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사건이 터지면서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은 현실을 우리는 제대로 보았다. 마치 벌거벗은 부끄러운 몸을 보듯 우리 사회에 대한 안전은 형편없었다. 게다가 엎친데 덮친격으로 범죄와 폭력으로 물들어져 가는 사회 속에 국민들은 불안감만 높아져갔다. 한국여성재단은 이러한 점을 착안해 ‘우리 동네 안전지킴이 만만클럽 캠페인’을 실시했다.
‘만만클럽 캠페인’은 월 1만원을 기부하는 정기기부자 만 명을 모집해 독립적인 사업을 펼칠 수 있는 재정적 뒷받침이 된다는 취지에서 시작되었다. 2011년 발족하여 현재 참여기부자는 140명 정도이다.

영등포구 대림3동 만만클럽 모이다
지난달 7일 오전 10시 대림3동 소재 언니네 작은 도서관에서 서울여성회 정기 회원 10명이 모였다. ‘꼼꼼히 살펴보는 우리 동네 안전’이라는 주제로 동네 안전을 체크하는 이유와 방식을 교육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서다.
강의는 ‘안전마을 셉티드(CPTED)’에 관한 내용이다. CPTED(셉티드)는 건축 환경의 적절한 설계와 효과적인 사용이 범죄의 두려움과 발생범위를 줄이고 삶의 질을 증대시키는 기법을 의미하는 것으로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발달한 범죄예방 전략이다. 이를 한국여성재단 만만클럽의 일환으로 주거환경을 계산, 디자인해서 범죄를 예방하고 마을을 안전하게 한다는 목적에서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박지아 서울여성회 성평등교육센터장(40)은 그동안 아동성폭력예방교육을 하면서 성폭력의 주 대상인 아이들에게 잘 대처하는 방법과 지역 안전을 고려할 수 있는 방책에 대해 고민했다. 이것은 소외약자의 개개인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잘못된 관점에서 문제가 비롯됐다고 여겼고, 박지아 센터장은 무엇보다 마을과 어른들이 나서서 안전한 동네를 만들어할 필요를 느꼈다.
박지아 센터장은 “만만클럽은 올해 하반기 부산을 시작으로 CETED(셉티드) 모니터링을 하여 경기 안산, 서울 등 전국 7개 지역에서 범죄로부터 동네안전 키기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며 “강력범죄 뿐 아니라, 전반적인 마을 안전까지 살펴보는 활동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강의는 교육에 참여한 회원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모두들 강의를 듣는 동안 ‘우리 동네가 이렇게까지 허접했나?’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몰랐던 부분에 대해 놀라는 눈치를 보였다.
교육은 아동·여성 범죄예방을 위한 셉티드 이해와 지역사회 안전프로그램, 국내·외 사례를 공유하며 보다 안전한 도시가 되기 위해 무엇을 중점적으로 노력해야 하는지 심도 있게 진행됐다.

우리 동네 모니터링 시간
강의가 끝난 뒤, 서울여성회 회원들은 직접 대림3동을 돌며 범죄가 일어나기 쉬운 집 구조 형태와 범죄예방에 대한 효과를 직접 감지할 수 있는 모니터링을 30분간 실시했다.
회원들은 박지아 센터장의 설명에 따라 메모를 하기도 하고, 직접 사진도 찍어가며 셉티드 필요성을 느꼈다.
모니터링 하던 중 어떤 집은 주인이 자리를 비우고 있는 데도 대문이 활짝 열려있어 지나가다 본 회원들은 대신 대문을 닫아주며 걱정했다. 또 어떤 곳은 빌라가 너무 앞집과 뒤 집이 밀집해 있어 공간이 좁고 담벼락이 낮아 범죄자가 가장 쉽게 드나들 수 있다는 점을 눈으로 확인하며 안타까워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어떤 집 앞에는 쓰레기가 너무 많이 쌓여져 있어 지저분해 쉽게 범죄자에게는 범죄를 지를 수 있는 집이라는 겨냥이 될 수 있다는 설명에 놀라기도 했다.
박지아 센터장은 “부자가 사는 동네보다 가난한 동네에 더 범죄자가 노리는 경향이 크다”고 말했다. 이유는 “부자는 철저히 돈으로 치안방지대책을 세우지만, 가난한 동네는 오히려 쉽게 집 대문을 열어놓기도 하고 쓰레기 등 아무렇게나 방치를 해서 범죄자의 심리를 쉽게 자극하는 점”이라고 했다.
얼마 전 대림3동으로 이사했다는 김하나 회원은 처음 이사 왔을 때부터 불안감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동네 특성상 중국 이주민들이 많이 산다는 것과 밤에는 불량청소년들이 무리를 지어 돌아다니는 모습 등 이전에 살았던 곳과는 다른 풍경들을 목격하면서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김하나(32) 회원은 “아이를 키우다 보니까 안전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면서 “우연히 서울여성회에서 안전에 대한 강의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참여하다가 평소 몰랐던 동네 안전에 대해 알게 되는 시간이 되어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창문에 방범창을 단다든 지와 같은 작은 것 하나부터 개인이 신경 쓰고, 주민이 하나가 되어 동네의 안전을 위해 노력한다면 나중에라도 좋은 쪽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말했다.
한국여성재단에서 성교육 강좌를 맡았단 김형진 회원(36)은 대림3동 거주한 주민이면서 평소 안전에 대해 잘 인식하지 못했던 부분을 교육을 통해 알게 되어 안전에 대한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느꼈다. 김형진 회원은 “이 동네가 사실 아이부터 저녁에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다”며 “특히 골목길은 조명이 제대로 설치되어 있지 않아 다니는 것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언니네작은도서관 관장이자 서울여성회 회원인 유미영 씨는 “언니네 작은 도서관은 주민들의 도모와 화합 그리고 이러한 안전에 대한 강의가 이루어지 지기 위해 건립한 것”이라며 “지역사회 안전 필요성을 느낀 주민들이 셉티드 강의와 교육을 통해 안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근본적인 문제를 함께 고민하며 지역사회 활동가와 함께 발전을 이룩하는 데 좋은 시발점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유미영 관장은 이어 “반사경 조경 달기 및 안전에 필요한 부분을 지자체와 정부가 함께 알아주고, 발전을 이루기 위해서 한국여성회 협약으로 구청에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만만클럽 캠페인 든든한 안전 지킴이 노릇
만만클럽은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미래로 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는 시급한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자 ‘안전·안심 사회 만들기’ 희망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만만클럽에서 설명하는 우리 동네 안전 프로젝트는 범죄율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범죄 체감율과 범죄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무질서를 나았고 지역사회 유대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최근 통계자료에 의하면 자신이 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비율은 51.7%였으며, 실제 서울시 성폭력 범죄율은 0.06%로 나타났다.
만만클럽캠페인이 하는 우리동네 안전조사 내용은 ▶감시성 : 시야확보(가로수), 보안등, 반사경, CCTV, 방범 ▶통제접근 : 담장, 가스배관, 차단기, 도어락 ▶유지관리 : 쓰레기, 파손수리, 벽화, 잠금장치 ▶활동성 : 통행인수, 놀이터 이용자, 주민여가활동지원 등이다.
백진영 한국여성재단 홍보과장은 “만만클럽 캠페인으로 인해 주민들의 의식 변화가 커졌다”며 “범죄에 대해 막연하게 가졌던 두려움과 폭력의 문제에 대해 바로 인식하는 효과와 아동 ·청소년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활동이 제안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박지아 센터장은 또 “안전지도와 설문조사를 통해 우리 사회 안전에 대한 인식전환을 위해 애쓰고 있다”며 “주민활동 거점으로 분석을 하여 대안정책을 내놓아 지자체와 연결하여 현실적인 부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계획에 대해 밝혔다.  

문혜원 기자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