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복지관 _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몇 살부터 노인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각종 노인복지제도 상 65세 이상을 노인이라 규정하지만 보건사회연구원 조사 결과 노인은 70세 이상 넘어야 노인으로 볼 수 있다고 답한 사람들이 53%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질병과 노화, 경제적 빈곤으로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수동적인 노인의 이미지를 탈피해 젊은 사람들처럼 일하고 봉사활동을 하며 활발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새로운 노인의 상이 필요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은 주체적인 욕구를 가지고 삶을 영위하는 노인의 이미지를 정립해 나가고 있다.

개관 5주년을 맞은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은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면서 어르신들의 ‘사회참여활성화’를 목표를 두었다. 염윤정 과장은 “복지관의 교육과정을 통해 어르신들이 가진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화하여 사회참여와 사회환원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요리나 한글문해에 어려움을 느끼는 어르신에게 배움의 과정과 나눔의 경험을, 자신이 가진 재능을 살린 사회활동으로 건강한 노후를 누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능력 키우고 나눔을 퍼뜨리다 ‘요리실력·문해교육 강화’
배우자 사별 이후 홀로 사는 남성 어르신은 요리나 살림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밑반찬을 제공받는 경우에도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을 수도 있고, 스스로 요리를 만들어 먹고 싶은 욕구가 생기기도 한다. 복지관에서는 이러한 어르신들의 욕구를 착안해 ‘요리의 제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요리에 대한 욕구가 있는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광명요리학원과 연계해 요리, 나눔, 관계 향상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초반에는 남자 어르신들 위주로 진행됐으나 여자 어르신들로 대상이 확대됐다.
요리강습은 12회기로 구성되며 연 2회 이뤄진다. 오리엔테이션, 조리증진프로그램, 나눔프로그램, 나들이, 요리경진대회, 봉사단 활동 등으로 진행되며 요리학원에서 장소를 제공하고 10여명의 어르신들이 강습에 참여한다. 프로그램 이수 이후 봉사단을 통해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봉사단은 명절을 앞두고 광명시 소하동, 학온동 지역으로 직접 가서 요리프로그램을 실시하고 만든 음식을 다 같이 나눈다. 재가어르신들 대상으로 집단프로그램을 통해 주먹밥, 유부초밥 등을 만들고 인근 경로당과 지역아동센터에 음식을 전달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요리 프로그램 외에도 복지관에서는 성인문해프로그램을 통해 어르신들에게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구름산아름드리학교 프로그램은 복지관 한글수업, 학교체험프로그램, 특별활동 과정으로 진행된다.
염윤정 과장에 따르면 전쟁을 겪고,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정규 교육 과정을 마치지 못한 어르신들은 교육에 대한 갈망이 높았다. 특히 학교에 가 보고 싶다는 어르신들의 바람이 컸다. 복지관에서는 구름산초등학교와 연계하여 학교체험프로그램으로 일주일에 한 번씩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학기는 25명 정원으로 가을에 시작해 이듬해 7월에 졸업식을 가졌다. 어르신들은 일 년 동안 매주 목요일 오후 두 시부터 한 시간 가량 초등학교 1학년 교과 과정 수업에 참여했다. 이수 후 명예졸업장을 수여받았고, 동문회가 만들어져 활동 중이다. 올해 9월부터 학력인증제도 신청을 위한 시범단계를 거쳐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염윤정 과장은 “은행가면 눈이 나빠 읽을 수 없는 척하셨다던 어르신이 있었다. 한글을 배우고 난 뒤 은행가면 안경부터 쓰시고 글자를 보신다고 했을 때 뿌듯했다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성인문해반 참여자모집은 통·반장의 추천을 받아 이뤄지고 있다. 염 과장은 “성인문해프로그램은 참여 어르신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도록 기초를 다져준다. 이 모델이 많지 않은 이유는 학교의 협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교직원들도 자원봉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러한 모델들이 더 많이 퍼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비쳤다.     

오랜 육아경험, 베이비시터 어르신들의 ‘든든한 경력’
노인일자리 상담은 직장에서 일해 본 경험이 많은 남자 어르신들로 이뤄진 편이다. 여자 어르신들의 취업이 많지 않았고, 참여 희망 어르신도 전업주부가 대다수였다. 복지관에서는 전업주부를 오랫동안 해 온 어르신들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 핵가족화에 따른 자녀양육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손주보기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조명길 사회복지사는 “여자 어르신들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많았고, 복지관 주변으로 아파트 단지가 형성돼 가족세대가 많아 구인－구직 연결이 이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베이비시터 양성교육 훈련을 통해 인력풀을 구성하고 지역주민들에게 베이비시터 사업을 알렸다. 2012년 실시한 취업 교육과정이 참여자들의 반응이 좋아 2013년 전문 베이비시터 양성교육과정이 개설됐고, 손주돌봄사업을 희망하는 가정들의 욕구가 높아져 2014년 경기도청·광명시의 지원을 받아 체계적인 프로그램으로 사업이 확대됐다. 상·하반기 참여자를 모집하고 교육을 진행하여 수시로 취업으로 연결하고 있다.
현재 20여 명이 활동 중이며 가사를 제외한 아이 돌봄에 주력하고 있다. 생후 6개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의 맞벌이 가정 아이들을 하원·하교시켜 네 시간 정도 근무하며 돌봄 공백을 방지한다. 참여 어르신이 고학력 소지자인 경우 초등학습도우미도 병행한다.
올해부터 손주돌봄사업에 참여한 강문자 씨는 “100세 시대를 앞두고 앞으로 노인들이 더 많아질 텐데 그나마 건강할 때 일 할 수 있어 좋고, 젊은 사람들이 아이 때문에 일하기 어려운 것도 해소돼 이롭다”고 말했다. 베이비시터로 일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쌍둥이 손자들을 키운 경험이 있었다. 강 씨는 “처음에 일 시작할 땐 서먹했지만, 아이들이 예뻐서 좋다. 엄마들과의 관계만 좋으면 일하기 수월하다. 엄마들 마음을 읽고 맞춰줘야 한다”고 밝혔다.
강 씨는 다른 베이비시터들과는 달리 단기 아이돌봄을 담당해 왔다. 하루나 일주일 정도 일을 맡아 한 적도 있었다. 하루 단기 보육으로 네 살 아이를 돌본 적이 있었는데 의사소통이 잘 안되고, 산만해서 가까이 다가서기 어려웠던 경우가 있었다. 아이가 편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자 강 씨는 ‘사랑해’라고 말하며 안고 보듬어 주곤 했었다. 강 씨는 “사랑이 많이 필요해 보였고, 안쓰러웠다. 장기 아이돌봄을 통해 사랑을 많이 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는 소감을 얘기했다.
조명길 사회복지사는 “사업 희망 가정은 어르신과 의사소통이 가능한가에 관심이 많다. 양성교육과정에 놀이에 초점을 맞춘 베이비마사지 수업을 첨가해 운영 중”이라고 말했다.
수요처 가정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복지기관 연계로 사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민들의 신뢰가 높은 편이다. 조 사회복지사는 “같은 지역사회를 살아가고 있는 지역주민들의 활동을 통해 친밀한 관계가 형성되고, 젊은 여성과 어르신들의 세대통합의 효과도 있다”고 했다. 양성교육의 회기를 늘려 전문화된 체계를 갖추고, 사후관리체계를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간담회를 통해 만남의 장을 갖고, 아기수첩을 활용해 어르신과 수요처 어머니들 간 의사소통 기회를 높일 계획이다. 또한 손해배상책임보험 가입도 추진 중이다.  
염윤정 과장은 “젊은 사람이나 어르신이나 사람에 대한 감정은 같고, 일상생활에서 활동하는 곳이 다르지 않다. 단지 시간이 흘러 어느 순간 노인이라 불리고 있는 것이다. 60~70대 어르신들이 가진 재능도 많다. 어르신들이 가진 능력을 사회와 나눌 수 있고, 주체적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에서 달라진 노인의 모습을 인식하게 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박선미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