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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면의 상처 어루만지는 연극, 내 삶의 치유제이지요”
박선미 기자 | 승인 2014.05.30 09:56

삶과 이웃 _ 김은영 연극치료 강사

무대 위에 조명이 비추고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이 관객 앞에 선다. 조명의 빛을 받은 배우들은 자신의 눈을 향해있는 동료배우들에게 또 다른 빛이 되어준다. 서로를 바라보는 진실된 눈빛이 관객들에게 잔잔히 스며든다. 나를 넘어서 상대와 소통하면서 우리가 될 때, 연극은 허구를 넘어 삶을 보여준다.
김은영 연극치료 강사는 연극이 가진 힘을 믿는다. 가상의 인물 속에 빠지면서 내면의 깊숙한 상처를 어루만지고 분출하면서 치유되는 에너지를.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연극의 힘을 전달하고 있는 김은영 강사를 만났다.

마음에 쌓인 감정 마주하고 치유해 나가다
2004년 결혼생활의 어려움을 겪던 중, 자신의 전공인 연극을 살려 스스로를 치유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알아보다가 연극치료에 입문하게 됐다. 사이코드라마, 연극치료 경험을 쌓고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주변에 자신처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개인이나 연구소에서 주관하는 워크샵에 참여해 이론 교육을 받고 실습을 하면서 김 강사 본인 스스로 치유 작업에 들어갔다.
“예전에는 모든 것이 다 남 탓이며, 나는 피해자라고 생각했었어요. 치료 과정 겪으면서 제가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란 걸 알게 됐어요.”
예전부터 습관적으로 몸에 남아 있던 가치들을 상대방을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고수했었다. 주인공 역할을 맡고 인물의 문제를 접하면서 분노와 미움 등의 감정을 직접 부딪쳤다. 연극치료과정을 겪으면서 김은영 강사는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게 되었고, 자신의 틀을 깰 수 있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서 달라진 김 강사의 모습에 가족들은 당황했고, 한 동안 힘든 시간을 보내야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김 강사는 가족들과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

 

자신을 모르면 타인의 고통 몰라
강사로 활발히 활동하는 지금도 워크샵은 꾸준히 참여하면서 자기를 되돌아보는 작업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치료사는 자기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 안의 상처를 모르면, 누군가의 아픈 곳을 못 봅니다. 내가 아픈 곳을 알면, 다른 사람의 아픈 곳도 보여요.”
내면을 바라보는 작업을 거듭하면서 예전에는 버겁기만 했던 문제들이 이제는 거리를 두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여유를 갖게 됐다.
2006년부터 김은영 강사는 노인복지관 연극반, 대학에서 연극치료 특강, 연기연극이론 수업 및 인천비행청소년예방센터에서 연극을 활용한 치료적 작업을 펼치고 있다.
그 외에도 김 강사가 특히 애정을 쏟고 있는 부분은 학산시민마당극단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연극작업이다.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30~70대 열 한명의 일반 시민들에게 치유적 작업이 포함된 연극 활동을 진행한다.
2013년 12월 처음 단원들과 했던 작업은 다큐멘터리 창작극 ‘나를 위하여’라는 작품이었다. 하루 동안 단원들이 극단 오디션을 보는 과정을 담은 내용으로 각각의 사연을 가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오디션 장면을 고스란히 무대 위에 재현해 핀 조명 아래 마이크를 마주한 등장인물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는 동안 관객들은 심사위원이 되었다. 실제 오디션 당시 참가자들에게 왜 연극을 하러 왔느냐는 질문에 ‘나를 위하여 여기 왔다’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 배우와 관객들은 울음바다였고, 참신한 시도로 호평을 받았었다.

 

습관적으로 갇혀 있던 나 벗어나는 작업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모인 사람들 중에서도 연극이 가진 치유적 힘을 가장 많이 받고 있는 한 단원이 있었다. 가족과 연락이 끊긴 50대 후반의 남자 단원이었는데, 팔을 다쳐 몸이 불편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등 안정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 단원은 연극을 접하게 되면서 ‘인생이 바뀌고, 삶의 태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하게 됐다.
김 강사는 그에게 어린 시절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을 짜서 스스로 연출을 맡겨봄으로써 연극작업의 다양성을 단원들에게 보여주었다.
김은영 강사는 “어린 시절에 가졌던 분노와 상처가 연극을 통해 드러나게 됐다. 연극으로 풀어버리니까 안 좋았던 기억이 사라져 버린 것”이라면서 “단원들이 예술작업 하면서 ‘정서적 순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일 년이 지난 지금 단원들 사이 끈끈한 정이 생겨 서로를 아끼고 보듬어 주면서 연극 활동에 임하고 있다.
“연극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보는 작업입니다. 어떤 학자는 내가 그 동안 가진 고유 역할이 다양해 질 때 정신적으로 건강해진다고 했습니다. 습관적으로 내 안에 갇혀 있는 나, 벗어나지 못하고 다른 역할 하지도 못하는 나를 벗어나는 것이 연극입니다.”
김 강사는 연극치료를 ‘연극치유’라고 표현했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고 자기 안의 또 다른 나를 발견하고 치유되어 변화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일이 연극치유작업이라고 밝혔다.
“연극의 힘은 함께 어울리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는 데 있습니다. 같은 상황을 놓고 다른 생각과 행동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내가 그동안 미처 알지 못한 것들을 알게 됩니다. 나를 되돌아보면서 새로움을 발견합니다.”
할 줄 아는 게 연극 밖에 없다는 김 강사. 앞으로 열악한 환경에서 아픔을 가지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연극치유 작업을 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아직은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 당사자의 심리만 건드리기만 하는 정서치유는 더 큰 상처를 남겨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은영 강사는 “치료사 스스로 상처받은 사람이 아니면 못한다”면서 “내면의 보이지 않는 곳까지 들여다봐야 한다. 내면의 치유를 받고 다양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야 말로 아픔을 치유할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박선미 기자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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