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두 35년 외곬수 장인정신으로 100% 1:1 맞춤형 장애인용 신발 제작
“고객의 신뢰가 취우선”…“박창동 대표가 만들면 믿을 수 있다” 입소문

“장애인 당사자 입장에서 장애인의 발 건강을 디자인해요.” 인천시 부평구에 소재한 포시즌상사의 박창동 대표는 35년 구두 외길을 걸어온 구두 장인이다. 자신도 장애인으로서 장애인의 입장을 가장 잘 아는 박 대표는 지난 3년 전부터 장애인을 위한 정형외과 구두를 만드는 일에 인생을 걸었다. 고객 특성에 맞는 구두를 제작하기 위해 100% 1:1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박 대표. ‘박창동 대표가 만들면 믿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설립 3년 만에 고객 1000명을 넘게 확보했다.

구두 외길 35년, 장애인용 신발로 인생길 바꾸다
박창동 포시즌상사 대표. 박창동 대표는 구두 외길 35년을 걸어온 구두 장인이다.
일반인의 구두를 만들어온 그가 3년 전 갑자기 장애인을 위한 정형외과 신발을 만드는 일로 인생길을 바꾼다.
당시 구두제작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알게 된 지인의 권유로 시작했다.
박 대표는 인생길을 바꾼 것에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박창동 대표(지체장애 3급) 자신도 장애인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을 위한 신발을 만든다는 것에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린 시절 소아마비로 인해 장애를 겪으면서 걸음걸이와 신발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다.
“저도 전부터 제 신발을 제가 만들어서 신지 않았어요. 친구한테 전화해서 부탁하죠. 하지만 신다보면 아프고 불편해서 신지 못합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직접 만들어보니 굳은살도 없고 편하고 좋았습니다. 저같이 불편한 사람을 위해 기술을 활용하는 게 낫다 싶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정형외과 신발을 제작하는 곳의 대부분이 비장애인들이 만들고 있다 보니 장애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결과이다.
정형외과용 구두는 일반구두 제작기술과 달리 환자 대부분이 좌측과 우측의 길이 및 형태가 다르므로 각 조건에 부합하는 구두를 제작하기 위해 제작자의 기술과 환자에 대한 이해가 더욱 요구되는 사업이다.
장애인 당사자가 장애인을 위한 신발을 만든 다는 것은 사용자의 요구와 특성을 가장 잘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수제화 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패턴’이다. 장애 특성에 맞게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세세히 살펴 디자인을 제작하는 것이다.
박창동 대표는 지난 35년간 패턴을 해온 패턴 전문가다. 그동안 노하우가 정형외과 구두제작에 큰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을 위한 정형외과 신발은 패턴 방식이 일반인들과 다릅니다. 제가 다리도 불편하다 보니 일반 사람들 신발을 하는 것보다 제 기술을 저같이 불편한 분들에게 신경을 써서 하면 더 편하지 않을까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포시즌상사에는 5명이 근무 중이다. 이 중 보조기 기사 한 명을 제외하고 모두 장애인이다.

모든 신발은 100% 1:1 맞춤형 제작
포시즌상사에거 제작하는 모든 신발은 100% 1:1 맞춤형 형식이다.
때문에 포시즌상사에서 손님들이 듣는 첫마디가 “걸어보세요”다.
고객들이 다리가 불편한 원인이 다 다르기 때문에 당사자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신발을 제작하기 위함이다.
“지체장애인들은 다리 길이가 짧다든가 길다든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척추가 손상이 안 되게 맞춰 줘야 합니다. 다리 옆으로 꺾인 분들은 꺾이지 않게끔 신발을 제작을 해주고 있습니다. 100% 1:1 맞춤형이죠.”
이게 끝이 아니다.
장애인용 보장구를 만들려면 정형외과나 신경외과 처방전이 필요하다. 처방전 내용과 걷는 것을 참고해서 신발을 제작한다.
모르는 고객들은 직접 병원까지 모시고 가서 처방전을 받아오기까지 한다.
구두는 가죽을 사용하기 때문에 늘었다 줄었다 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신발의 모양이 틀어진다. 틀어진 신발을 신으면 불편할 수밖에 없다.
포시즌상사는 가죽을 당겨서 만들지 않고 고객에 특성에 맞게 조립식으로 만든다. 줄어드는 염려를 사전에 방지한 것이다.
디자인 또한 뛰어나다.
사용자들의 각 특성에 맞게끔 세심히 살펴 디자인을 선정해 고객에 권유한다. 박 대표는 이런 부분까지 세심히 살폈다.
“장애인이다 보니 발가락이 많이 구부러지고 튀어나온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일반 구두와 디자인 패턴이 달라지죠. 이런 분들은 어떤 디자인을 편할지 등을 디자인할 때 고려해 제가 선택해서 권해드립니다. 모두 만족 하더군요”
까치발이 심해 구두를 신어 본 적이 없다는 한 고객은 포시즌상사에서 구두를 맞춰 신어보고 받자마자 구두에 광을 내겠다고 했다. 그 고객은 다름 아닌 구두닦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 남의 구두만 닦아봤다는 거였다. 내 구두를 한 번 처음 반짝반짝 닦아보겠다고 좋아서 가던 고객도 있었다.
특히 지방에 있는 고객은 거리가 멀다보니 한꺼번에 두 켤레 세 켤레 부탁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럴 경우 박 대표는 일단 한 켤레를 일주일정도 신어보고 신발 자료가 입력 돼있으니까 맘에 들면 그대로 제작해 택배로 보내드리겠으니 전화만 달라며 한 켤레만 제작해서 돌려보낸다.
이런 박 대표의 사용자 특성에 맞는 꼼꼼함이 입소문을 타 우리나라 정형외과 구두분야에서 최고의 품질로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해 순천에서 와서 구두를 맞춘 한 고객은 감사하다며 김치를 해서 보내주기도 했다. 또 다른 고객은 쑥떡도 해서 직접 와서 전달해 주기도 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박창동 대표만의 우직함으로 신뢰를 하나 둘 쌓아온 결과물이다.
단 한명의 고객명단도 없이 시작한 지 3년 만에 전국에서 고객이 1000명을 넘어섰다.
초창기에는 운영에 어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는 전국에서 주문이 들어온다. 포시즌상사를 설립한 지 3년 만에 적자에서 벗어나 손익분기점을 맞췄다. 내년부터는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주방이 영업맨…점심 한 끼 먹으며 진정성 보여주다
포시즌상사에는 영업사원이 없다. 별도의 광고나 홍보마케팅도 하지 않는다.
바로 주방이 영업을 담당하는 곳이다. 처음 공장 준비할 때도 주방을 제일 먼저 꾸몄다. “주방이 영업을?” 이라며 갸우뚱 할 것이다.
작은 성의지만 한 끼의 식사라도 대접하며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
“신발을 맞추러 오는 분들하고 긴 얘기를 할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점심이라도 먹으면서 이 얘기 저 얘기하면 친숙함이 생기지 않을까 해서 입니다. ‘오시는 분들 놓치면 안된다. 잡으려고 애쓰지 말고 오는 사람 놓치지 말자’는 것이 회사 방침입니다.”
이런 박 대표의 정성은 구두를 맞춘 사람들이 지인들을 소개시켜주며 입에서 입으로 소문을 타며 전국에 명성이 알려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사용자 요구와 특성을 잘 안다고 해서 100% 만족 시켜주기는 쉽지 않다.
특히 중간에 장애를 입은 사람의 경우 장애의 정도를 생각하지 않고 일반 구두와 똑 같이 만들어 달라는 경우에 힘들다고 한다.
예를 들어 한 쪽 다리가 5cm가 짧으면 신발을 그만큼을 높일 수밖에 없다. 신발을 벗으면 좌우 신발의 높이가 달라진다.
창피하니 그 높이를 맞춰 달라는 경우가 그렇다. 그럴 경우에 신발은 미관이 중요한 게 아니라 편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설명한다.
“걸을 때 편해야 발이 변형이 덜 되며 연세가 들수록 발은 변형이 오기 때문에 나중을 생각해서 지장이 없을 정도로 신발을 해드리겠다고 설명을 드립니다.”

돈 벌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불편하신 분들 더 불편
구두비용이 소비자가로 22만원이다. 싼 가격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제조업체에 불편함을 요구하는 경우가 드물다.
구두에 손상이 오면 제조업체에 당당히 요구하라고 당부한다.
“몸이 불편하다 보니까 아무래도 구두를 잘 안 닦아 신으신다. 그러면 가죽이 빨리 손상될 수 있습니다. 그 업체에 다시 손을 봐달라고 당당히 요구하세요. 업체에다 요구를 해서 안 들어 줄 경우 구청에 요구해야 합니다.”
박창동 대표는 항상 고객의 입장이다.
신발 신다보면 불편하다 싶으면 다시 해 준다. 신다가도 한 쪽 다리가 불편해서 창이 닳아지면 물기나 눈에서 미끄러워진다. 연락만 주면 창을 새것으로 갈아준다. 2년간은 무료다.
한편 포시즌상사에는 종종 다른 업체에서 만든 신발을 가져와 수리를 부탁하는 고객이 있다.
이런 신발 대부분은 장애의 특성을 세심히 고려치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창동 대표는 이런 것을 볼 때면 속이 상한다. 이런 업체들 때문에 모든 보장구 업체들이 욕을 먹을까봐서이다.
박 대표는 이런 업체에는 봉사하는 마음으로 하라고 충언했다.
“양심껏 했으면 합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한다고 생각해야지 돈 벌겠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불편하신 분들 더 불편하게 만듭니다.”
정형외과 구두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아 수급자에게는 2년 마다 구두가격 22만원 전액을 지원해 주고 복지카드 소지자에게는 80%를 지원해 주고 있다.
박창동 대표는 지난해 제7회 장애인창업경진대회 창업성공사례부문에서 ‘장애인용 맞춤형 구두 제작’으로 중소기업청상을 받았다. 내년에는 보건복지부장관상을 받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보장구 만드는 일을 할 수 있는 날까지 최선을 다한다는 각오다.(1899-0125)
 
                                                                                글·사진/김인수 기자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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