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II _ 노인 우울증

최근 각 종 통계에 따르면 말년을 우울하게 보내는 노년층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에 따른 노인인구의 증가에 따른 문제로만 치부하기에는 그 심각성이 상당하며, 노인 우울증 증가는 노인 자살률이 높아지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경제성장을 쫓느라 제대로 된 노후를 준비하지 못한 노인층의 쓸쓸한 말로는 더 이상 외면할 수 없는 우리 사회가 짊어져야 할 일그러진 얼룩이다.

 

노인 우울증 ‘건강 문제·경제적 어려움’ 배경
지난 7월 23일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문화예술 프로그램실에서 17명의 어르신들이 모여 원예치료 수업을 받았다. 강성순 원예치료 강사의 지도로 어르신들은 바구니 안에 오이시스를 넣고 노란색, 분홍색 장미와 붉은 색의 히페리콤으로 장식했다. 어르신들이 만든 들쑥날쑥하게 오아시스에 꽂혀진 꽃들을 보며 강 강사는 “꽃도 얼굴이 있어요. 꽃을 서로 마주보게 꽂아야 안정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르신들은 잎사귀를 잘라낸 꽃대를 정성스럽게 오아시스에 꽂았다.
참여 어르신의 대다수는 일주일에 한 번 상담사에게 상담을 받는 중증의 우울증을 안고 있다. 우울증을 겪고 있지만 나타나는 증상은 가지각색. 우울증이 있어도 사회생활이 가능한 어르신이 있는가하면 집 밖 활동을 않는 어르신도 있다. 사회복지사와 상담을 받는 어르신의 대다수는 혼자 살고 있으며 자녀와의 관계가 소원해졌거나 갈등을 겪어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경우가 많다.
원혜림 노인자살예방센터 사회복지사는 “노인 우울증은 불면증을 같이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활동량을 늘리는 것이 어르신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강성순 강사는 “원예치료가 우울한 마음을 완화하고 밝은 면을 이끌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세영(가명·69) 어르신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자기치유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조화로 장미정원 만들 때 “가슴이 콩닥콩닥 뛰고 19살 소녀로 돌아간 것 같아 기뻤다”며 소감을 말했다. 사람들과 함께 집단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 “될 수 있으면 (힘든 기억은) 스쳐버리려 노력하고 전처럼 많이 울지 않고 이제는 명랑해졌다”고 말했다.
복지관을 찾기 전 오 어르신은 수술을 많이 해서 몸이 쇠약해져 우울증이 심각했다. 매일 우는 날들의 반복이었다. 혼자 살아가는 어르신은 아들 둘을 두었지만 왕래는 거의 끊겼다. 사람들이 막 말하는 것이 힘들어 관계를 잘 맺지 못하고 혼자 생활하는 날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어르신을 가장 힘들 게 하는 고통은 경제적인 부분이다. 일을 못하고 있는 지금 기초생활수급비로 살아가고 있으며 언제 수급비가 중단될지 두려움을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젊은 날 남편의 경제적 지원 없이 홀로 자식을 키우느라 노후 준비를 제대로 못한 까닭이었다. 밤에 잠을 자다가도 두려움이 밀려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어르신은 “(지원이 끊기면)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나 막막하다”고 말했다.
원혜림 사회복지사는 “노인 우울증 대상자는 경제적인 어려움과 건강의 문제를 갖는다. 대게 두 가지는 연결되어 있다”며 “우울증을 겪는 어르신은 집에 있어도 티브이를 꺼 놓고, 형광등조차 켜 놓지 않는다. 아무 것도 안하고 어둠 속에 누워 계시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외부와 단절한 채 고립된 생활을 지속하는데 사회복지사가 방문해도 문조차 열어주지 않는 때도 있다.

 

고령 여성 우울증 환자 급격히 증가
노령 인구의 우울증 증가폭이 가파르게 진행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우울증·조울증 진료현황(2013)에 따르면 최근 5년 간 우울증· 조울증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는 총 312만 명으로 진료비는 1조1900 억 원에 달했다. 특히 우울증·조울증으로 진료를 받은 80대 이상 환자는 2009년 대비 2012년에 61.5%가 급증했고, 70대 환자 증가율은 40.5%로 뒤를 이어 노인 정신 건강의 적신호를 나타났다.
우울증 환자는 성별로는 여성이 세대별로는 고령일수록 빈도수가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최근 5년 간(2007~2011) 건강보험 진료비 지급자료 결과 2011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우울증 진료환자는 70대 여성이 4천178명으로 가장 많았고, 60대(3천217명), 80세 이상 여성(2천990명) 순이었다. 특히, 80세 이상 여성은 같은 기간 인구 10만 명 당 진료환자수 증가 폭이 8.2%에 달해 가장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80세 이상 남성 6.8%, 70대 여성 5.2%이 뒤따랐다.
공단 측은 노인 우울증 증가폭이 크게 나타는 데에는 ▲경제력 상실 ▲신체기능 저하 및 각종 질환 ▲배우자 사별 ▲최근 가족제도 변화에 따른 독거노인의 증가 및 가족 내 갈등 증가 ▲노인을 공경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가 노인 우울증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했다.
노인 우울증을 경험하면 신체적 기능이 약화되고 자살을 시도할 위험도가 높아진다.
우울증 환자의 약 70%가 자살을 시도하며, 80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20대보다 5배 이상 높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본인의 치료 거부, 가족들의 무관심으로 제 때 치료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사회활동 늘리고, 주위의 지속적 관심 필요
지난달 11일 미국 할리우드 영화계는 큰 슬픔에 빠졌다. ‘죽은 시인의 사회’, ‘굿 윌 헌팅’으로 알려진 로빈 윌리엄스가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밝고 긍정적인 모습으로 희망과 사랑의 메시지를 전하던 그가 스크린 밖에서는 심각한 우울증으로 고통 받았던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안겨 주었다. 노인 우울증은 평소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어서 특히 주의가 요구된다.
노년기 우울증은 우울하다는 감정표현보다는 ‘몸이 아프다’는 신체증상과 ‘집중이 잘 안되고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등 기억장애를 호소하는 경향이 나타난다. 젊은 성인의 경우보다 슬픔의 호소가 적고, 건강염려증적인 생각이 흔해 건강과 신체적 증상에 대해 과민하게 집착한다. 죄책감, 피해망상, 질투망상 등을 보이는 경우도 있다. 불안 증상과 불면증이 두드러지게 나타나 다른 신체질환이나 단순한 불면증, 불안 증상으로 생각되기도 한다.
노인 우울증은 주관적인 기억장애가 나타나며 인지기능의 손상이 일어날 수 있으므로 심한 우울증은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도 있다. 노인 우울증 환자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인지기능의 저하를 ‘가성치매’, ‘우울증의 치매 증후군’이라고 한다. 치매 환자들이 기억력이 떨어진 것을 감추지만 노인 우울증 환자는 기억력이 떨어진 것을 강조하며 도움을 요청한다. 최근 사건 질문에 대해 치매 환자들은 기억나지 않아도 맞추려하지만, 우울증 환자는 모르겠다고 답해 버린다. 치매는 인지 기능 저하가 비교적 일정하게 나타나고 노인우울증은 우울증상에 따라 인지기능이 좋아짐과 나빠짐을 반복한다. 이러한 증상은 계속 악화되는 것이 아니고 적절한 치료를 통해 회복되는 특징을 갖는다.
원혜림 노인자살예방센터 사회복지사는 “어르신이 혼자 생활하시는 경우 사회교육프로그램을 받는 등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거나 친구를 사귀는 등 대인관계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홀몸 어르신에 대한 이웃들의 관심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원혜림 사회복지사는 “노인돌보미나 생활관리사가 정기적으로 독거어르신을 찾아뵙는 경우는 그나마 낫지만 사각지대에 놓인 독거어르신들은 위험하다”며 “노인 우울증 예방을 위해서는 누군가 홀로 계신 어르신을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것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글/ 박선미 기자
자료/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외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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