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II _ 한국인 행복지수

안녕들하십니까. 2013년 연말을 앞둔 시기 한 대학가에 철도 민영화, 불법 대선 개입 등 사회문제에 무관심한 사람들에게 묻는 내용의 대자보가 전국에 ‘안녕들하십니까’ 열풍을 몰고 왔다. 이후 대학, 고등학교까지 ‘안녕하지 못하다’는 응답의 대자보 달기가 퍼졌다. 안녕할 수 없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은 대자보에 반응하며 공감했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안녕(安寧). 아무 탈 없이 편안하다는 뜻이다. 안녕하지 못한 대한민국의 현실은 각종 조사에서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대한민국 복지지수 OECD 국가 중 하위권
삶이 만족스럽고 안녕함을 느낄 때 우리는 ‘행복하다’는 표현을 한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경제발전을 이뤄 1인당 GDP 2만 달러 시대를 살고 있는 지금, 겉으로 보기에 한국은 보릿고개를 보내던 시절보다는 양적으로는 풍요로워졌다. 끼니걱정을 해야 할 만큼 가난한 시절은 지나간 것이다. 그렇다면, 이것으로 한국 사람들은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 사람들의 행복지수를 조사한 결과 속에서 한국인의 행복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국민복지 수준의 국제비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를 대상으로(2013)’에 따르면 한국의 종합복지 수준은 34개 회원국 중 20위로 분석됐다.
하지만 국민행복도는 33위, 복지충족 수준은 31위로 낮았다. 국민행복도 지표는 자살률과 출산율, 평균수명, 주관적 행복도, 환경오염 등을 종합 산출한다.
남상호 연구위원은 한국의 국민행복 수준의 저하가 ‘낮은 출산율과 주관적 행복도, 높은 자살률’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밖에 경제협력개발기구의 ‘당신의 더 나은 삶 지수(2011)’에 나타난 한국의 행복 관련한 지표도 대체적으로 낮게 드러났다. 2013년 5월 기준으로 한국은 34개국 중 장시간 근로자 31위, 주관적 건강 상태 34위, 살인율 29위, 삶의 만족 25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 전 세계 135개국 국민들을 상대로 조사한 행복지수에서 우리나라는 74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는 행복의 전제조건이 되는 5가지 분야-육체적 건강, 금전적 안정성, 공생적 사회관계, 사회공동체에 대한 만족도, 목적의식으로 나뉘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한국인의 86%는 삶의 목표 실현에 고전 중이거나 고통 받고 있다고 답했다.

한국인 행복지수↓ 자살률↑
저하된 행복지수와는 대조적으로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률이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 통계청의 사망원인통계(2013)에 따르면 인구 10만 명당 자살자 수를 뜻하는 자살사망률은 28.5명으로 2012년(28.1명)에 비해 증가했다. OECD 평균(12.1명) 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살의 60~80%는 우울증이며, 우울증 환자의 15~25% 정도가 자살을 시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관리본부는 최근 1년 사이 우리나라 19세 이상 성인 8명 중 1명은 우울증을 경험했다고 발표했다. 여성은 16.5%로 남성(9.1%)에 비해 1.8배 높게 나타났다. 연령별로는 70세 이상이 17.9%로 가장 높았고, 소득은 하위 25% 저소득층이 15.3%로 상위 25% 고소득층(10.9%)에 비해 우울증을 더 많이 겪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정신건강 상담을 받은 사람은 9.7%에 불과했다. 사회적 편견이 우울증 치료를 하지 않는 원인인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인이 우울증에 걸렸을 때 극단적인 선택하는 비율이 서양인에 비해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전홍진 삼성서울병원 교수팀은 하버드의대 정신의학과 모리죠 파버 교수팀과 한국과 미국의 우울증 환자 5300여명을 대상으로 비교 연구한 자료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삶의 질 척도에서 우울증 심각도는 한국이 39.15점으로 미국의 37.33점과 비슷하게 나타났지만, 우울증 척도의 총점은 우리나라의 환자는 14.58점으로 미국 환자 19.95점에 비해 30% 가량 낮았다. 이 같은 결과의 차이는 우리나라 환자가 우울한 정서를 표현하는 정도가 미국 환자보다 낮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환자는 불면증, 식욕저하, 불안 등의 증상을 더 많이 드러냈다. 특히 자살을 고려중이거나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우리나라 환자는 6.9%로 미국인(3.8%)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았다.
전홍진 교수는 “감정 표현을 잘 안하기 때문에 자살징후가 나타날 정도가 돼야 병원을 찾는 환자들이 많다. 병원에 와도 이러한 성향은 뚜렷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치료를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아동·청소년 행복지수 저하 ‘불안한 미래’
세대별 한국인의 행복지수는 20대가 가장 낮았다. 마이크로밀엠브레인이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세대별 행복지수는 20대가 63.1점으로 가장 낮았고, 40대가 66.9점으로 가장 높았다. 미래에 자신감이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응답자의 57.9%만 그렇다고 대답했다. 삶이 불행한 원인을 묻는 질문에 집안의 경제능력(45%)이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개인 경제 문제(41.7%), 여유 및 휴식부족(21.1), 배우자와의 관계(17.4%), 타인과의 관계, 취업문제(15.5%), 보인 건강(15.3%), 직장 문제(14.9%) 등이 뒤따랐다.
경제능력에 대한 중요도에 비해 사회적 관계에 대한 신뢰도는 대체적으로 낮게 나타났다. 주변 사람을 믿는다(47.9%)와 자신이 어려울 때 주변 사람이 도와줄 것(45.5)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절반도 못 미쳤다.
어른들의 행복지수 결과는 고스란히 청소년들에게도 반영되고 있다. 2014 청소년통계에 따르면 청소년 10명 중 1명(11.2%)은 지난 1년 동안 한 번이라도 자살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자살 충동 원인은 성적 및 진학문제(28.0%), 경제적 어려움(20.5%), 외로움 및 고독(14.1%), 가정불화(13.6%) 등이었다.
최근 한국방정환재단과 연세대 사회학과 사회발전연구소가 전국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생 694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제 비교연구 결과 영역별 행복지수에서 OECD 평균 100대비 한국 어린이·청소년의 주관적 행복지수는 74.0이었다. 2013년 72.5점으로 전년도에 비해 상승했지만, 조사가 시작된 이래 6년째 OECD 소속 23개국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행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초등학생은 화목한 가정이 43% 중학생은 23%를 차지한 반면, 고등학생은 돈이라는 응답이 19.2%로 가장 많았다.

행복의 조건
경제성장과 삶의 질의 상관관계는 일치하게 나타나지 않는다. 한국의 경제행복지수 측정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한국적 경제행복지수를 바탕으로 2003~2010년 한국인의 경제행복지수와 한국의 GDP 비교분석 결과 이 둘의 관계는 0.14에 불과(0은 상관관계 없음)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제 성장에 비해 소득분배, 사회의 안전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계층 간 소득 양극화 및 사회적 불평등 해소와 더불어 국민 행복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사회적 교류, 인간관계의 중요성에 주목한다. 서은국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각 개인이 가진 행복도를 최대화하는 방법은 ‘사람과의 교류’”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조지 베일런트 교수는 하버드대 출신 268명의 삶을 72년 간 추적 조사했다. 이들 중 80세 노년까지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살았던 사람은 62명에 불과했다. 조지 베일런트는 인간관계라는 결론을 내린다. 그는 노년까지 잘 살고 있는 사람의 90%가 형제자매나 사회적으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한 사람들이라고 밝혔다. 이를 토대로 행복의 조건을 7가지로 설명했다. ▲고난에 대처하는 방어기제 ▲교육 ▲안정된 결혼생활 ▲금연 ▲금주 ▲규칙적인 운동 ▲적당한 체중이었다.
한국인의 의식·가치관 조사(2013)에 따르면 행복한 삶을 위한 조건 중 건강이 10점 중 9.4점으로 1위였다. 이어 배우자(8.9점), 자녀(8.6점), 소득이나 재산(8.6점), 직장생활(8.4점), 친구(8.1점) 순이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가족’이 행복을 결정하는 주요 기준이었다는 것이다. 배우자가 있거나 가구원 수가 많아질수록 행복 수준이 높게 나타났다. 배우자가 있는 경우 행복 지수는 7.1점으로 없는 경우(6.6점)보다 높았다.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여러분 지금 행복하시나요’(2013)에서 지금 행복한가에 대한 질문에 보통이 49.8%로 가장 많았고, 행복하다 41.5%, 행복하지 않다가 8.7% 순이었다. 행복하다고 느낀 원인으로 ‘인간관계’가 39.5%로 가장 높았고, 건강(28.0%), 직장과 일에 대한 만족(12.2%), 여가 및 봉사(10.7%)순이었고, 경제적 여건(9.3%)은 가장 낮았다.

글/ 박선미 기자
자료/통계청, 현대경제연구원, 케이서베이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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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영국BBC방송사는 심리학, 의학, 사회학 분야의 조사를 통해 얻어진 새로운 행복학 이론의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영국의 소도시 슬라우 주민들을 대상으로 3개월에 걸쳐 사회 실험을 실시했다. 이 과정을 다큐멘터리 ‘슬라우 행복하게 만들기(Making Slough Happy)’를 만들었다. 이들의 실험을 통해 나타난 행복에 이르는 길을 소개한다.

행복 헌장 10계명
1. 운동을 하라. 일주일에 3회. 30분이면 충분하다.
2. 하루를 마무리할 때마다 당신이 감사해야 할 일 다섯 가지를 생각하라.
3. 매주 온전히 한 시간은 배우자나 가장 친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라.
4. 아주 작은 화분이어도 좋으니 식물을 가꾸라.
5. TV시청 시간을 반으로 줄이라.
6. 하루에 한 번은 낯선 사람에게 미소를 짓거나 인사를 하라.
7. 오랫동안 소원했던 친구나 지인들에게 연락하라.
8. 하루에 한 번 유쾌하게 웃으라.
9. 매일 자신에게 작은 선물을 하고, 즐기는 시간을 가지라.
10. 매일 누군가에게 친절을 베풀라.

 

박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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