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는 다르게 요즘 엄마들은 어려운 육아고민을 자치구와 함께 나눌 수 있게 됐다. 지난해 5월부터 서울시에서 각 구에 보육반장을 모집해 교육하고 동네마다 육아정보와 적재적소에 연계하도록 하여 상담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제공했다.
특히 동작구는 지난 2월부터 ‘보육과 주부 취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구는 보육반장 5명을 선정하고 1~3개 동별로 배치, 육아지원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또한 최근 녹색장터를 열어 동네엄마들과 직접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홍보 겸 소통의 자리를 만들어 큰 관심을 받았다.

두 번째 열리는 찾아가는 벼룩장터
“이거 아기 신발 사이즈 몇 이에요?”
“130이에요”
“얼마인가요?”
“그건 브랜드 꺼 라서 조금 비싸요. 음, 7000원 받을께요.”
“ 그럼 저건 얼마인가요?”
“ 그건 5000원이구요, 그건 좀 더 큰 사이즈에요.”
지난 6월 26일 오전 11시, 서울시 동작구 상도3동 ‘빙수골 마을공원’. 이곳에서는 동작구 우리동네 보육반장 5명의 주최로 마련된 찾아가는 녹색장터가 오전 10시부터 12시까지 열렸다. 이날 햇볕이 내려쬐는 더운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지역주민들이 참여했다. 유모차를 끌고 어린 자녀와 함께 찾아오는 초보 엄마도 눈에 띄었으며, 다양한 아기들의 용품을 공원의 한 자리에 차지해 돗자리를 깔아놓은 뒤 1000원부터 5000원까지의 가격표를 내걸고 파는 주민들의 모습도 있었다. 장터에 나온 물건들은 아이들이 입었던 옷, 책, 신발, 가방, 모자, 그릇 류, 장난감과 직접 만든 쿠키, 머리핀 등이 주를 이뤘다.
이날만큼은 지역주민이면 누구나 현장에서 판매자로 등록할 수 있고, 구매자로 물건을 살 수도 있다. 사실 이번 장터는 지난 6월 11일 대방동에서 처음 열린 녹색장터 이후로 두 번째다.
아기 띠를 둘러메고 지나가던 한 아이의 엄마가 보행신발을 구입했다. 쓴지 얼마 안 되어 보이는 보행신발은 중고지만 깨끗해 보여 마음에 드는 눈치다. 아이엄마는 판매주민에게 “맘에 들어요. 많이 파세요”라고 말하며 덕담 인사말을 던졌다.
또 다른 아이엄마가 이제 막 돌이 지나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둘째를 위해 무릎보호대를 5000원에 구입했다.
아이엄마는 동작구내 ‘곽씨부인’이라는 육아카폐를 통해 공지된 녹색장터 홍보글을 보고 참여하게 되었다고 했다. 아이엄마는 “지난번에는 첫째 아이의 물건을 팔기 위해 참여했으나 이번에는 물품을 사는 사람의 입장으로 방문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내 보육반장들이 주최하는 이런 열린 장터를 통해 오다가다 만나는 엄마들의 자연스러운 소통의 자리로 한몫하고 있는 것 같아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장터가 종종 열렸으면 좋겠다”며 소감을 말했다.
12세 딸이 사용했던 물건을 팔려고 참여한 김정자(40) 씨는 “개인적으로 육아카폐를 전에 했던 경험이 있는데, 혼자 카폐를 운영하면서 여러 부분에서 다른 엄마들과 정보를 나눠줘야 하고, 모임을 개설해야 하는 등 혼자서 모든 걸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커서 어려웠다”며 “이렇게 동네보육반장을 통해 개인적으로 할 수 없었던 부분을 해결해 주고, 장터와 같은 넓은 의미로 다가가는 열린 정보를 나눌 수 있게 하는 자리를 마련해 주는 점 등만 해도 여러 가지 혜택과 도움을 받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줌마 뚝심으로 시작하다
장터 한복판에는 발로 뛰며 참여한 주민들에게 취지 설명을 하고, 물건을 사고 팔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보육반장들의 숨은 노력들이 곳곳에 있었다.
올해 2월말 시작한 임정희(39) 씨는 중학생인 두 자녀를 두고 있는 평범한 엄마다. 정희 씨는 보육반장을 하기 전 아이들을 키우며 궁금한 점이 많았다. 직접 구청에 찾아가서 열린 정보를 살펴보기 위해 나서기도 하고, 전화 상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늘 한계점이 있었다. 바로 혼자서 많은 정보를 알아내야 한다는 것.
최근에 서울시에서 지원한 제도인 우리동네 보육반장을 알게 된 정희 씨는 바로 교육신청을 했고, 자신이 직접 보육반장이 되어 지역주민의 엄마와 나눌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직접 발로 뛰며 노력하고 있다.
정희 씨는 “성격과 맞는 일인 것 같아 즐겁게 일하고 있다”며 “아직 활성화 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녹색장터를 통해 보다 많은 주민들이 알기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하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희 씨는 “보육반장은 육아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중간 매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지역 특성에 맞게 다양한 매뉴얼을 만들어 찾아가는 정보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로 출산 정보 상담을 맡고 있는 이혜선(45) 씨는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던 전 직업을 살려 지난해 5월 보육반장이 되었다. 혜선 씨는 “구내 등록된 출산가정 중에서 보육반장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초보 엄마들에게 상담을 하고 있다”며 “모든 것이 처음인 엄마들에게 주변 소아과병원이 무엇이 있는지부터 육아 고민을 해결해 주면 반응이 대게 고마워한다. 이런 일을 통해 큰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혜선 씨와 정희 씨 등 5명의 보육반장들은 앞으로 활성화 시킬 수 있는 홍보활동과 더불어 손길이 안 닿는 엄마들의 어려운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기 위해 적극적인 도움을 주겠다며 입 모아 포부를 밝혔다.

 

보육반상회 등 육아네트워크 사업 인기
우리동네 보육반장은 서울시가 새로운 공공일자리 창출을 위해 시작한 ‘서울형뉴딜일자리’ 중 하나로 전국 최초로 시행하며 발달단계에 따른 육아상담 등 필요한 곳에 연계 및 상담을 하는 일을 한다. 보육반장은 현재 서울시 25개 자치구에 3~7명씩 배치돼 총 132명이 활동하고 있고 동작구에서는 5명의 보육반장이 2~3개 동별 1명씩 배치되어 아이에게 맞는 육아고민들을 상담, 도움을 준다.
보육반장은 재택근무와 현장 활동을 병행하면서 어린이집 소개와 소아과, 시간제 보육, 영유아 플라자 이용을 안내하는 한편 수집된 육아자원 정보를 DB화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또 출생신고시 동의한 주민들에 한해 각동 담당 보육반장들이 출산가정 전화서비스를 통해 육아정보도 제공하고 있다.
올해는 어린이집원장, 학부모 등 다양한 보육전문가를 주축으로 구성된 보육반상회를 운영해 지역 육아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는 점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보육반장들의 활동 노하우와 지역자원 정보를 빅 데이터로 활용해 보육의 질을 높여 나가고 있어 주부 및 지역 주민들에게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청자격은 보육교사 3급 이상, 유치원교사 2급 이상, 사회복지사 2급 이상 자격증을 가진 자로서 18세 이상인 서울시민이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
근무시간은 하루 2~3시간씩 주5일간 총 14간이며, 월 급여는 52만 원(4대 보험 본인부담금 포함)으로 오는 12월까지로 계약연장으로 활동한다.
동작구 육아종합지원센터 관계자는 “녹색장터 행사를 시작으로 보육반장들이 동작구 구석구석을 찾아가는 벼룩시장으로 지역장터 활성화에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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