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름다운 계절, 가을이 무르익어 가고 있다. 가을이 시작되는 9월부터 늦가을 11월까지는 ‘독서의 달’이기도 하다. 은퇴의 나이를 가진 어르신들이 책 읽어 주는 봉사를 통해 소외된 이웃과 함께 활기 있는 삶을 살아가고, 마음을 나누는 훈훈한 정을 이루어나가는 이들이 있다. 바로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의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이 그 주인공. 이들은 전래동화부터 시 낭송까지 다양한 책 읽기와 그에 따른 놀이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들에게 다가가 추억을 나누고 삶의 기쁨을 더해주고 있다.

어르신이 치매 어르신에게 책 읽어주다
지난달 7일 오후 3시. 도봉노인종합복지관 1층 데이케어센터에서 어르신 두 명이 동화책 몇 권, 그림부채, 역할극 인형 등을 가지고 힘찬 목소리로 책 읽기를 펼친다.
이들이 들려주는 동화이야기를 듣고 있는 관람객들은 15명의 치매 어르신들. 앞에서 노래와 박수로 체조를 시작하고, 동화책 이야기를 들려주는 어르신 두 명을 바라보며 함께 율동하고, 따라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봉사자 어르신 두 명은 이날 ‘우렁 각시’, ‘선녀와 나무꾼’ 등 전래동화를 낭독하고, 직접 그림을 그린 부채들로 치매노인들에게 이해를 시켜가며 직접적인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 냈다.
어르신들은 초등학생들처럼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앉아있다. ‘오늘은 무엇을 배울까’ 잔뜩 기대에 부푼 모습이다.
두 봉사자 어르신은 “어르신들~ 그동안 저희들과 함께 읽은 책 다시 읽을 거에요, 우렁각시 알죠?” 하더니, 한 치매노인을 지목하고 물어본다. 지목된 노인은 “그럼 알지~ 착한 처녀잖아. 된장찌개 끓여주고, 밥도 몰래 해주고”하고 대답한다.
노인의 천진난만한 답에 다들 웃는다. 봉사자 두 사람은 다시 우렁각시를 읽어주며, 어린아이들에게 읽어주는 동화구연가로 변신한다.
이들은 일목요연하게 적혀있는 동화를 그때, 그때 따른 상황의 주인공 목소리를 흉내 내며 재미있는 율동과 함께 치매노인들의 기억을 더듬게 했다.
올해 7월부터 시작한 이원희(65세) 씨는 거주지는 광진구이지만 도봉노인종합복지관 데이케어센터에 방문해 70세 이상 된 치매 노인들에게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하고 있다.
이 씨는 “책만 읽어주는 것이 아닌 독후활동과 함께 역할극 등 다채로운 활동을 병행하면서 하니까 치매노인들이 많이 좋아해주고, 반응을 해주고 있는 편”이라며 “봉사를 하면서 함께 웃고, 옛 추억에 잠기는 등의 시간을 보내면서 스스로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고백했다.
이원희 씨와 함께 짝을 지어 봉사를 하고 있는 권선오(65세) 씨는 작년 처음 시작해 6개월 정도 기간 동안 활동하다, 올해 새로 신청해 또 다시 활동하고 있다.
권 씨는 “소외된 이웃(아이들, 장애인들, 치매노인) 상대로 하는 책 읽기 봉사는 의미가 매우 크다”며 “하고 나면 치매노인들의 반응이 점점 좋아지는 모습을 볼 때 제일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현재 책 읽기 봉사단에 있는 회원들은 총 15명 정도. 이들은 봉사를 하기 전, 미리 2주전부터 보수 교육을 받는다.
권선오 씨는 “오늘 보여주는 활동은 12차 마무리 내용으로 그동안 방문하면서 보여줬던 것들을 다시 치매노인들에게 회상시키는 것으로 말하자면, 복습의 의미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친밀감 형성과 함께 기억력 향상시키다
‘책 읽어주는 실버 문화봉사단’ 봉사자들은 소외된 아이, 장애인, 치매노인 돌봄 기관에 2명 씩 팀을 이루어 3개월 동안 방문 봉사가 이뤄진다.
그 중 이원희 씨와 권선오 씨는 요양원, 노인복지관 데이케어센터 등에 방문해 치매노인들을 상대로 책 읽어주는 봉사를 해왔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중증요양원에 방문해서 책 읽어주는 일을 했을 때에는 크게 반응이 없었으나, 차츰차츰 자주 얼굴을 비취고 먼저 어르신들의 건강을 살피고 친밀하게 다가가며 시간을 보내니 나중에는 더 좋은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윤성현 책 읽어주는 실버문화봉사단 코디네이터는 “처음에는 치매어르신들이 반응을 보일까? 라는 생각을 했는데, 봉사자 어르신들이 노력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치매노인들도 차츰 나아지는 모습을 보게 됐다”며 “책으로 소통하고 마음을 나누고, 변화를 체험한다는 점에서 많이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이원희 씨는 “어쩌면 같은 나이대의 노인이 70세 이상의 치매노인에게 책 읽어주고, 함께 율동하는 것은 더 큰 친밀감을 주는 것 같다”며 “‘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옛 이야기를 들려주는 식으로 다가가고, 진심으로 대하니 반응이 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들은 치매노인 상대로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역아동센터에 방문해 아이들에게 책 읽어 주는 봉사도 하고 있다.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을 위해 읽은 책에 대한 감상의 뜻이 담긴 스티커를 직접 부착하는 일을 추진해 아이들이 책 읽어 주는 시간이 지루하지 않고 즐거운 시간으로 만들어 주기 위한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주위로부터 반응이 좋다.
윤성현 코디네이터는 “지역아동센터에 있는 아이들 같은 경우, 대게 어른들을 낯설어 하고 경계하는 일이 많은데, 이렇게 할머니가 와서 동화책을 읽어주면 친밀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문화소외계층 위한 사업 ‘북북’
 서울시립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 6월부터 책을 통해 문화소외계층과의 적극적인 교류로 행복한 공감을 나누어 주기 위해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사업을 서울 북부지역을 중심으로 실시하였다.
‘책 읽어주는 문화봉사단’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주최하는 국고지원사업으로 7개의 권역에서 1개 기관을 선정해 진행되며 도봉노인종합복지관은 서울북부권역 주관처로 선정되었다.
‘북북’은 문화교육과정을 수료한 50세 이상의 어르신들로 구성된 봉사단이 저소득층 어린이시설을 찾아가 어린이들에게 문화적인 표현과 오브제를 활용해 책에 대한 다양한 문화적 해석을 전달하고 나눔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책을 더 가까이 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실시되고 있다.
그동안 복지 수혜의 대상이었던 어르신들이 실버문화봉사단 북북에 참여해 활동함으로써 문화를 나누는 매개자로 문화주체성을 회복하고 사회와 소통하는 통로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으며, 올해는 50세 이상의 예비실버들까지 참여 하도록 해 고령화 사회에 활기찬 노년을 대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또 어린이들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세대 간 격차를 줄이고 행복한 공감을 나누고 있다.
사업 참여 대상자는 책 읽어주기에 관심이 있는 은퇴자나 예비 은퇴자로, 이들은 주관처에서 교육을 마친 후 지역 내에서 문화적으로 소외된 계층을 찾아가 책을 매개로 대상자의 돌봄 기회 및 정서적 안정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복지관은 모집된 봉사단을 6월 한 달간 12회기에 걸쳐 문화봉사단 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어린이, 노인, 장애인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관련 기관들의 접수를 받아 파견기관을 선정하고 있다.
조경아 사회복지사는 “봉사활동 중에도 추가교육의 필요성을 절감해 부정기적으로 보완교육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책 읽어주는 실버 문화봉사단은 단순히 책을 읽어준다는 것 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책 속에서 느낄 수 있는 의미와 정보를 알려주고, 독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매개체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독서의 계절인 가을에 책을 통해 문화소외계층과의 공감을 끌어내고 아울러 책의 소중함까지 일깨워주는 ‘책 읽어주는 실버 문화봉사단’의 활기찬 활동을 기대해본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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