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일부에 따르면 남한에서 생활하는 새터민은 총 2만7000여명이 사는 것으로 집계됐다. 새터민은 경제적 상황과 가족, 이웃 등 사회적 연계 체제가 취약해 직장에서 요구하는 학력·경력 및 직업 능력의 차이로 인해 지역사회 조기정착에 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른 새터민 정착지원을 위한 효율적인 정책과 제도는 필수다. 무엇보다 새터민들에 대한 객관적인 현황 파악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남한생활 새터민 차별 처우로 힘들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 소재 서울북부하나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는 새터민 최수진(가명·40) 씨는 고향 함경북도를 뒤로 하고 자유를 희망해 5년 전 남한으로 건너왔다. 혼자 남한으로 이주해 생활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최 씨는 일자리 찾는 것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아래 만만한 일자리로 식당 및 커피숍 등과 같은 파트타임 일을 먼저 구했다. 북한사람이라고 말하면 왠지 써주지 않을 것 같아 중국교포라고 속여서 겨우 일을 구한 것이다.
최 씨는 “당시 하루 6시간 이상 일해서 받은 월급이 80만~90만원 이었다”며 “같은 새터민 동료들은 북한사람이라고 하면 업주한테 월급을 더 못 받거나 차별을 받는 다는 것을 알고 나선 중국교포라고 속이는 일이 많았다”고 소회했다.
최 씨의 말에 따르면 새터민을 고용하는 회사나 식당업체들은 일부로 월급을 덜 주기 위해 그들을 고용하고, 처우를 제대로 해주지도 않으면서 요구하는 게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처음 남한에서 생활하는 새터민들은 대부분 일자리 찾는 것과 차별로 인해 많이 힘들어하고, 어쩔 땐 북한으로 다시 되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정도”라고 고백했다.
최 씨는 그래도 북한에서 교사로 일한 경험이 있어 정부에서 지원해주는 지원금으로 대학교를 다시 다니면서 복지에 대한 관심이 생겨 사회복지학을 공부했다. 이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해 지금의 새터민 센터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하게 되었다.
최 씨는 “지금은 생활면에서 많이 안정되었다”며 “새터민들이 남한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해줘야 통일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반문했다. 이어 최 씨는 “앞으로 새터민들은 더 늘어날 것이다. 취업관련 정책과 제도가 확실히 이루어져 많은 새터민들이 남한에서 정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으면 한다”고 바람을 말했다.
8년 전 탈북한 민문혁(가명· 43)씨는 새터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 중 곳 하나인 인천 남동구에서 거주 하고 있다. 정부에서 지원된 임대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민 씨도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어렵게 남한으로 건너왔지만 좁은 일자리의 문과 차가운 시선들로 인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다. 한 식당 업주에서 일한 경험이 있지만 감시당하기 일쑤였으며, 결국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해고 통보도 받았다.
그는 “취업제도에서 차라리 고용지원금을 새터민에게 줘서 사업장에 전달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한국에서의 생활은 북한보다는 훨씬 낫지만 고달픈 삶은 더 하면 더했다”고 고백했다.
이렇듯 새터민들을 위한 취업 문턱이 날이 갈수록 높고, 갈 수 있는 곳은 정해져 있어 막막하다는 것이 새터민들의 입장이다.

새터민들이 남한으로 오게 된 계기와 현황
북한이탈주민의 증감현황은 현재까지 3차례의 주기를 보이고 있다. 제 1기는 한국전쟁이 끝난 직후로 북한이탈주민의 수는 급격히 증가하였을 때이다. 이 당시에는 북한체제의 완성이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사회내부의 권력투쟁으로 인하여 체제에 대한 불신과 회의가 많았고, 사회통제의 수준도 매우 낮았던 시기이다. 제 2기는 김일성의 권력 장악이 완전히 실현되고 사회통체 체계가 완성된 1970년대와 1980년대의 기간으로 이탈자의 수가 매우 적다. 제 3기는 1990년대에 들어와 급속히 악화되는 경제, 외부정보의 유입 및 1994년 김일성의 사망으로 인한 체제의 정체성 위기 등을 경험한 시기로 탈북자의 수는 다시 급증하고 있을 때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대홍수와 가뭄으로 고난의 행군이 시작된 이후부터 늘기 시작한 새터민 숫자는 1995~1998년 사이에는 40~70명 사이를 유지하다가, 1999년에 100명 선을 넘기 시작하더니 불과 3년 뒤인 2002년부터 연간 1000명 이상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2004년에는 1894명이, 2006년에는 2019명을 넘었다. 이제 연간 2천명 탈북자 입국 시대를 맞이한 것이다. 최근 3년간 입국한 탈북자 수는 전체의 약 57%에 이른다.
지역별 거주현황을 보면 서울과 경기지역에 전체의 53.2%인 4384명으로 가장 많이 살고 있으며, 기타 부산(495)명, 제주(37)명 등 전국에 고루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터민 정착지원제도 맞춤형 필요
정부에서 새터민들을 위한 정착제도는 해가 거듭할수록 좋은 정책으로 나아가고 있다. 통일부에서 지원하는 취업 장려금을 비롯해 임대아파트 지원 등 혜택은 주어진다. 하지만 당장 취업을 하기 어려운 새터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며 실제로 취업 장려금을 받는 새터민도 드물다.
취업 장려금을 받으려면 4대보험이 보장되는 사업장에 취직해야 하는데, 기업에 주는 고용지원금은 기업이 신청해 받기 때문에 새터민들에게 돌아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정옥 서울북부하나센터 사회복지사는 “새터민들을 위한 정부에서 지원하는 정착제도는 사실 무궁무진하다. 하지만 새터민들에 대한 인식이나 편견들이 그들의 취업문을 닫게 하고, 적응을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정옥 사회복지사는 “새터민들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그 기간 안에 제도를 잘만 이용만 하면 목돈 1000만원까지 모을 수 있으며, 남한에서 지내는 어려운 시기인 3년만 잘 참고 견뎌만 낸다면 반드시 남한사람들보다 성공하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인 새터민 정착 지원제도는 다음과 같다.
▶ 정착금 지원제도 (1인 세대 정착지원 수준) : 정착금 지급은 북한이탈주민이 사회생활 초기에 기초적인 생계를 해결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 모두에게 일정금액을 지급하는 제도다.  그러나 이 제도는 북한이탈주민의 자립과 자활을 촉진하기 위해, 기본금을 축소하고 장려금 제도를 폭넓게 도입하는 방향으로 변화했다.
정착금 내역은 정착기본금 이외에 북한이탈주민 개개인의 자립자활 노력 및 사정에 따라 정착장려금과 정착가산금으로 구분하여 지급토록 세분화되었으며 정착기본금은 북한이탈주민 모두에게 지급하고, 그 금액은 1인 가족의 경우 최하 600만원이며, 주거지원금 1300만원을 포함할 경우 1900만원으로 2004년 이전 3590만원과 비교하여 53% 수준이다.
직업훈련을 500시간 이상 받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는 경우에는 직장에 취업한 뒤 1년 이상 동일하고 직장에 계속 다니는 경우에는 각각 해당 장려금을 지급한다.
따라서 북한이탈주민 한 사람이 정착장려금으로 받을 수 있는 최고 금액은 2440만원으로, 이 금액을 감안한다면 실질적인 의미에서 정착금 수혜 규모는 늘어난 것이다.
 
▶ 정착장려금 지급 기준
 2005년에 도입된 정착장려금은 지급 인원과 지급액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지급인원 1956명으로 전년대비 71% 증가 했다.
 이는 정착장려금 제도가 북한이탈주민들의 자립의지를 고취하는 주된 수단으로 자리 잡아   가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
새터민을 바라보는 우리의 인식부터 바꿔야
국정원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받았다는 새터민이 10명 중 6명꼴에 이른다. 같은 일을 한 남한 사람보다 임금을 적게 받은 경우도 25%에 달했다. 북한 출신 학생 10명 중 1명꼴은 친구들이 자신이 북한 출신임을 알게 된 후 따돌림이나 놀림을 받았다고 답했다.
탈북 후 국정원 조사과정과 안성시에 있는 하나원에서의 생활 도중 인권 침해를 받았다는 경우도 많았다. 45% 상당의 북한이탈주민이 국정원 조사과정에서 두려움과 불안감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하나원 교육에 대해서도 ‘밑바닥부터 시작할 각오를 하라’는 등 부당 대우에도 순응할 것을 주입하는 일이 많았다는 지적이다.
국정원 보고서는 “새터민의 자살 사망률이 전국 평균보다 2.7배나 높게 나타나는 등 이들의 남한 사회 정착이 힘겨운 시점에서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남한인들이 북한이탈주민에 대해 여전히 거리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정원 연구원은 ‘통일의식조사 연구 보고서’를 통해 시민들의 통일 의식과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절반 이상(53%)이 북한을 경계 또는 적대 대상으로 인식한다고 답했다. 탈북자를 지인으로 둔 경우는 5%에 불과했다.
고지영 국정원 연구위원은 “북한이탈주민의 안정적 정착과 남북 주민의 사회적 통합을 위해선 이들이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만드는 등 정부와 지자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정옥 사회복지사는 “정부는 북한이탈주민 취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직업훈련 기회를 제공하고, 사업장을 알선하며, 지역별취업박람회를 개최, 북한이탈주민을 고용하는 사업주에게 고용지원금을 지급해주는 등 북한이탈주민의 자립·자활을 지원하기 위해서 2008년에 노동부·직업훈련기관·기업체가 협력하여 ‘맞춤형 직업훈련-취업연계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것들 외에도 정부에서는 많은 법을 만들고 정책을 추진해서 새터민들을 돕고 있다.
하지만 이런 법들을 만들었다고 해서 새터민들이 우리나라에서 잘 살고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정부뿐만 아니라 우리 남한인들이 새터민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

새터민 정착지원 제도 개선 권고
국가인권위원회는 새터민의 원만한 국내정착과 인권보호를 위해 통일부 등에 적극적 노력 강화를 권고했다.
권고는 ▲직업훈련과 취업의 연계성 제고 방안 마련 ▲새터민 인식 개선 ▲새터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 제9조의 개정 추진 등이다.
인권위는 “국내에 입국한 새터민들이 상이한 체제에 대한 적응과 상대적 빈곤, 사회적 편견과 차별 등으로 정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제3국행을 선택하거나 심지어 재입북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어 이들의 국내 정착 과정의 어려움을 경감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현황과 문제점을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새터민들의 정착을 지원하기 위해 북한이탈주민대책협의회 구성, 거주지보호담당관, 취업보호담당관, 신변보호담당관, 지역적응센터 등 각종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또 보호 대상 새터민에 대한 사회적응교육, 정착금 지급, 주거 지원, 취업 지원, 사회 보장, 교육, 상담 등 이들의 순조로운 정착을 위해 다양한 제도와 체계를 갖춰 지원하고 있다.
인권위는 “그러나 경제적 안정을 위한 취업을 돕기 위해 실시되는 직업훈련이 실제 취업여부 및 취업 직종 등에 관계없이 일정 시간 훈련을 이수하거나 자격증을 취득하면 훈련수당 또는 장려금이 지급돼 직업훈련과 실제취업과의 연계성을 강화하고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고용확대 정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바라봤다.
인권위는 또 “현재 새터민이 국내 입국 후 1년이 경과해 보호를 신청할 경우 보호 대상에서 원천적으로 제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 제3국에 체류하는 동안 생존을 위해 보호신청을 하지 못한 경우 △입국해서도 취업과 차별적 시선 의식해 신분 밝히기를 꺼려 신청 못한 경우 △국내 체제에 대한 적응의 어려움 등으로 신청 못한 경우를 들었다.
인권위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할 때, 입국 후 1년이 경과해 보호신청을 할 경우 보호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관련 법률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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