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도 쉴 수 없다.’ 우리나라 노인들은 공식 은퇴연령이 지나고도 상당기간 경제 활동을 하는 경우를 자주 발견할 수 있다. 노후대비 부족과 공적 노후보장이 뒷받침 되지 않아 나이 들어서도 소득활동을 지속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여성노인은 남성보다 국민연금 가입률이 낮고, 평균 수명은 더 길어 빈곤에 처할 확률이 더 높다.

“60살이 넘고 보니 우리 나이 또래가 갈 곳이 없어요. 베이비시터를 하면서 짧은 시간 동안 일하니 부담 없고, 경제적으로 생활에 보탬이 되고 있어요.”
베이비시터 최금숙(63) 씨는 올해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손주돌봄사업 양성교육에 참가하고 9월부터 아이 돌봄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최 씨는 맞벌이 부부가정 한 곳에 평일 오후 다섯 시부터 저녁 아홉시까지 재민이(가명·3세)를 돌보고 있다.
어린이집 하원 이후 부모님 귀가 전까지 목욕을 시켜주고, 저녁을 차려준 뒤 동화책을 읽거나 놀이를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최 씨는 베이비시터로 활동하기 전 전업주부였고, 조카 손자를 돌본 적이 있다. 또 다년 간 아이들과 관련한 일과 봉사활동을 한 경험이 있었다. 
공공 근로는 관심이 있었지만, 참여해 보진 못했다. 최 씨의 여건 상 날짜가 맞지 않았고 최 씨보다 나이가 연장자인 신청자들이 많았다. 학교 앞 횡단보도 교통정리와 휴지 줍기 등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많지 않은 한계점도 있었다.

전업주부 위한 노인일자리 개발 필요
베이비시터 활동 급여는 매달 복지관을 통해 지급받고 대부분 용돈과 생활비로 쓰인다. 최 씨는 자녀들로부터 경제적인 도움을 받고 있지만, 일을 해서 그에 대한 부분을 최소화하기를 바라고 있다. 현재 최 씨 부부는 국민연금에 가입돼 있지 않아 남편만 기초노령연금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최 씨는 “저희 보다 상황이 안 좋은 사람들이 연금을 받으면 좋겠지만, 우리도 여유로운 상황이 아니다”라며 “애들이 출가 하지 않았다. 아직 쉴 때가 아니어서 여건이 되면 계속 일을 하고 싶다”는 의향을 밝혔다.
평생 전업주부 생활을 하다가 경제적 이유로, 사회 참여의 경험을 쌓기 위해 일자리를 찾는 여성 노인들의 숫자가 늘면서 이들의 수요에 맞는 정책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3년 기준 48%로 OECD 평균(13.8%)의 4배 정도 높은 수치를 차지해 심각성을 대변하고 있다. 이 중 여성노인의 빈곤율이 높아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
장미혜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의 ‘여성노인의 생활실태와 빈곤해소 방안’에 따르면 여성노인의 빈곤율은 45.9%로 남성 노인의 40.1%보다 높게 나타났다. 빈곤의 강도를 나타내는 빈곤갭 비율도 전체 노인에서는 15.8%, 여성노인은 19.3%로 상대적 빈곤 정도가 더 심했다.
여성노인의 빈곤율이 높게 나타나는 이유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남성보다 낮고 근로 기간이 짧아 국민연금의 혜택이 적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 수급률은 남성노인이 45.5%, 여성 노인은 20.3%로 집계됐다. 평균 수명이 남성 보다 긴 여성노인은 빈곤 상태가 오래 지속되고 강도가 큰 것으로 보인다.
65세 이상 남성노인의 40%가 근로소득이 있는 반면, 여성노인은 15.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여성의 14%만이 근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미혜 연구위원은 근로의욕이 있는 노인들의 일자리 문제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에 대해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 것을 꼽았다. 이어 “정부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해 주는 적극적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력 단절을 해소할 수 있는 직업훈련 및 교육, 직종교육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장 연구위원은 “경제활동 참여 기회가 제한적이고 전통적인 가족돌봄자 역할을 해 왔던 대부분의 여성노인은 사각지대에 놓일 확률이 높다”며 “현행 공적연금제도를 개선해 실질적 급여액이 최저생활을 보장해 주는 형태로 연금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글/박선미 기자
                                     자료/한국여성정책연구원,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인터뷰

최순진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
고용복지과 사회복지사

“여성노인 특성화 일자리정책 필요”

광명시노인종합복지관에서 실시하는 민간취업 여성노인 일자리는 아파트, 빌딩 미화원, 가사 관리사, 베이비시터, 산후조리원과 도우미, 식당 취사원과 조리원 및 주방보조, 설문면접원 등 단기적인 일자리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진다.
최순진 고용복지과 사회복지사에 따르면 여성노인 민간취업 현황은 베이비시터 24%, 주방보조 36%, 가사보조원 35%, 기타 5%(100명 대비)를 차지한다. 가사보조원의 취업활동이 높은 이유는 수요처 가정의 의뢰 수가 많고, 어르신들은 장기적으로 일하기 힘들어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여성노인의 취업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자녀에게 짐을 덜어주기 위한 용돈벌이 등 경제적 이유와 사회참여다. 일자리 참여 대상층은 일반대상층 20~30%, 기초생활수급자 10%, 차상위계층 10~20%를 차지한다. 자녀의 출가 이후 부부만 생활하는 노년가정의 대다수가 국민연금을 지급받고 있지만, 자녀에게 경제적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만으로는 생활비가 부족하기 때문에 단기로 실시되는 일자리 두 개를 하거나, 오전 오후로 나뉘어 일자리 사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4대 보험 장치의 필요성도 제기되지만, 무엇보다도 노인 일자리 자체가 적은 것이 문제다. 업무가 일괄적인 편인 패스트푸드점에서는 실버 인력 채용이 이뤄지고 있지만, 지속적인 교육과 관리가 필요한 커피전문점의 채용은 적다. 최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경험이 있으면 젊은이 보다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업주부들의 특기를 내세워할 수 있는 직종인 ‘베이비시터’는 구인-구직에 있어서 만족도가 높다. 여성노인들은 육아 경험이 있고, 현재 손자를 돌보는 경우도 많아서 육아에 대한 지혜와 경험이 젊은이들 보다는 풍성하다.
민간 취업 직업군 속에는 미화원(청소), 베이비시터(육아), 가사보조원(청소·빨래) 등 가정에서 하는 일이 밖에서도 이어지게 되는 경우가 많아 여성노인만의 특성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취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지는 데는 당사자의 ‘의지’가 상당부분 차지한다.
“내 몸이 약해 일 못한다고 스스로가 마음 갖고 있으면 취업으로 연계가 어렵습니다. 어르신께서 마음을 열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여성노인이 취업활동을 하는 데 있어 애로사항은 사회적 편견, 적은 임금, 육체적 조건뿐만 아니라 자녀들 문제도 있다. 자식들에게 일 하는 것을 알리지 않거나, 혼자 있는 시간을 이용해 일을 하길 원한다. 자녀들이 싫어하는데도 어르신들이 일 하길 바라는 이유는 뭘까. 최 사회복지사는 “어르신들이 일 할 의지도 있고, 용돈벌이로 하시려고 하는데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님이 다른 집에 가서 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여성노인은 남성노인에 비해 체력이 약하지만, 인내심이 많고 교육에 대한 열망이 높아 취업연계가 잘 이뤄지고 있다. 최 사회복지사는 “전업주부 생활을 오래 하시면 일 하기 힘들 것이라 생각하지만, 복지관을 찾는 어르신들은 ‘(힘든) 일도 할 수 있으니까 찾은 것’이라며 취업에 대한 의지가 상당히 높다”고 설명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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