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II _ 마을공동체 : 품앗이 공동육아

지난해 불거진 어린이집 비리 문제와 얼마 전 발생된 세월호 사건을 통해 아이들 보육과 안전에 대한 학부모들의 관심과 걱정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남의 손에 아이를 맡기기 보다는 엄마들이 모여 아이들을 함께 키우고 돌보는 ‘품앗이 공동육아’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품앗이 육아를 실시하고 있는 사례를 통해 사회적 돌봄의 가치과 의미에 대해 알아본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신사종합사회복지관, 은평 품앗이 육아, (사)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서울시청

지난달 3일 신사종합복지관 3층 강당에서 은평 품앗이 육아에 참여하는 어머니들의 정기모임이 있었다. 16명의 어머니들이 참석한 가운데 달님반의 주최로 진행된 이번 총회는 싱글벙글송을 시작으로 문을 열었다. 이현주(승연 엄마) 은평 품앗이 육아 2기 회장은 공동육아의 의미에 대한 강의를 마친 뒤 혜은 엄마 홍선아 씨에게 ‘품앗이’의 의미에 대해 물었다. “매일 집에서만 아이와 놀아 줄 수 없다. 우리에게 품앗이 육아는 꼭 필요하다. 애들에게는 이곳이 놀이터이자 엄마에게는 힐링 장소”라고 답했다. 이현주 씨는 “은평 품앗이 육아 울타리 안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멤버들끼리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모임에 대한 어머니들의 관심을 촉구했다. 또 “서로 예민한 부분은 존중하고, 감사와 배려, 협력의 모습을 보이며 함께 성장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
이후 PPT 영상을 통해 동화 ‘곰 사냥을 떠나자’ 책읽기를 가진 뒤, 놀이 활동이 진행됐다. 나비와 잠자리가 그려진 OHP필름지 위에 스티커를 붙여 아이와 함께 활동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눈은 어디 있나요’ 노래를 따라 부르며 아이와 엄마는 서로의 눈과 코와 입에 스티커를 붙이면서 교감했다. ‘사랑해’ 노래를 부르며 정기모임을 마쳤다.

책을 매개로 품앗이 육아 시민의식 나눈다
서울시는 마을주민이 함께 아이를 키우고 돌보는 육아공동체 30 곳에 총 5억 4200만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원사업 분야는 ▲품앗이 육아를 통한 종일·일시·방과후 돌봄 ▲동네 육아사랑방 ▲육아용품·장난감 나눔터 등 6가지 분야로 나뉘어 다양한 공동육아 사업이 실시되고 있다.
이현숙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돌봄사업 팀장은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 첫해에는 12개의 공동육아 마을공동체가 참여했고, 품앗이 공동육아는 7곳이었다”며 “올해는 품앗이 공동육아 참여 팀이 더 많아져 전체 30곳 중 10 곳이 품앗이 육아 팀이 지원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숙 팀장에 따르면 품앗이 육아 모임은 보통 5~10명을 한 그룹으로 구성하고, 인원수가 10명이 넘어서면 관계망을 형성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공간이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어서 참여자들의 집을 돌아가면서 장소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지정된 공유 공간이 없어 1년 이상 모임을 지속시키기 어려운 것이 단점이다.
이 팀장은 “품앗이 육아는 연령에 맞춰 그룹을 만들고 애들이 자라남에 따라 모임이 따라가는 부분이 있어 새로운 가구가 유입되는 게 쉽지 않다”며 “어린이집은 순환구조가 원활하지만 품앗이 모임은 힘들다. 하지만 공간이 있으면 ‘순환’은 지속가능하다. 복지관에 공간을 마련한 은평 품앗이 육아 모임은 운이 좋은 사례”라고 소개했다. 
은평 품앗이 육아는 2012년 북스타트 행사를 통해 알게 된 엄마들이 품앗이 동화책 읽어주기를 하면서 결성됐다. 그해 가을부터 2013년 초까지 꿈나무도서관에서 주민에게 공간을 개방해 모임을 이어왔다. 이후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은평 품앗이 육아’가 시작됐다.
이현주 은평 품앗이 육아 회장은 “책이 연결고리가 된 품앗이 육아가 일상생활 속에서 나누기 힘든 부분을 나누고 감사함과 배려를 공유했던 것이 공동체를 지속시킬 수 있는 힘이었다”고 회상했다. 
은동이(은평 동화 읽는 아이)들은 별님반(6~12개월), 달님반(12~24개월), 햇님반(24~36개월)로 나뉘어 주 2회 월·수(햇님반), 화·목(달님반·별님반) 팀으로 품앗이 육아가 진행된다.
홍경희 신사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는 “책과 관련한 주제를 선정해 어머니들이 돌아가면서 활동 준비를 한다. 어머니들이 재능이 많으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다. 공동체의식이 잠재되어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공동육아 마을공동체 30곳에 사업규모에 따라 최소 300만~최대 4000만 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이현숙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 돌봄 사업 팀장은 서울시로부터 마을공동체 컨설팅을 의뢰받아 공동체 교육과 행사를 진행한다. 참여자들에게 그간 30년 간 경험했던 공동육아, 협동, 자연과 생태의 중요성에 대한 생각을 나누고 있다.   
이현숙 팀장은 “품앗이 공동육아는 자신의 품을 나누고 아이들을 돌보는 마을지향 공동체 사업이다. 모임의 아이 뿐 아니라 다른 아이도 함께 키우는 방향으로 넓어지게 하는 ‘마을지향’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은평 품앗이 육아는 마을공동체의 지향점을 ‘우리가 살고 싶은 마을’로 정하고 감사, 나눔, 배려, 협력의 가치를 내세웠다. 이현주 은평 품앗이 육아 회장은 “마을공동체 구성원은 솔선수범해서 지역사회의 건강과 발전을 보여주는 역할을 맡는다. 작년 하반기에는 공동체교육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공동체의 의미와 가치에 대한 부분을 회원 어머니에게 지속적으로 알려 자연스럽게 체화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현주 씨는 “품앗이 육아는 엄마들이 모여 단순히 내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을 공유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관심을 갖고 시민의식을 함께 이야기 나누는 장”이라고 주장했다.               

아이의 인성발달·부모의 재사회화 돕는 공동육아
은평 품앗이 육아 참여 어머니들은 각자 자신의 재능과 각자의 모임을 위해 나누고 있다.
어머니들의 재능으로 진행되는 ‘엄마표 수업(엔젤데이)’ 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강당에서실시된다. 엄마표 놀이활동 시간으로 악기놀이, 미술놀이, 체육활동 등을 진행한다.
맘스데이는 엄마들이 공부하는 날로써, 5층 육아사랑방에서 엄마들을 위한 도서를 정해 독서 토론을 실시한다. 챕터별로 발제자가 1~2가지 주제를 선정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부분을 준비해온다.
이현주 씨는 품앗이 육아가 아이의 발달과 엄마의 성장을 함께 도모하는 것을 강조했다.
“맘스데이 수업을 하면서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서로 이야기 나누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생각하게 되어 역지사지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먼저 아이를 키워본 엄마들의 노하우도 전수받고요.”
강사가 이끄는 대로 일방적으로 따라가는 수업이 아니라 엄마들 스스로 정성을 쏟은 수업으로 ‘아이 중심의 교육 방식’을 고수할 수 있었다. 
“품앗이 육아가 힘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어릴 때는 엄마품이 제일 좋습니다. 눈 한 번 마주치고 같이 책 읽는 것이 엄마와 아이 간 유대감을 쌓을 수 있기 때문에 힘들지 않습니다.”        

아이와 어른 살리는 ‘돌봄’ 절박
서울시로부터 지원을 받는 공동육아 마을공동체는 길어야 3년 밖에 되지 않았다. 이현숙 공동육아와 공동체 교육 팀장은 “마을 공동체들은 같은 동네에서 앞으로도 살아가게 될 것”이라며 “사람이 성장하는 데 기간이 있다. 향후 10~20년 어른들이 같이 부비고 살아가면서 관계망을 만들면 ‘전통적 가족’의 개념이 아닌 ‘사회적 가족’이라는 새로운 형태가 만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여러 사람이 모이고 공동육아를 하다보면 다양한 육아관과 가치가 상충하면서 갈등이 발생한다. 이현숙 팀장은 “아이의 생활을 이해하기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생각이 달라지고, 타인에 대한 생각과 감각이 넓어진다”고 말했다.
아이와 잘 놀아주어야 하지만 엄마들 중엔 놀아주는 법을 모르는 경우도 있다.
“엄마들이 놀이하는 것을 잊은 거예요. 놀이 감각-사회적 감수성이 짓눌려 있는 것이죠. 공동육아는 엄마들이 영유아기 때 가졌던 감각을 되살리며 삶, 생명, 자연, 사람에 대한 감각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이 팀장은 개인주의 사회에서 ‘공동육아’의 필요성에 대해 힘주어 말했다.
그는 “시장의 지배를 받고, 개인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에서 ‘서로 돌봄’은 이상적인 말이 아니라 절박하게 필요하다”면서 “공동육아는 아이들에게 ‘우정’이 무엇인지 알게 해준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몸에 배어 경쟁심이 아닌 다른 감각을 갖게 된다. 내 주변에 상대가 있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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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_햇님반 예은 엄마 김민경(신사1동) 씨

“우리 아이 첫 번째 사회경험, 품앗이 육아”

올해 2월에 오픈수업을 듣고 은평 품앗이 육아에 합류하게 됐다. 네 살 된 예은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려던 중 어린이집 비리 문제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예은이가 평소 놀이터에서 또래 친구들과 놀 때 소극적인 부분이 있어서 염려가 많았던 김민경 씨. 문화센터에서는 함께 어울리는 활동보다 강사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아 아쉬워하곤 했다.
김 씨는“놀이터에 나가도 잠깐 얼굴 보는 정도여서 몇 호에 누가 사는지 알 수 없었는데 복지관에 오면 보는 친구들이 늘 있고, 예은이가 사회를 경험하게 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좋아하는 친구, 싫어하는 친구가 생기고 관계 속에서 문제를 풀어가면서 아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육아에 대한 참된 자세와 고민을 가지게 된 것도 은평 품앗이 육아에 참여하면서 얻은 큰 수확이다. 엄마들 사이에서도 가깝게 지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김민경 씨는 품앗이 육아 모임을 통해 엄마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것들을 배울 수 있었다. 
얼마 전에는 김민경 씨 주최로 엄마표 수업을 진행했다. 구름을 소재로 하여 그림책을 읽고 구름을 느낄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한 구름놀이 활동으로 수업을 구성했다. 나뭇가지에 걸린 조각구름과 목화꽃 말린 것을 보고 벽에 구름 모양을 만들어 보는 활동을 했다. 수업 준비는 김 씨가 행사준비 때 쓰는 데코레이션들로 마련했고, 인터넷으로 엄마표 수업 정보를 찾았다. 
김민경 씨는 “엄마의 입장에서 보다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수업이 진행됐어야 했는데 어려웠다”는 소회를 밝혔다.
품앗이 육아를 통해 예은이에게 없던 언니와 오빠, 동생이 생기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점이 만족스러웠다고 밝혔다. 일주일에 두 번 정해진 요일에 1~2시간 만나는 사이라 틀에 맞춘 공동체 생활이 아닌 자연스러운 공동체여서 좋았다고 덧붙였다.
“마을공동체 사업을 통해 내 생활이 달라지는 게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찾아보면 갈 수 있는 곳이 있고, 내 생활을 더 풍성하게 해요.”

인터뷰_햇님반 나연 엄마 원지영 (역촌동) 씨

“품앗이 육아는 ‘함께 나눔’에 의미”

 작년 8월 꿈나무 도서관의 북스타트 교육 받으러 갔다가 모인 어머니들과 친해지면서 원지영 씨는 은평 품앗이 육아에 대해 접했다. 나연이가 활동적으로 바뀌고 호기심이 왕성해졌던 시기라 엄마로서 해 줄 수 있는 부분에 있어서 한계를 느끼곤 했던 때였다. 품앗이 육아에서 활동하면서 나연이는 친구들과의 스킨십도 거리낌 없이 하면서 적극적으로 유대관계를 맺었고, 전보다 부쩍 책에 관심이 늘었다.
원 씨는 양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나연이에게 전집을 사다주곤 했었는데 이제는 좋은 책을 알아보는 눈이 생겼다. 맘스데이 하면서 미처 몰랐던 부분을 다른 엄마들이 짚어내기도 했고, 반성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했다.
“12개월 이후부터 아이들이 같이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엄마들이 노력을 많이 해요. 다만 아쉬운 건 아이들이 너무 어려 따라와 주지 못한다는 점이죠.”
원지영 씨는 그 동안 했던 엄마표 수업 중 크리스마스 트리 사진 종이컵에 붙이기, 동물책을 읽고 동물 그려보기, 신문지 놀이, 종이박스를 잘게 잘라 찍어보기 등의 활동이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수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으나 막상 참여하면서 “다 같이 잘하려는 모임이 아니라 함께 나누려는 모임”임을 깨닫게 됐다.
수업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활동을 그만두는 회원도 생겨날 정도로 엄마표 수업 준비는 녹록치 않다. 원 씨는 수업 준비를 위해 책을 구입하고 문화센터에서 배운 것과 스마트폰 어플에서 정보를 얻었다. 작년에는 2인 1조로 엄마표 수업을 진행했는데 올해는 각자가 홀로 수업을 구성해 석 달에 한 번 꼴로 수업을 맡게 됐다.
내 수업 때만 참여하거나 참석률이 저조한 회원들을 보면서 안타까웠다는 그는 “품앗이 육아 모임이 내 일상에 중요하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동체의 안정적 지속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분명히 하고 자신의 재능을 살려 수업을 하며, 서로 배려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주의 사회이고 각박하잖아요. 내 아이만 잘 키우는 게 아니라 ‘우리 애들’을 같이 키우면 사회성이 더 좋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나눔은 ‘우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아이들이 같이 자라나는 모습을 보는 것이라 생각해요.”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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