼리 다툼이 발생했을 때에도 자신의 친구를 먼저 챙기는 등의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작년 프로그램에 처음 참가한 임은서(토성초·5) 학생은 “처음에 (장애청소년을) 잘 모르니까 좋지 않았고 같이하기 싫은 점도 있었다. 하다 보니 재밌고, 같이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은서는 이어 “언니가 몸만 힘들 뿐이라는 걸 알게 됐고,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없어졌다”라며 소감을 말했다.
은서는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되면서 짝궁 언니와 요리와 수영장 체험 프로그램과 보물찾기 등의 활동이 기억에 남아 좋았다고 했다. 은서는 “언니가 춤추는 거 좋아하고 연예인을 좋아해서 이름도 알려주고 얘기도 많이 해 줬다”라고 말했다. 은서는 네 살 차이 나는 친오빠가 있지만 같이 어울리지 않는 편이었는데 반면, 오히려 짝궁으로 알게 된 수빈 언니와는 교환일기도 쓰면서 친하게 지내고 있다.
은서는 “복지관 다니면서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졌다. 교환일기 쓰는 것도 재밌었고, 많이 놀러 다니니까 좋았다. 다른 친구들에게도 추천해 주고 싶다.”고 웃으며 말했다.
은서의 짝궁 언니인 이수빈(19) 학생은 “1박2일 캠프를 하면서 은서랑 친해졌는데, 동생인 은서가 많이 챙겨줘서 고마웠다”라며 “은서의 적극적이고 활발한 성격이 너무 좋다”라고 말했다. 이어 수빈이 학생은 “은서가 문자로 연락하고 카톡도 먼저 보내줘서 사실 고마운게 많다”라며 앞으로 먼저 진심으로 은서를 동생처럼 아끼고 싶다는 고백을 했다.
3년 동안 리더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황은혜(23) 양은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있어 봉사활동을 하면 좋은 경험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참여했는데, 하다 보니 이 일이 적성에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라며 “앞으로 졸업하기 전까지는 여기에서 멘토 활동을 하고, 사회에 나갔을 때에는 장애아동을 도울 수 있는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혔다.
은혜 양은 “이 프로그램의 장점은 장애인에 대한 선입견이 없어지고, 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프로그램을 통해 많이 변화되는 장애를 가진 친구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앞으로 사회에 나갔을 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 된다”고 말했다.
이윽고 오후 4시30분쯤 되자 20명의 친구들은 자신을 소개하는 형식의 발표를 진행했다. 짝궁으로 팀을 이뤄진 친구들끼리 서로 앉아 이야기를 주고받고, 직접 앞에 나서서 솔직한 모습으로 소개를 하였다. 이후 5시에는 치킨, 빵 등 간식을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아래 나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프로그램 참여자 발달장애청소년 10명, 비장애 아동 10명은 1:1로 연결되어 1년 동안 통합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한다.(무용, 미술, 1박 2일-장애청소년 일상생활훈련, 통합캠프, 미술전시회, 발표회 등) 그 중 10팀 모두 통합의 성과를 이루어냈다.

역량강화를 위한 문화예술지원사업 추진
풍납사회복지관에서는 발달장애청소년과 비장애아동의 통합과 역량강화를 지원하여 두 집단의 통합을 이루며 나아가 발달장애청소년에게 가족지원과 멘토 지원을 통해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 건강한 사회인으로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프로그램을 3년 동안 지속해 왔다.
이은미 사회복지사는 “또래였다면 오히려 서먹했을 것”이라면서 “나이대가 서로 달라 부담 없이 가까워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프로그램으로 문화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장애친구들을 위한 문화·예술 활동의 범위를 넓히는 데 의의가 있으며 대인관계가 향상되어 사회성을 도모하는 데 목적이 있다. 활동에 참여한 친구들은 서로 전화나 SNS로 연락을 지속적으로 주고받았다.
이 사회복지사는 “장애 청소년보다 비장애 초등학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더 바라고 있다. 장애인을 이해하게 되면서 포용하는 부분이 더 생겼다. 장애인식개선 효과가 크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가졌던 비장애 아이들이 매칭을 통해 스스로 체험하면서 ‘나와 다른 사람’이라는 인식을 깼다. 또한 프로그램 초반 있었던 비장애 초등학생 간 따돌림 현상도 프로그램 후반에는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장애청소년들은 주위에서 주로 도움을 받고 기대는 모습을 보이곤 했지만, 프로그램을 하면서 초등학생 동생들을 챙기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면서 책임의식을 갖게 됐다.
장애청소년:초등학생 간 대학생 멘토를 두어 둘 사이를 지지해주고 관리하며 통합적으로 활동하는 데 윤활유가 되고 있다.
학생들은 프로그램 활동 중 무용동작 활동을 특히 좋아했고, 1박2일 캠프에 참여율이 높았다. 캠프는 장애인들의 자립생활지원으로 비장애 초등학생들이 장애청소년을 도와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 상반기 시작할 계획인 요리프로그램에 대해 학생들의 기대는 높다.
이 사회복지사는 “이 프로그램은 장애청소년과 비장애아동의 개인의 성장과 두 집단의 통합이라는 큰 과제를 예술활동(무용동작활동, 미술활동)을 중점으로 진행하며 달성하는데 기여한 것”이라며 “처음에는 어색하기만 했던 두 집단이 만나 눈 마주침, 마주보기, 지역사회로 나가기 등 큰 테마별로 목표를 달성하면서 발달장애청소년과 비장애(저소득)아동의 역량강화와 건강한 사회적 통합을 이뤄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각 집단별 무용동작과 미술활동을 통해 자신과 만나 개인의 성장을 도모했으며 장애청소년과 함께 짝을 이루는 체험을 통해 비장애아동이 장애인을 보는 인식개선에 도움이 되었다는 평가다. 또한 통합활동으로 무용동작과 미술, 1박 2일 캠프, 테마여행의 하나하나 프로그램들을 참여하면서 그들의 내적, 외적 에너지가 상승해갔으며 작게는 개인의 역량강화와 성장 크게는 장애·비장애의 서로 다른 두 집단이 하나가 되는 ‘통합’을 이뤄냈다.
이러한 과정에서 지역사회의 일원인 대학생 지지체계가 투입되어 1:2(대학생 멘토와 장애청소년, 비장애아동)로 안전하고, 균등 있게 이끌어 갔다.
이 사회복지사는 “2차 계획으로는 단순히 장애·비장애의 통합이 아니라 대학생 멘토와 팀별 활동을 강화하여 보다 큰 의미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며 “이뿐만 아니라 성장도에 기여한 것으로 그치지 않고, 가족지원도 보다 심층적으로 시도하기 위해 1차년도 사업 평가를 통해 장애청소년 부모들의 심리지원 욕구를 파악하였으며, 상담과 심리치료로 지원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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