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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빛 찬란한 여름 나무처럼, 그의 젊음이 아롱지다
박선미 기자 | 승인 2014.07.01 10:20

삶과 이웃 _ 김세윤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

김세윤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는 한 여름 초록빛을 뿜어내는 나무 같다. 더운 날 그늘을 만들어주고 바람에 실려 내뿜는 피톤치드는 마음에 청량감을 안긴다. 곁에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묘한 위안이 되는 나무. 늘 그 곳에 언제나 있을 것만 같은 편안함이 그에게 있다.
이 안정감은 김 강사 스스로를 바라보는 시선의 곧음에서 비롯된다. 장애를 좋다, 싫다 판단하지 않고 자체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 자신을 받아들이자, 비장애인을 이해할 수 있는 여유도 생겼다. 서른 셋 푸르른 젊음을 간직한 김세윤 강사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학교라는 틀을 벗어나 처음으로 자유를 만끽하게 되는 푸르고 어린 나이 스무 살. 해 보고 싶은 것도 많고, 꿈도 많았을 그 시절. 김세윤 강사는 갑작스러운 오토바이 사고로 한 순간에 삶이 바뀌게 되었다. 사고 당시의 기억을 잃은 그는 눈을 떠보니 병원이었고, 경찰로부터 새벽에 목격자도 없는 가운데 불법 주차된 차와 오토바이가 충돌이 있은 뒤 청소부에 의해 병원으로 실려 왔다는 소리를 들었다. 다행히 머리는 다치지 않았지만, 하반신은 의지대로 쓸 수 없게 되었다. 재활병원으로 옮기면서 걷지 못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사고 난 후 3~4달이 지났을 때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게 됐다. 이불 속에서만 지내던 그를 보며 다른 환자의 보호자는 “손도 쓸 수 있으면서 그러고 있냐”며 핀잔을 주었다. 무심코 그에게 던진 말이 휠체어를 탈 수 있는 계기로 작용했다. 병원에는 또래 친구들이 많았고, 장애로 인한 상실과 고통을 잊을 수 있었다.

휠체어 타고 당당히 세상 속으로
재활과 훈련까지 병원에서 2년여의 시간을 보냈다.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내가 장애인이니 장애에 대해 알아보자’는 생각에 평택 복지대학에 입학해 재활복지를 공부했다. 장애특성화대학이었던 학교는 장애학생들을 많이 선발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려면 기관에 가서 자원봉사활동을 하며 얼굴을 알려야 한단 소리를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구리시장애인종합복지관으로 휠체어를 타고 봉사활동을 하러 갔습니다.”
기관에서도 장애인이 직접 봉사활동 문의를 하러 오는 경우가 흔치 않아 놀라워했지만, 곧 그에게 지적장애인 학습지도라는 활동을 맡겼다.
스스로 알아보고 적극적으로 움직인 결과는 추후 김 강사에게 좋은 성과를 가져다주었다. 졸업 후 취업한 남양주시장애인복지관은 구리시 복지관과 같은 법인으로 인사이동이 많았고, 학기 중에는 남양주시장애인복지관으로 실습을 하게 됐다.
졸업 후 남양주시장애인복지관에 취직되어 직업재활팀에서 3년 넘게 근무했다. 복지관에서는 취업알선이 주 업무였다. 업체개발을 위해서 외근을 많이 나갈 수밖에 없었는데 도농복합도시인 남양주시 특성상 도보길이 자갈이 많고 업체가 2층 건물에 위치해 있는 등 활동 여건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복지관에서 장애인을 자주 접하면서 취업 상담을 한 것은 장애인식개선교육 강사로 활동할 때 학생들에게 다양한 장애 유형에 대해 설명함에 있어 도움이 되었다.   

김 강사는 엉덩이 고관절 문제로 복지관을 퇴사했고 지친 몸과 마음을 돌보며 휴식기간을 가졌다. 건강 때문에 하루 종일 회사에 매달려 할 수 있는 일보다는 자유롭게 시간을 운용할 수 있는 일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후배가 장애인식개선센터에서 일을 하고 있었고, 소개를 받았다.
장애인식개선 교육강사로 활동한지 올해로 3년 째. 장애인식개선 교육 강의는 학교 규모가 작을 때는 학생 전체, 학년 별 또는 반을 나뉘어 여러 강사들이 강의를 하기도 한다. 주로 통합학급에서 강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학생들에게 인식개선 교육을 할 때 꼭 자신의 경험담 이야기를 넣는 편인데 아이들의 집중도가 가장 높이 나타나는 부분이기도 하다.
“오토바이 타지 말라고 해도 애들은 탑니다. 다만 안전하게 신호 지키면서 타라고 얘기하지요.”

장애인이 원하는 도움·배려하는 에티켓 필요
장애 친구들과 어울려서 사는 법을 주 내용으로 강의한다. 초등학교 저학년 같은 경우는 어울림에 있어 거부감이 덜한 편이지만, 중·고등학생만 되도 장애 친구들을 배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장애인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장애인은 살아가는 방식이 비장애인과 다르다는 것을 강조한다. 장애학생과 비장애학생 간 문제가 있는 반 같은 경우에는 자폐성장애학생이 속해 있는 반 이야기를 예로 든 동영상을 보여주면서  학생들이 조화롭게 어울리며 살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시청 후에는 아이들과 소통하는 시간을 통해 생각을 나눈다. 김 강사도 어렸을 때 장애 친구를 괴롭힌 적이 있다고 고백하면 학생들이 공감하는 태도를 보였다. 비슷한 기억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학생들 간 거리를 좁혀 나갔다.
“한 초등학교에서 강의할 때, 어떤 학생이 아버지가 일하다가 손가락이 잘려 장애가 있다는 얘길 한 적이 있습니다. 부모님의 장애 얘기를 꺼내기 쉽지 않았을텐데 그 친구 말이, ‘(부모님께) 도와줄 수 있는 건 도와드린다. 부모님이 창피하지 않다’고 말했을 때가 기억납니다.”
또 한 가지 기억에 남는 학생은 김 강사가 ‘장애인을 도와줘야 될까’라는 질문에 ‘(장애인이)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도와줘야 한다. 아무 때나 도와주면 상대방이 싫어할 수도 있다’고 답한 친구였다.
“장애인을 보면 무턱대고 도와주려는 분이 있습니다. (도와준다고) 뒤에서 휠체어를 밀면 깜짝 놀랍니다. ‘무슨 도움이 필요하냐’는 한 마디만 건네면 되는데, 그런 분들이 드물어요. 제 곁으로 와서 지켜보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스트레스 덜 받고 맘 담아두지 않는 성격, 장애극복 원동력

비장애인들이 그에게 ‘아프면 집에 있지’라고 말을 할 때도 김 강사는 크게 마음에 담아두지 않는다. 장애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말들과 시선에 일일이 상처받으면 장애인으로서 살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다.
“장애 초반에는 신경이 쓰였습니다. 나를 내려놓으니까, 남들이 쳐다보든 말든 신경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제 뒤에서 쑥덕거리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교육을 요청한 통합학급 이외에도 다른 반 학생들도 장애인색개선 교육을 들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했다.  
강의는 주로 학생들 위주로 진행되지만, 교직원이나 학부모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할 때도 있다. 어른들은 학생들보다 집중도가 높지만, 학생들과는 다르게 질문에 대한 대답이 없고 분위기가 무거운 편이라고.
학생들은 일 년에 몇 번 의무적으로 장애인식개선 교육을 받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어른들은 의무의 강제성이 낮다. 장애인식에 대한 부모교육이 필요하지만 교육이 활성화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어른들부터 바뀌어야 아이들이 바뀌기 쉽습니다. 통합어린이집의 부모들도 같은 반에 장애아이를 넣지 말라고 하기도 합니다. 그만큼 비장애인이 장애에 대한 편견이 많습니다.”
장애인인식개선 교육강사로 활동하지만, 아직 사회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됐다는 것을 크게 느껴보진 못했다. 장애인전용주차장 경우만 보아도 아파트에서 말이 많이 나오고, 단속을 강하게 하지 않아 비장애인들이 전용주차장에 차를 주차시켜 놓는 경우도 많다.
생각도 별로 없고, 스트레스도 잘 안 받는다는 김 강사의 꿈은 “더 이상 아프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늘 앉아서 생활하기 때문에 앉는 부분에 압력이 크고 늘 주의해야 하기 때문이다.
“장애는 어느 순간부터 평생 나와 같이 가야 되겠다 싶었습니다. 싫어하지도 좋아할 필요도 없고요. 전 지극히 현실주의자입니다. 멀리 바라보고 살지 않아요.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자주의죠. 맘에 크게 담아두는 성격도 아니고. 이런 제 성격이 장애 극복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글/박선미 기자
사진/김세윤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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