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경력단절여성은 전년도와 대비했을 때 18만 4000명이 증가한 213만 9000명이었다. 여성들은 경력단절의 가장 큰 이유로 결혼, 육아, 임신·출산, 가족 돌봄, 자녀교육을 꼽았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2013년도와 비교해 결혼에 따른 경력단절여성은 7만 6000명 감소한 반면, 육아(5만 5000명), 임신·출산(2만 2000명), 자녀교육(2만 명)에 따른 경력단절여성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정부가 다양한 보육정책을 펼치는 데도 불구하고 보육으로 인한 경력단절 현상은 왜 일어나고 있을까. 이는 현재 보육정책이 워킹맘들의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경력단절여성을 줄이기 위한 현실적인 정책을 마련하려면, 사회구조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

다양한 보육정책에도 눈치 보는 워킹맘
정부는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고자 다양한 보육정책과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정책이 ‘육아휴직제도’와 ‘무상보육정책’이다. 육아휴직제도는 ‘만 6세 이하 취학 전 자녀가 있는 경우 최대 1년 동안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육아휴직기간 동안 월 50만 원의 휴직급여가 지급되지만 실질적으로 육아휴직을 신청하는 여성은 드물다. 기업이 육아휴직기간 동안 인력을 대체해줄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고, 무엇보다 육아휴직에 따른 각종 불이익이 걱정돼 이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를 돌보느라 업무에 지장을 준다는 이유로 육아휴직을 쓴 여성이 승진·교육 등에서 불이익을 받는 것이다. 8개월 된 아이를 둔 김혜경 씨(32)는 산전·후 휴가를 쓰고 나서 회사에 복귀했지만, 일과 가정을 모두 돌보는 것이 어려워 결국 회사를 그만 두고 말았다.
“육아휴직을 쓰고 싶었지만, 말을 꺼낼 수 없는 분위기였어요. 여성보다 남성이 많았던 회사라 육아휴직을 쓴 사례가 별로 없었어요. 뿐만 아니라 상사 입장에서는 육아휴직을 쓰게 되면 대체인력을 투입해야 하니,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눈치였지요.”
그렇다면 무상보육정책은 어떠할까. 지금 우리나라는 0~5세 아동에게 하루 12시간(주 68시간)의 보육을 보장하고 있다. 이는 다른 OECD국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무상지원의 범위를 설정한 뒤 여성의 취업여부, 가족의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지원을 차등한 것과 판이하게 다른 모습이다. 그런데 이 같은 제도가 워킹맘들에게 또 다른 부작용을 낳고 있다. 취업여부와 상관없이 12시간의 어린이집 무상 이용을 보장하기에 상대적으로 늦게 아이를 데려가는 워킹맘이 어린이집에서 역차별을 당하는 것이다.
<그래프1>을 보면 우리나라의 무상보육정책이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는 데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우리나라는 0~2세 자녀를 둔 여성의 취업률이 보육시설 이용률보다 낮다. 이는 지금 펼치고 있는 다양한 보육정책이 여성의 취업률을 높이는데 과연 효율적인지 다시 생각해봐야 함을 뜻한다.

30대 여성의 경력단절은 취업의 질 저하로 이어져
‘2014년 경력단절여성 통계(통계청)’에 의하면 경력단절여성의 연령대 비율에서 30대가 전체의 절반 이상(52.2%)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여성이 직장을 그만 두는 가장 큰 이유는 ‘육아’였다. 20대가 직장에서 일을 배우기 시작하는 시기라면, 30대는 20대에 쌓아놓은 기초 위에 노하우와 경험을 더해가는 시기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30대 기혼여성 대부분이 육아로 인해 사회생활에 제약이 따르면서 경력단절을 경험하게 된다.
30대에 아이를 어느 정도 키워놓고, 40대에 재취업을 하려고 해도 제대로 된 보수와 여건의 일자리를 찾기는 쉽지 않다. 물론 전에 일했던 경험을 살리거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일자리는 더더욱 찾기 어렵다. 때문에 재취업 여성들은 임금, 복지 측면에서 질 낮은 일자리를 찾아갈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할인마트 파트타이머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는 고은숙 씨(42)가 불만을 토로했다. 그녀는 20대에 출판업에 종사했다가 30대에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을 경험했다.
“10년 넘게 직장생활을 쉬었기 때문에 전공이나 경력을 살린 직장을 얻는다는 것이 불가능했어요. 재취업하려고 구직활동을 해보니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설거지, 청소부, 계산원 등의 단순노무 밖에 없더라고요. 씁쓸했죠.”
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이 증가하는 데는 ‘집안일은 여성의 몫’이라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유교관의 영향이 크다. 우리나라에서는 자녀양육의 책임이 일차적으로 여성에게 주어진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직장 업무로 인해 육아가 원활히 이뤄지지 않으면 워킹맘들은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을 갖는다.
올해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일하는 방식과 문화에 대한 인식조사 보고서’에도 이러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분위기가 잘 반영돼 있다. 만 8세 이하의 자녀를 둔 여성 임금근로자의 경우 전적으로 본인이 육아를 맡는다는 비율이 21.9%였고, 본인이 육아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고 배우자가 돕는 비율은 61.1%였다.
다양한 인식개선 프로그램과 정책으로 ‘양육은 오롯이 어머니의 몫’이라는 사회적 분위기를 개선해야 경력단절여성 또한 줄어들 것이다. 더불어 야근, 주말근무 등 장시간 근로가 많은 우리나라의 문화도 개선돼야 한다. 정시에 퇴근하고, 주말에 가족과 함께 어울리는 문화가 정착돼야 남성의 육아와 가사 참여율을 높일 수 있다.

선진국의 보육정책, 높은 여성 취업률로 이어져
우리는 보육정책이 체계적으로 이뤄진, 미국·영국·뉴질랜드·스웨덴·프랑스·독일과 같은 선진국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우선 독일의 경우를 살펴보자. 독일은 2002년 가족정책을 ‘1인 부양자 모델’에서 ‘2인 부양자 모델’로 전환했다. 또 맞벌이 부부가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공적 보육제도와 모성보호제도, 그러니까 산전·후 휴가와 육아휴직을 강화하는 데 주력했다.
스웨덴 역시 여성이 일과 가정을 모두 양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과 제도로써 돕는다. 스웨덴은 돌이 안 지난 갓난아기는 부모의 품에서 자랄 수 있게 육아휴직제도를 적극 활용한다. 아동수당을 주어 양육비용을 보조하는 것은 물론, 종전 월급의 77% 가량을 지급하는 유급휴가를 16개월까지 보장한다. 물론 유급휴가가 여성고용을 위축시킬 것을 고려해 유급휴가의 몫은 해당 고용주가 부담하지 않는다. 스웨덴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근로자를 고용하면 고용주는 부모보험에 보험료를 납부한다. 부모보험은 우리나라의 건강보험과 같은 원리이다. 평소에 국민들에게서 기금을 마련해두었다가 아이를 가진 부모에게 소득 이전 시키는 것이다.
프랑스는 ‘국가가 아이를 키운다’는 목표 아래 양성평등의식을 고취시키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만 2세 이하 아동에 대한 보육서비스를 워킹맘 자녀 중심으로 지원한다. 만 3~5세 아동은 국가 차원의 유아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미국·캐나다·영국이 펼치는 보육정책을 대략적으로 살펴보면 <표1>와 같다.

<표1> 국가별 보육정책
국가                            보육정책

미국         시장 중심의 정책을 펼치고 있어 보육정책에 정부가 나서는 비율이 다른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 하지만 저소득층 교육지원제도인 ‘헤드스타트’를 펼치고 있고, 종교단체·비영리 법인과 개인에 의해 운영되는 보육시설이 65%에 달함.

캐나다     미국처럼 정부가 운영하는 보육시설은 적은 편. 그러나 비영리 민간 보육시설은 68%에 달함.

영국         종일제의 경우 정부가 운영하는 보육시설은 11%, 비영리 민간 보육시설의 운영은 22%에 달함. 단, 취약계층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공공 보육시설은 68%에 달함.

보육정책과 여성의 취업률 사이에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여러 연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때문에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높은 선진국의 보육정책을 통해 지금 우리나라 보육정책이 지닌 문제점에 대해 짚어보고, 개선방향을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

복지의 질 높인 다각도의 보육정책
지금까지의 이야기를 통해서 알 수 있듯이 무상보육정책만으로는 경력단절여성을 줄일 수 없다. 정부는 여성이 아이를 낳은 뒤 더 이상 직장생활을 할 수 없는 이유가 ‘육아는 어머니의 몫’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와 대부분의 기업이 잘 지키지 않는 보육제도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경력단절여성을 줄이려면 보육시설에서 제공하는 복지의 질도 고려해야 한다. 어린이집 여기저기 곰팡이가 펴 있어 각종 언론매체에서 논란이 된 바가 있고, 형편없는 급식 메뉴 또한 많은 어머니들의 분노를 사게 했다. 아이를 보육시설에 믿고 맡길 수 없는 분위기 속에서 워킹맘들은 마음 놓고 직장생활을 이어갈 수 없다. 각종 보육정책과 제도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살피고 점검하는 일도 중요하다. 2015년에는 워킹맘들의 현실을 반영한 실질적인 보육정책과 제도가 나오기를 바란다.

                                                                    글/ 석수영 기자
                                            자료/ 한국개발연구원(KDI), 통계청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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