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 외국인 체류자는 무려 143만 명을 넘어 섰다.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변화했다는 증거다. 이에 따라 다문화가정도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대부분 이주여성들은 결혼으로 인해 한국에 왔다. 이들은 한국에서 언어와 문화 등을 새롭게 익히고 또 다른 삶을 꾸려나가기 위해 애쓴다. 낯선 나라 한국에서 희망을 배워가는 이주여성들을 만나봤다.

수공예 홈패션 하모니하우스
지난달 13일 오후 2시 인천 연수구 연수동 소재 연수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하모니사업단의 한 공방. “드르륵~ 드르륵” 재봉틀 소리가 쉬지 않게 들린다. 재봉틀 사이 위로 수북이 쌓인 천들을 어루만지며 바쁜 손놀림을 하는 등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다문화이주여성들은 중국, 몽골 등 총 3명, 그리고 한국인 2명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은 한 땀 한 땀 구슬땀을 흘리며 주문이 들어온 근처 어린이집 선생님들의 앞치마를 손 수 만들고 있다.
그 중 공방 반장 화차이돌고르마(33) 씨가 제일 바쁜 손놀림을 자랑한다. 화차이돌고르마 씨는 몽골에서 온 이주여성이다. 한국에 온 지는 6년 정도 되었다. 여행 중에 만난 지금의 한국 남편과 결혼해 6살인 딸 하나를 두고 행복한 가정생활을 꾸려 나가고 있다. 같이 공방에서 작업하는 동료들은 그녀를 ‘더기’씨라고 줄임말로 그녀를 친근하게 부른다. 화차이 씨는 몽골에서 어릴 적부터 어머니가 하는 재봉틀 일을 도운 경험이 있어 매우 능수능란하게 재봉틀을 다룬다. 이 때문에 센터에서 수공예를 잘하는 것으로 호평 받는다.

화차이 씨는 “다문화센터는 아는 친구의 도움으로 오게 되었다”며 “재봉틀 하는 것이 좋아 수업을 받기 시작했다. 꾸준히 일을 하게 된 것은 2년 조금 넘었다”고 말했다.
화차이 씨가 주로 만드는 것은 가방, 앞치마, 파우치 등 홈패션 상품들을 직접 디자인부터 작업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솜씨가 좋아 새로 들어오는 이주여성참여자들에게 기술을 알려주기도 한다.
화차이 씨가 만든 것 외에도 공동 작업한 이주여성들의 만든 제품들은 작업실 한 편에 진열되어 있다. 다양한 패턴이 눈에 띄는 기저귀가방부터 방석, 어린이가방, 에어컨 커버 등 예쁜 디자인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박소영 연수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하모니사업단 실장은 “하모니 하우스는 수공예 홈패션을 제작·판매하는 곳으로 모두 이주여성들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것들이다. 그들은 편리하고 예쁜 디자인을 선호하며 좋은 제품들을 만들기 위해 고민 한다”고 자랑했다.
하모니사업단은 지난 2012년 1월 4일부터 지역공동체일자리사업으로 시작되었다. 연수구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한국생활의 조기정착과 안정적인 가정생활을 지원하고자 인건비 및 운영비, 재료비 등을 지원하며 일자리 제공에 도움을 주고 있다.
박소영 실장은 “기술력을 향상시키고 상품 제작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매년 홈패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며 “1년에 2번(상반기, 하반기)에 걸쳐 이주여성들의 참여자 모집을 통해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10분까지 교육을 통한 일자리를 제공하여 급여도 지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주력상품으로는 앞치마와 파우치, 방석과 쿠션이 제작 판매되고 있으며, 입소문을 통해 주문량이 늘었다. 제품의 디자인과 원단의 질을 최근 인정받아 노인인력개발센터, 연수구청, 어린이집 등 연수구 관내 기관에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아이를 위한 엄마의 배움의 시작
지난달 15일 오후 1시 40분. 경희대캠퍼스 청운관 7층 한 강의실에서 다문화이주여성 대상으로 작은 강의가 실시됐다. 바로 동화구연 수업.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책을 소리내어 읽어주는 동화 구연이 아닌 조금은 독특한 수업방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주사위상자처럼 생긴 독특한 동화 구연 입체 형태의 책을 만들기 위해 가위로 종이를 오리고, 그림을 그려보는 식의 다양한 모양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는 것.
그 중 캄보디아에서 온 희야(24) 씨는 수업을 들은 지 얼마 안 되어 앞에서 열심히 설명하는 선생님 말을 듣고 따라하며 어설픈 가위 솜씨로 오려붙이는 등 조금 버거운 듯 보였다.
희야 씨는 국제결혼으로 인해 3년 전 한국으로 왔다. 현재 16개월 된 어린 아들을 두고 있는 초보 엄마다. 낯선 한국 땅에서 무엇을 배워보면 좋을까 고민하다 아이를 위해 동화 구연 수업을 택했다.
희야 씨는 “초보엄마이다 보니 아들에게 재미있게 놀아주는 방법으로 동화구연이 좋다고 생각했다”며 “배운지는 한 달 되었으나 큰 어려움 없이 재미있게 수업을 즐기고 있다”고 소감을 말했다.
희야 씨가 듣는 동화 구연 수업은 동대문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실시하는 것으로 ‘마음이 열리는 신나는 동화구연’이라는 주제로 지난 4월 17일 실시해 6월 26일까지 매주 목요일 오후 1시30분부터 3시30분까지 총 10회 수업이 진행된다. 운영대상은 다문화가정 동화구연 희망자 15명으로 구성되었다. 수업을 모두 이수 받을 경우에는 수료증이 주어진다.
희야 씨는 “수료증을 받으면 근처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등에서 아이들에게 동화구연 들려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바람을 말했다.
이날 희야 씨가 만든 것은 박스동화 만들기로 화술 구연기법에 대해 배울 예정이다.
이승주 동대문도서관 정보과 담당자는 “평생학습지원협력관계 지정인 동대문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연계하여 올해 다문화가정 대상으로 기획된 찾아가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 것”이라며 “ 프로그램이 끝나면 올해 수업을 받은 대상자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내년에도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효과적인 평가가 되면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편견 벽 허무는 다문화 사회 정책 이룩해 나갈 필요
한국은 이미 다문화사회로의 전환기에 접어들었다. 이는 종족적, 문화적 단일성에 대한 강한 신념을 유지해온 한국사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 체류자는 전체인구의 약 2.6%로서 1990년 대 후반부터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한국사회의 새로운 사회현상이다.
특히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늘어난 국제결혼 이주여성을 주목해야 한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추진된 정부의 다문화가족 지원정책은 결혼이주여성의 적응에 초점을 맞추어 왔다. 결혼이주여성 14만1654(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통계연보 2010)명이다. 매년 외국여성과의 혼인 건수는 2001년 9684, 2005년 3만719건으로 정점을 이루고 2011년 2만2265건(통계청, 2011혼인· 이혼통계)이다. 국제결혼 출생 자녀수는 2009년에 99만7000명이며, 2020년에는 302만7000명으로 약 2배 증가할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결혼 이주여성의 출신국가는 베트남이 제일 많았으며, 그다음으로 필리핀, 캄보디아 등으로 출산성향이 높은 국가들로 구성된 것으로 밝혀졌다.
외국인 체류자의 취업은 주로 단순인력이 40.7%, 결혼이민자가 11.2%, 유학생이 6.9%, 전문 인력이 3.5%로 집계되었다.
김태현 성신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결혼이민자는 국적까지 취득할 수 있는 ‘정주형 이주민’ 이 될 가능성이 크며, 한국국적인 자녀를 출생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정책대상”이라며 “결혼이주여성 적응정책은 한국이 다양한 문화를 아우르는 사회통합으로 갈 것인지. 배제사회로 갈 것인지, 나아가 20-50클럽에 가입한 한국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될 것인지 또는 걸림돌이 될 것인지를 앞으로 좌우하는 중요성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맞춤형 취업 정책 요구방안 과제
결혼이주여성 맞춤형 취업교육 정책은 현재 활발히 진행돼 서울시 및 지자체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및 문화센터 등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교육 이수 후 취업과의 직결은 아직 미흡한 고용정책으로 인해 사실상 어렵다는 반응이다.
박소영 연수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하모니사업단 실장은 “다문화가정은 경제적으로 부유하지 않아 안정된 일자리가 필요함에도 한시적인 고용상태를 벗어나지 못해 취업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따라서 센터에서는 다문화이주여성 취업 문제를 고려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설정할 계획에 있다. 이러한 부분을 정부 및 지자체와 협약을 통한 실용성 있는 지원을 할 수 있는 설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박소영 실장은 “앞으로 이러한 측면이 고려된다면 안정된 일자리를 보장받아 결혼이주여성들의 조기정착에 커다란 도움이 될 것이며 센터의 추천을 통한 중소기업 취업에서도 유능한 인재를 고용할 수 있는 형태로 변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여 말했다.
결혼이주여성들의 경제활동욕구는 커지고 있지만 그들이 요구하는 일과 실제로 할 수 있는 일이 상충된다는 점이 다문화이주여성 취업부분에 있어 문제점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특화된 교육으로 풀어 나가야 할 과제라는 것이 일부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다문화사회정책연구소 관계자는 “결혼이주여성들의 특성을 고려한 파트타임직 등 구제적인 대안이 절실하다”며 “정부부처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지원 일선 담당자도 업무가 다원화되어 있다 보니 취업정책에서는 중복되는 사업이 많은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결혼이주여성들을 특성별로 분류하여 취직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과 취직을 위해 교육이 필요한 사람 그리고 생활수준 등 경제적 취약계층을 고려한 시스템부터 확충하여 특성을 구분한 다양한 맞춤형 프로그램을 지향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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