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이웃 _ 전점숙 자원봉사자

어둠이 깔리는 저녁 아홉 시 무렵. 집에서 하루의 피곤을 풀고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는 시각. 조금만 관심을 기울여 주위를 살펴보면 동네를 돌며 순찰하는 자율방범대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은 정해진 요일과 시간이 되면 복장을 갖추고 동네를 배회하는 청소년이나 어른들에게 ‘일찍 들어가세요’라고 말을 건네며 귀가를 독려한다. 누군가는 이들을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고, 방범대가 더 큰 사건을 맡아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내가 살아가는 동네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에서 출발한 자율방범대는 안전한 마을 만들기를 위한 예방적 활동에 의의를 둔다. 전점숙 씨는 횟수로 6년 째 밤 시간대 동네를 순찰하며 지역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사람 대하는 법·삶의 활력’ 갖게 된 봉사활동
전점숙 씨는 1998년 경기도 군포시 산본1동 매화14단지 아파트에 입주했다. 몸이 약했던 그는 사회활동을 하고 싶어도 체력적인 한계를 부딪치곤 했다. 14단지 아파트로 이사오고 난 후 주변을 둘러보니 자신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눈에 뜨였다. 아파트는 기초생활수급자, 독거노인, 장애인 등 가정형편이 어렵거나 몸이 불편한 사람이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봉사활동 단체 (사)성민원에서 군포푸드뱅크 봉사자로 참여하게 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됐다. 성민원에서는 단지 내 재가노인,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가정에 음식을 배달하고 나들이 프로그램의 어르신 도우미 역할을 했다. 가정만 돌보다가 사회활동을 하려니 여러 가지 애로사항이 있었다. 
“사람 대하는 게 제일 힘들었지요. 내 의도와는 다르게 상대방이 바라볼 수도 있는 것이고요. 지금은 그 선은 넘은 것 같아요. 봉사하는 데 쑥스러움이나 어려움은 없어요.”
어르신들과 온천으로 나들이를 갔을 때였다. 그곳에서 알게 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여행 이후에도 동네에서 만나면 인사를 먼저 건네시며 전 씨를 반겼다.
“제가 스쳐지나가는 사람 중 하나였을 수도 있는데 그 때 기억을 잊지 않으셨나봐요. 저는 일정에 따라 움직였을 뿐인데 어르신은 혼자만 도움을 받으신 것처럼 느끼셨어요.”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점점 삶의 활력을 되찾았다. 주위로부터 ‘건강해졌다’는 소리도 자주 듣고 씩씩해졌으며, 힘도 세졌다. 성민원에서의 정기적 활동은 7~8년 간 꾸준히 이어졌고, 현재는 비정기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은 매화종합사회복지관 봉사 동아리 ‘매화지킴이’에서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일주일에 한 번 단지 내를 순찰하며 방범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우리 단지는 우리가 지킨다’ 단지 내 자율방범대 결성
매화지킴이는 2007년 최초 결성됐다. 그 당시 낯선 남자가 아파트 단지 내까지 한 여성 주민을 쫓아왔다는 이야기를 들은 동네 사람들은 이 일이 남의 일이라고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아파트를 안전하게 지키고 사건을 미연에 예방하자는 뜻을 모아 산본1동, 2동 지역주민들은 자발적으로 자율방범대를 조직했다.
전점숙 씨는 비교적 활동이 안정권에 접어든 2009년부터 참여했다. 그 때는 단지 내에 중·고등학생들이 자주 무리지어 다니곤 했고, 매화지킴이 회원들도 월~금요일까지 활동할 정도로 참여율이 높았다. 학생들에게 밤늦게까지 배회하지 말고 귀가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우리 동네는 최소한 말썽이 일어나지 않게 하자는 것이 취지죠. 엄마들이 한 번씩 단지 내를 돌다 보니까 불미스러운 일이 덜 벌어지는 것 같아요.”  
현재는 열 명으로 구성된 한 팀만 매 주 화요일 밤 9시 30분부터 한 시간 가량 조끼와 모자를 착용하고 방범봉을 든 채 활동에 임한다.
활동 초창기에는 지역주민과 시비에 휘말리거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되기도 했지만, 방범대 회원들은 사전에 미리 조심해서 사건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더욱 더 주의를 기울였다.
“우리가 하는 일은 단지 내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일을 막아보자는 것이지, 위험한 일을 해결하려는 건 아니거든요. 경찰도 쉽지 않은 일을 저희가 할 순 없고요.”
매화지킴이 회원들은 바자회와 합동잔치 등 복지관의 대소사에 도움의 손길을 보태고 있다. 또 일 년에 한 번 단지 내와 산본 시내에서 층간소음, 청소년범죄예방을 주제로 지역사회 캠페인을 펼친다. 지난 8월 21일에는 매화종합사회복지관 사회복지사들과 함께 분리수거와 층간소음 등 단지 내 살면서 지켜야 할 규범들이 담긴 전단지를 지역주민들에게 나눠주며 캠페인 활동을 진행했다.
이희원 사회복지사는 “방범대 총무로서 역할을 열정적으로 해내고 있다. 대원들과 사회복지사 간 소통을 이어주고, 회의 때마다 적극적으로 의견을 드러낸다. 통장 일도 겸하는데 지역을 위해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 같이 활동해온 회원들 간 사이가 끈끈하다. 하루의 일과를 다 끝내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삼삼오오 모여 동네를 순찰하면서 지역 주민 간 이웃의 정도 나누게 되고 운동효과도 있다. 전점숙 씨는 주민들이 이웃에 관심을 갖고 정을 느끼며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모임 결성 이후 비가 온다거나 특별한 일을 제외하고 활동 일에 결석해 본 적이 없다.
인터뷰 도중 옆에 앉아 있던 지역주민이 말을 거들었다. 어르신의 딸이 20년 간 성당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갔다가 오면 즐거울 때도 있고, 슬플 때도 있더라고. 
전 씨는 “봉사는 남을 돕는 것도 있지만, 자기만족도 있다. 활동을 하고 집에 돌아오면 남을 도왔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소회했다.
엄마와 아내로서의 역할을 내려놓을 수 없는 시기여서 봉사활동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지만,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봉사활동의 활동을 넓히고 싶다는 전점숙 씨. 요즘은 배워서 남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봉사활동에도 관심이 많다.  
“나중에 활동을 시작하더라도 미리 준비는 갖춰져 있어야죠. 내가 뭘 하면 어울릴까 스스로 알고 있어야 해요. 봉사를 무작정 하는 것보다는 내가 필요하고 맞는 것으로 해야죠.” 
아무런 대책 없이 체력적으로 무리가 갈 수 있는 봉사활동을 무작정 시도하기 보다는 여러 곳을 알아보고 자신에게 맞는 것을 하는 것이 도움이 필요한 곳과 봉사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다. 다년 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알게 된 점이었다. 전 씨는 “여건이 좋아지면 행복을 느낄만한 일을 하면서 살고 싶다. 앞으로 열심히 봉사활동하면서 살아가고 싶다”는 뜻을 비쳤다.
 
글·사진/박선미 기자
자료/매화종합사회복지관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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