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의 최근 조사에서는 우리 국민들의 가족생활에 대한 인식에도 큰 변화가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자녀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하려는 부모들이 늘어나고 있고, 결혼은 필수가 아니라는 사람도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예전과 달리 자녀들에게 기대지 않고 자립하는 부모들이 부쩍 늘고 있다. 실제 조사 결과, 스스로 생활비를 버는 부모가 올해 처음으로 자녀 도움을 받는 부모보다 많아진 걸로 나타났다. 부모 노후를 가족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도 약해졌고, 부모와 자녀가 함께 사는 가족 비율 역시 줄었다.
요즘의 결혼 문화와 부모부양의 의미에 대해 되짚어보고자 한다.

결혼은 이제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젊은 사람들의 결혼관이 점점 빠르게 바뀌고 있다. 2013년 통계청 조사에 의하면, 결혼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전체 56%에 그쳤고, 특히 미혼 여성들은 38%만이 결혼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때가 되면 결혼하고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는 우리 전통 가족 개념이 점차 흐려져 가고 있다.
지난해 1월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의 사회동향 2012’에 따르면, 국내 ‘1인 가구’의 비율은 1990년 9%에서 2000년 15.5%, 2010년 23.9%로 20년간 2.6배 넘게 증가했다. 2013년 현재 25%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근거로 새정치민주연합 양승조 의원실이 국회 입법조사처에 의뢰해 시뮬레이션한 결과, 1인 가구는 오는 2020년 29.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되고, 2050년에는 무려 37%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결혼 후, 시부모 갈등 여성 많아
# 결혼 한 지 4년째 접어가는 박선영(34·) 씨. 지금의 남편과 2년 열애 끝에 행복한 결혼식을 올려 아이 둘을 낳아 키우고 있다. 나름 결혼 초기에는 신혼생활에 행복을 느꼈지만, 선영 씨는 아이를 낳은 후, 육아문제로 인한 시부모와 갈등이 일어나면서 불편해졌다. 직업이 교사이다 보니 1년 육아휴직 후, 시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게 되었는데, 아이를 맡으면서 오는 잦은 갈등이 원인이 되었던 것.
거의 시어머니가 아이를 키우다시피 했던 입장에서 함부로 이런저런 육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없었던 선영 씨는 시어머니만의 육아법에 대해 불만이 쌓여갔고, 결국은 터트리게 되면서 싸움이 일어나게 되었다. 그러면서 시댁과 가까이 살았던 집을 처분하고, 멀리 이사를 가게 되면서 더욱 시부모와 거리가 멀어졌다.
선영 씨는 “남편이 외아들이어서 그런지 시부모와 가까이 살거나 나중에 모셔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자주 내게 비쳤다”며 “하지만, 나는 솔직히 시부모와 함께 사는 것도 싫고, 가까이에서 사는 것도 매우 불편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

# 맞벌이 하는 부부 김소영(32·가명), 우인식(34) 씨. 어린 딸(34개월) 하나를 키우면서 셋이 작은 공공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평일에는 할머니가 손주를 봐주고 있고, 주말에만 아이를 데려와 시간을 보낸다. 그들은 이렇게 생활 한 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요즘 소영 씨는 고민이 생겼다. 바로 시어머니께 드리는 육아비 및 용돈 등에 관련한 문제다.
소영 씨는 “시부모께서 연세가 60세 이상인데, 특별한 벌이를 하고 있지 않아 우리가 드리는 매달 생활비(20만원)와 육아비(50만원) 정도를 드리고 있다”며 “그런데 최근 시어머니가 육아비를 좀 더 올려달라는 말씀을 하는 바람에 어떻게 해야 할 지 고민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 맞벌이 하고 있지만, 우리도 사는 게 막막해 답답한 형편”이라며 “남편은 장남인데다, 책임감이 강해서 부모님을 돕고 싶은 마음이 강해 설득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소영 씨는 “결혼 전에는 육아 문제 등 마냥 편하게만 생각했는데, 막상 결혼 후 현실적인 문제가 부딪히니 골치 아프다. 특히 시부모 모시는 것에 대해서는 정말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 3월 예비 신부가 될 이가영(28?) 씨는 다가올 결혼 준비와 더불어 주변에서 미리 결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고민이 생겼다. 바로 시부모 모시는 것.
그는 신세대 젊은 사람답게 시부모 모시는 것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고 말한다.
이가영 씨는 “미래 남편은 효자인 편인데, 신혼집은 따로 있지만, 나중에 부모님이 연세가 많으시고 마땅한 벌이가 없으실 경우 모시고 살자고 할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장담할 수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가영 씨는 “결혼은 분명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요즘은 결혼이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받아들여지는 추세이다. 아무래도 이러한 ‘결혼문화관이 성립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성 51%, 결혼 전 미리 정하고 싶다
결혼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란 남녀가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다른 가치관과 의견 조율을 위해 필요한 확인사항들이 있는데 미혼남녀가 뽑은 ‘결혼 전 확인사항’이 있다.
결혼정보회사 노블레스 수현이 미혼남녀 965명(남 425명·여 513명)을 대상으로 ‘결혼 전 확인사항’에 대한 설문조사한 결과, 남성의 경우 ‘맞벌이(192명/42.6%)’를 1위로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윤인석(31·가명) 씨는 “결혼 후의 경제활동은 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꼭 확인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자녀계획도 중요하지만 모든 계획에 있어서 가장 첫 번째로 조율해야 할 부분은 경제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부모님 부양’(125명/27.8%), ‘경제권’(82명/18.2%). ‘가사분담’(53명/11.4%) 등의 순이라고 답했다.
반면 여성들은 ‘부모님 부양’(264명/51.6%)을 1위로 꼽았다. 설문에 참여한 김설인(27·가명) 씨는 “부모님과 나로 이루어졌던 가정에서 결혼 후에는 남편과 나로 재구성되는데 먼 훗날 양가 부모님이 노쇠하셨을 때 어떤 방법으로 부양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은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며 “특히 분가의 경우에는 미래를 대비해서 반드시 필요한 확인사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들은 ‘경제권’(157명/30.7%), ‘가사분담’(58명/11.5%), ‘맞벌이’(34명/6.2%) 등을 꼽았다.
노블레스 수현의 김라현 본부장은 “결혼이란 사랑이라는 마음의 결실에 남녀의 가치관과 미래가 더해저 제2의 인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라며 “그 과정에 있어서 사랑을 바탕으로 서로의 의견과 확인해야 할 사항을 미리 조율하는 것이 앞으로의 행복한 결혼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국내 1인 가구 급증의 원인
지난해 8월 국민권익위원회와 국민대통합위원회는 6월9일~7월9일 ‘국민신문고’와 포털사이트 다음 이용자 942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발표했다.
응답자들은 1인 가구 증가 원인으로 ‘가족 가치의 약화’(28.8%), ‘개인주의 심화’(23.6%) ‘비혼자 증가’(23.0%), ‘고용불안 및 경제여건 악화’(20.3%) 순으로 답했다. 이를 나이별로 나눠 살펴보면 묘한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40~50대와 60대 이상의 중년층 이상은 ‘가족 가치 약화’(31.4%), ‘개인주의 심화’(26.7%) 등을 주된 원인으로 꼽았다. 반면 30대 이하 청년층은 ‘고용불안·경제여건 악화’(44.2%)를가장 큰 이유로 봤으며, ‘비혼자의 증가’(30.1%), ‘고용불안·경제여건 악화’(26.5%) 등을 들었다.
이처럼 중년층 이상은 가치관의 변화를 지적한 데 반해 청년층은 경제적인 문제를 짚었다. 세대별로 자신들의 처한 현실을 반영한 답변이라고 볼 때 청년층은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1인 가구를 선택하고, 중년층 이상은 청년층의 이런 선택으로 인해 가족이 파괴되는 피해를 보고 있다고 여기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서영(61? 서울시 양천구 신월동) 씨는 “현재 아들, 딸 시집?장가 보내놓고 남편과 같이 보내고 있다”며 “자식들한테 괜히 눈치 보이고, 폐 끼치고 싶지 않아 되도록 왕래를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3년 9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내놓은 ‘가족변화 양상과 정책함의’ 발표에서는 중년층 이상이 우려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가족 가치관’ 변화 여파가 두드러졌다.
‘혼인 가치관’은 ‘반드시 해야 한다’는 비율이 33.6%(1998년)에서 20.3%(2012년)로 줄었고, ‘하는 것이 좋다’는 39.9%에서 42.4%로 늘었다.
‘자녀 가치관’은 ‘자녀는 반드시 가져야 한다’는 비율이 73.7%(1997년)에서 46.3%(2012년)로 격감했지만, ‘반드시 가질 필요는 없다’는 26.0%에서 53.5%로 증가했다.
‘부모 부양관’은 가족 부양 의식에서 사회 부양 의식으로 전환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부모 부양은 가족의 책임’이라는 답변은 89.9%(1998년)에서 33.2%(2012년)로 급락했지만, ‘사회 책임’은 2.0%에서 52.9%로 치솟았다. ‘(부모)스스로 해결’이라는 응답도 8.1%에서 13.9%로 늘어났다.

싱글 1인 가구의 미래 현황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11월 내놓은 ‘1인 가구의 현황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를 따르면, 조사에 응한 20대 이상 1인 가구 4000명 역시 노후에 대한 불안을 나타냈다.
‘독신 생활에 만족한다’는 응답이 20, 30대 1인 가구는 52.7%로 절반을 넘었지만, 40, 50대는 41.9%로 낮아졌다. 60대 이상에선 36.7%에 그쳤다. 반대로 ‘혼자 살면서 힘든 점이 있다’는 응답은 40∼44세 59.8%에서 55∼59세 70.2%로 대폭 증가했다.
1인 가구에서 가장 힘든 점으로 60대 이상 남성은 가사 등 ‘일상생활의 어려움’(28.9%)을 꼽았고, 여성은 ‘아플 때 간호해줄 사람이 없다’(44.0%)를 들었다. 또 40~50대 남성은 ‘불안감과 외로움’(34.5%)을, 여성은 역시 ‘아플 때 간호해줄 사람이 없다’(32.9%)를 꼽았다.
이러한 급속한 인구 고령화와 함께 대두한 1인 가구의 노후 불안은 사회적 비용 증대를 가져온다. 결혼 기피, 출산 기피 현상으로 합계 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생산 가능 인구가 계속 줄고 있는 상황에서 노령 인구의 급증에 따른 복지 수요 증가는 15~64세 부양 연령층의 노년 부양 부담을 가중시켜 앞으로 사회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 결과, 국내 생산 가능 인구를 기준으로 한 ‘1인당 노년 부양 부담액’은 7만8000원에서 지난해 12만9000원으로 증가했는데 취업자를 기준으로 한 ‘실제 1인당 노년부양 부담액’은 2000년 12만7000원에서 지난해 20만1000원으로 더욱 가파르게 상승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해결 방안으로 ▲근로 가능 노년층 대상의 가교 일자리 제공, 근로 불가능 노년층 대상의 공적 이전지출 확대 방안 등 노년층의 세부 유형별 지원방안 강구 ▲부양 연령층의 고용 확대 및 질적 수준 증대를 통한 부양능력 제고 ▲노인복지 관련 재정 건전성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출산 환경 개선을 통한 출산율 증대로 고령화 속도를 지연시켜야 한다”고 말해 1인 가구 문제 해결에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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