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치매 노인이 올해 기준 61만 명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 중 경증치매노인은 치매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지만 가벼운 치매라고 여겨져 장기요양보험 등급에서 소외되고 있다. 이러한 경증치매노인을 위해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삼성생명, 교보생명, 한화생명 등 18개 생명보험사가 공동 출연해 2011년부터 전국 9개 복지관 및 서울시 4개구의 치매지원센터를 리모델링하고 경증 치매노인 전용 주간보호센터를 설치했다. 현재까지 인지기능향상 프로그램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2460명의 경증 치매노인과 그 가족들이 이용하며, 꾸준히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어 세간의 관심을 받고 있다.

‘가베’로 진행되는 창의성놀이 치료 프로그램
푸르른 하늘을 볼 수 있고, 적당히 바람결이 좋은 완연한 가을 날씨가 무르익어가는 날. 꽃다운 얼굴로 환한 미소를 머금은 노인들이 가을의 설레임과 함께 한 곳에 모였다.
지난달 18일 오전 11시, 의정부 소재 신곡노인종합복지관 1층에서는 경증치매노인 10명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 및 인지프로그램인 ‘원예치료’와 ‘실버 가베’가 진행되었다.
이날의 강의 주제는 ‘기차역 만들기’. 10명의 노인이 둘러 앉아 있는 테이블 위에는 각자 자리 앞에 놓아져 있는 가베로 나름의 기차역을 만드는 구상을 했다.
노인 옆에는 각 1명의 자원봉사자가 대기해 수업을 진행하는데 어려움이 없도록 도와주었다. 작년부터 가베 실버프로그램 강사로 참여한 권유경 씨가 기차역 만드는 방법을 설명했다.
“길게 되어 있는 네모상자 위에 창문모양을 만들 거에요,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조그만 네모모양 있죠? 그걸 요렇게 풀로 붙여서 모양을 만들면 되요. 쉽죠?”
설명을 듣고 있던 노인들은 강사 선생님이 하는 것을 보고 따라했다. 어린 아이 같은 표정으로 잘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하는 노인도 있고, 잘할 자신이 있다는 듯 자신 있게 모양을 구상하는 노인도 있다.
또 어떤 노인은 열의를 보이며 직접 어떻게 하는지 질문도 던지는 등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호기심이 가득한 어린 아이가 된 것처럼 들떠했다.
이윽고 권 강사는 기차역 모양의 그림을 칠판 위에 그리며 노인들이 알아듣기 쉽게 다음 순서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어르신들, 이제는 기차역 풍경을 그림처럼 만들거에요. 어릴 때 봤던 기차역을 떠올려 보세요. 그것처럼 비슷하게 만들어 볼 거에요. 요렇게 집 모양처럼 해주면 되요.”
노인들은 칠판에 그려진 그림을 보고 엇비슷하게 모양을 만들어 냈다. 기차역을 만든 다음에는 기찻길을, 기찻길을 만든 다음에는 신호등을...차례차례 순서대로 진행해 나간 ‘가베로 기차역 만들기’수업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집중력을 통해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다
1시간 동안 진행된 가베 수업동안 노인들은 신기하게도 자리를 떠나지 않고 오로지 가베 만들기에만 집중했다. 바로 집중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나타낸 것.
가베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도입하자고 제안한 건 최영상 신곡노인종합복지관 건강증진팀장. 그는 “가베 만들기는 경증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들에게 좋은 치료프로그램 중 하나로 집중력과 함께 창의성도 기르게 해주어 노인들의 기억력 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어 “잠재적 수학 원리도 숨어 있어 도형을 이리저리 만지며 생각을 하게끔 유도하고, 손 근육도 함께 길러줘 표현력과 함께 자극을 주는 힘도 있다”고 말했다.
권유경 강사는 “상반기에 먼저 진행했을 때보다 점점 집중력이 향상 되는 점을 보게 된다”며 “오늘 수업은 숫자 계산적으로 생각 하게끔 유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는데, 생각보다 어르신들이 잘 따라와 주어 매우 뿌듯하다”고 소감을 말했다.
또 권 강사는 “가벨 구입은 사실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복지관에서 직접 투입하여 어린아이가 아닌 처음으로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치료프로그램에 접목시켰다는 점에서 훌륭한 점수를 줄 만한 부분”이라고 소개했다.
옆에서 지켜보며 어르신이 수업을 잘 따라 갈 수 있게 도와주던 자원봉사자 임지수(21) 학생은 “처음 참여한 것이기에 도와드리는 점에서 미흡하지 않았나 싶어 다소 아쉽다”며 “하지만 가벨 수업이 생각보다 어르신들에게 큰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인 것 같아 좋은 것 같다”고 평했다.
12시가 지날 무렵, 기차역 작품을 완성한 노인들은 각 자 만든 것을 보고, 흐뭇해했다. 노인들은 자신이 만든 기차역에 나름의 이름을 붙였다. 서울역, 목포역, 정읍역 등 각 어르신들은 고향을 추억하며 마음을 달랬다.

신곡노인종합복지관 최우수기관으로 인정받아
신곡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2011년 9월 개관해 치매주간보호센터 ‘쑥부쟁이’사업을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으로부터 지원받아 2012년 9월 개소했다.
저소득층 경증치매노인 50%, 일반 경증치매노인 50%의 대상 안에 드는 치매노인을 발굴, 총 10명을 선정해 치매예방 관리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펼치고 있다.
경증치매노인을 위한 프로그램은 ▶월요일 : 치매예방체조, 생활체조, 미술활동 ▶화요일 : 노래교실, 종이접기, 한글교실 ▶수요일 : 웃음치료, 물리치료서비스&작업활동 ▶목요일 : 심리 및 인지프로그램(원예치료, 실버가베), 레크리에이션, 산수교실 ▶금요일 : 미술치료, 음악치료, 치매예방체조, 영화감상 등을 실시한다.
신곡노인종합복지관의 경증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는 지난 7월 3일 서울 중구 수하동 페럼타워 세미나실에서 열린 ‘경증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 우수사례발표·워크숍’개최행사에서 최우수상을 수여하기도 해 그간 치매노인들과 부양가족들을 위해 노력한 우수기관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석지나 신곡노인종합복지관 쑥부쟁이 담당 사회복지사는 “쑥부쟁이의 특성은 실내 프로그램과 더불어 외부활동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쉽게 지루함을 느끼는 어르신들을 위한 요리교실 및 산책 등 활동적인 프로그램도 함께 실시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한 곳에 있기 힘들어 하는 어르신들을 매번 외출시킬 수 없는 주부양자의 부담도 줄이는 효과를 낳아 많은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경증 치매 노인의 든든한 지원군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지원에서 소외된 등급 외 판정 치매 노인들을 위한 주간보호센터를 서울, 경기, 강원, 부산, 제주 등 전국 13개 지역에서 운영하고 있다. 등급외 치매노인 주간보호센터에서는 치매 어르신들을 위한 미술, 음악, 원예치료, 발마사지 등 인지기능 강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 부양가족들을 대상으로 스트레스 해소 및 교육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유석쟁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 상임이사는 “사각지대에 놓인 경증 치매어르신들을 돌보는 일은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이다”라며 “노인학교와 같은 개념으로 다양한 배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제공해 기억력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노인요양원에서 지내는 것보다 심리적 안정감을 찾는 효과로 인해 많은 부양가족들이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더 많은 경증 치매어르신과 부양가족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도움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은 작년 서울 지역에 서대문구와 성동구의 주간보호센터를 신규로 지원한 데 이어 올해에도 서울시와 함께 등급 외 ‘기억키움학교’라는 이름으로 성북구와 성동구의 치매지원센터를 지난 7월부터 지원했으며, 9월 말 강동구에도 개소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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