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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모니카 선율에 사랑을 싣는다
박선미 기자 | 승인 2014.09.01 10:18

삶과 이웃 _ 박해명 하모니카 강사

청명하게 울려 퍼지는 하모니카 소리는 그리운 기억을 떠올리게 만든다.
‘개똥벌레’,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등 우리가 익히 들어온 곡을 하모니카 반주에 따라 부르면 소중했던 기억 한 두 가지가 뭉근하게 떠오른다.
연주를 하는 사람도, 노래를 부르는 사람도, 음악을 듣는 사람도 그 시절로 돌아가 추억에 젖는다. 그 시간만큼은 힘겨움도 고민도 잠시 멈춤이다.
박해명 하모니카 강사는 하모니카 선율에 삶의 아름다운 한 순간을 담아낸다. 사람들 속에서 사람들과 함께 울며 웃으며 소박한 삶을 살아간다. 

 

 

박해명씨는 5년 전 취미로 하모니카를 시작했다. 손자가 생기면 아이들에게 하모니카를 불러주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
서울시립북부장애인복지관에서 하모니카를 배우다가 현재 ‘하모니스케치’ 프로그램 강사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주간보호시설과 복지관 직업지원팀 지적장애인을 상대로 하모니카 강의를 진행하며, 일 년에 한 번 복지관 지하 대강당에서 발표회를 연다.
하모니카 스케치 회원들이 모여 사랑하는 하모니카 모임(이하 사하모)을 결성했고, 1년 동안 활동한 후 2012년 북부장애인복지관의 공식 동호회로 등록됐다. 14명의 회원들이 매 주 수요일 오전 정기 모임을 갖고 연습을 실시하고 있다. 사하모는 북부장애인복지관에서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복지관 1층 로비에서 휴(休)서비스와 함께 하모니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지난 4월 국민연금공단과 어깨동무 봉사단을 결연해 공연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4월에 발대식을 가진 뒤 서울시 노원구 소재 가브리엘 작업장과 천애원에서 공연을 진행했다. 가브리엘 작업장에서 공연할 때는 사하모 외에도 색소폰, 기타 팀이 참가했다. 박 씨는 “준비한다고 했지만, 미숙했다. 다음에 더 잘해야겠다”는 소감을 이야기 했다.

 

장애 받아들이고 세상 밖에서 하모니카와 만나다
박해명 씨는 15년 전 사고로 비장애인에서 장애인으로 삶이 뒤바뀌었다. 사고 이후 아내가 집안의 가장이 되어 가족들을 보살폈다. 박 씨는 “아내가 괴팍한 남편을 감싸주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게 밀어주고 있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어도 자존심 때문에 못했다. 고맙다”는 뜻을 밝혔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이 크면 되레 말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있다. 박 씨가 가족들에게 갖는 마음이 그랬다. 마음 졸이며 6개월 동안 병원에서 맏아들 간병을 도맡아 한 어머니, 가장 역할하며 집안을 살뜰하게 보살핀 아내, 두 아들들의 소중함을 새삼 깨달았다.
병원에서 생활하다가 신앙을 갖게 된 박해명 씨는 몇 번의 간증을 통해 눈시울을 붉히며 ‘장애가 싫다’고 고백한 적이 있다. 그는 ‘그래도 장애를 극복하려 노력한다’고 말하고 말을 끝마쳤다.
“전에는 직장도 다니고, 가장으로서 자부심을 갖고 생활했습니다. 이제 그 역할을 못하니 내 자신이 싫었습니다. 비장애인일 때는 눈에 보이지 않던 장애인들이 내가 장애를 입고 보니 이상하게 많이 보이더라고요. 처음에는 (장애인들을) 피해 다녔어요.”
시간이 지나도 불편하고 싫은 건 달라지지 않았고 오롯이 박 씨의 몫으로 남았다. ‘이겨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자신을 붙들었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수용할 수밖에 없었다. 몸 상태가 더 나빠지지 않게 현상유지라도 하면 다행이었다.
바깥 활동 보다는 집 안에서 지내고 혼자 운동만 지속해 오다가 어느 날부턴가 몸이 안 좋아지는 것을 느꼈고, 북부장애인복지관의 문을 두드리게 됐다. 안에서 밖으로 관심을 돌리다보니 하모니카에 흥미가 생겨, 하모니카를 통해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복지관에서 지적장애인 대상으로 하모니카 강의를 부탁받았을 때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남에게 전달하는 데서 오는 순수한 기쁨을 맛보았다. 주간보호시설 장애인은 나이는 많아도 7~8세 지능이다. 하모니카 연주보다는 노래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는 경우가 많다. 있는 솜씨 없는 솜씨를 다 발휘해 노래를 부른다. 직업지원팀 지적장애인 중에는 하모니카에 재능을 보이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다.  
“선생님, 선생님하며 따르는 아이들이 고맙고 이 일을 할 수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처음에는 하모니카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졌었다. 공연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더 잘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기면서 하모니카 부는 일은 갈수록 어려워졌다.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체감하지 못해서 공연을 앞두고 밤 열두시가 넘도록 연습을 하다가 아내의 핀잔을 듣기도 했다.

 

기도하고 연주하는 소박한 삶, 늘 ‘감사함’ 맘 속에
사하모 회원들은 중도 장애인이 대부분이다. 연주 실력에 상관없이 하모니카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임에 참가할 수 있도록 동호회의 문을 활짝 열어 놓았다.
“하모니카를 불면 폐활량이 활성화되어 좋습니다. 악기가 작기 때문에 어디든 장소에 상관없이 연주할 수 있어요.”
무대에 오르면 5~6곡 정도 연주한다. 관중들의 반응이 좋은 곡은 선율이 아름다운 ‘개똥벌레’로 이 곡은 연주자들도 좋아한다. 무대에 올릴 곡은 사하모 회원들의 협의 하에 선정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복지관 지하 1층 소강당에서 서로 배우고 가르쳐주고 있다. 박해명 씨는 연주 실력이 다소 부족한 회원이 있어도 서로 어울려 공연할 수 있는 무대를 지향한다.
하모니카 동우회를 이끌면서 안 되는 점, 부족한 점을 탓하기 보다는 ‘잘하고 있다’고 격려하고 품어줄 수 있도록 노력한다.
“저도 잘 못하고 있으면서 누구를 탓할 수는 없죠. 회원들이 도와주고 있는 것이 동우회 존재 이유입니다. 제 역할은 그들의 ‘자신감’을 키워주는 일이에요.”
아쉬운 부분은 박 씨가 채워나가면 된다는 생각으로 무리하게 하기 보다는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내실을 다진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회원들을 보면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위로를 주고받았다. 주변을 둘러보며 자신의 위치를 새삼 느끼고 감사하는 마음도 가지게 됐다.
모임과 신앙. 이 두 가지로 인해 박해명 씨는 삶을 버틸 수 있는 힘을 얻었다. 기도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고,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위안을 느꼈다.
그는 기도로 하루의 시작을 연다. 오전에는 걷기 운동을 하고 복지관에 올 때는 어른용 세 발 자전거를 이용한다. 하루의 끝은 처음처럼 기도로 마무리 한다. 지금처럼만 몸이 유지된다면 괜찮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행복할 때가 언제인지 묻자, 가족들과 식사할 때라고 말하는 박해명 씨. 앞으로만 내달리는 삶을 내려놓은 대신 가족과 소박한 식사를 하며 느끼는 행복감, 사람들과 함께 하는데서 오는 만족감을 얻었다.
“가족들에게 고맙습니다. 자존심 때문에 말 못했는데 마음만은 그게 아닙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글·사진/박선미 기자
사진자료/서울시립북부장애인복지관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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