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프스의 노래가 듣고 싶나요? 알핀로제’의 공연을 보러 오세요

내가 ‘인천YMCA 알핀로제 어린이요들단(이하 알핀로제)’을 처음 만난 건 지난 12월 4일, ‘디딤씨앗통장 후원의 날’ 행사 취재를 위해 국회의원회관을 찾았을 때였다. 볼이 발그레한 소년, 소녀들이 스위스 전통의상을 입고 ‘요를레이, 요를레이’ 입을 모으고 있었다. 경쾌하고 청량한 아이들의 목소리에 웬일인지 마음이 뭉클해졌다. 잊고 있었던 추억의 한 조각이, 순수했던 어린 시절이 떠오르면서 나도 모르게 알핀로제의 노래를 따라 흥얼거렸다. 알핀로제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 알핀로제 김정욱 부단장에게 취재를 요청하니 흔쾌히 취재에 응해주었다. 덕분에 나는 다시 한 번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각종 악기를 능숙하게 다루는 알핀로제 단원들
영하 14도의 강추위가 있던 날, 나는 알핀로제를 만나기 위해 인천YMCA 회관으로 갔다. 알핀로제 단원들은 매주 화요일마다 인천YMCA 회관에서 요들송을 비롯해 악기 연습을 한다. 내가 찾아간 그날도 단원들은 연습에 한창이었다. 2015년 1월 20일에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일 년에 한 번 갖는 정기연주회가 있어 더욱 분주한 모습이었다.
단원들은 여러 개의 강의실에서 각자 맡은 악기를 연습하고 있었다. 내가 처음 들어간 강의실에는 열댓 명 정도 돼 보이는 아이들이 방윤식 단장의 지휘 아래 스위스 민속악기 ‘오르겔리’를 연주하고 있었다. 왼손으로는 풀무를 움직이고 오른손으로는 버튼을 누르는 모습이 이국적이었다.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다 보니 어느새 추위에 움츠렸던 몸이 곧게 펴져 있었다.
알핀로제 단원들은 요들송은 물론 악기 연습도 함께한다. 알프스 민속악기인 카우벨, 알프혼을 비롯해 하모니카?기타?더블베이스 등 이곳에서 다루는 악기는 다양했다. 5~6학년 단원들이 생소해보는 악기를 익숙하게 다루는 모습에 내가 놀라자, 김정욱 부단장이 웃으며 말했다.
“고학년 단원들 대부분이 이곳에서 4~5년 씩 활동해 연주 실력이 수준급이에요. 알핀로제에서 가르치는 악기는 거의 다 다룰 줄 알죠. 사실 하나의 악기를 마스터 하면 다른 악기를 익히는 일은 수월해요.”

1998년 창단, 16년 간 꾸준히 활동 이어와
알핀로제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6학년까지 총 47명의 단원으로 구성돼 있다. 국내 어린이요들단 중에서 꽤 큰 규모에 속하지만 처음 알핀로제를 시작했을 때인 1998년 10월만 해도 단원은 11명뿐이었다.
알핀로제 창단의 중심에는 방윤식 단장이 있었다. 그는 요들그룹 ‘김홍철과 친구들’로 활동하던 중 몇몇 어머니들에게서 자녀의 요들송 지도를 부탁 받았다. 생각해보니 자연을 노래하고, 단조가 없는(슬픈 곡조가 없는) 요들송은 아이들과 잘 어울리는 장르였다. 이에 그는 열한 명의 아이들에게 요들송을 가르치기 시작했다. 수업이 마무리 될 때쯤에는 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주고자 성인 요들단 ‘엔지안’의 정기연주회에 아이들을 특별 출연시켰다. 그런데 그날 어린이요들단의 청명한 목소리에 관객이 완전히 매료되고 말았다. 아이들의 어머니들도 그가 계속 요들송을 지도해주길 바랐다. 그렇게 알프스에 피는 장미, 알핀로제가 창단되었다.
처음에는 규모가 작은 만큼 악기 지도 없이 요들송에만 주력했다. 창단하고 2년 쯤 지났을 때 단원이 스무 명으로 늘어나면서 악기 지도도 병행했다. 다행히 단원들은 선생님들의 지도를 잘 따라왔다. 그리고 이제는 아이들 스스로 연주하면서 요들송까지 부르는, 국내에서 몇 안 되는 어린이요들단으로 성장했다.
문득 ‘공부에 요들송과 악주 연습까지, 버겁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타를 치고, 오르겔리는 연주하는 아이들의 표정은 밝았다. 음악이 울려 퍼지는 가운데 종종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들려왔다. 아이들은 일주일에 한 번 알핀로제에 와서 친구들과 어울리고, 음악을 하는 일이 즐겁다고 말했다. 인천 연성초등학교에 다니는 예서진 양(13세)은 9살에 알핀로제에 입단해 4년간 활동했다. 서진 양은 공부만 하는 것보다 일주일에 한 번 요들송 부르고 악기 연습을 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친구들과 많은 공연을 다녔어요. 모두 다 소중한 추억이었죠. 앞으로 더 열심히 노력해서 멋진 공연을 하고 싶어요.”

16년의 세월 속에서 ‘알핀로제’만의 전통 생겨
알핀로제는 지난 16년 간 국내외 할 것 없이 다양한 곳에서 공연을 했다. 총 14번의 정기연주회를 가졌고, 2012년에는 여수엑스포와 판문점에서 공연을 했다. 또 해외로 건너가 일본 교토YMCA, 중국 심양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마쳤다. 알핀로제는 큰 무대뿐 아니라 작은 무대에서의 공연도 중요시 여겼다. 작은 무대에서 관객과 더욱 가깝게 호흡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핀로제는 요즘도 주말이나 방학에 노인요양시설, 보육시설 등으로 봉사공연을 간다.
2008년 8월에는 단장?부단장, 20명의 단원들, 어머니 몇 분과 열흘간 스위스?오스트리아?독일을 여행하면서 다양한 공연을 펼쳤다. 가정집, 치즈공장, 역 앞 광장, 모차르트 생가 등지에서 즉석공연을 펼친 것이었다. 관객의 반응은 과히 폭발적이었다. 동양인 아이들이 부르는 요들송이 신기해서 모여들었고, 요들송을 다 듣고 난 뒤에는 뛰어난 실력에 큰 박수를 쳐주었다. 한 번은 스위스 체르마트역 역장님이 알핀로제의 공연을 보고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단원들에게 기차표를 무료로 제공해주기도 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알핀로제에는 그들만의 전통도 생겨났다. 알핀로제를 졸업한 대학생 선배들이 직접 후배들의 악기 지도를 하는 것이다. 내가 찾아간 날에도 단원들을 지도하는 젊은 선생님들의 모습을 강의실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숙명여대 외식경영학과에 다니고 있는 강혜미(22세) 씨는 아이들에게 아코디언을 지도하고 있었다. ‘매주 시간을 내서 후배들을 가르치는 일이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그녀는 “물론 힘든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후배들이 무대 위에서 능숙하게 연주하는 모습을 보면, 힘들었던 기억은 싹 사라지고 기쁘고 보람된 마음만 남아요. 책임감을 가지고 후배들과 오래오래 교류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이번 겨울 들어 제일 추웠던 날, 굳었던 몸과 마음은 알핀로제 단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어느새 스르르 녹아 있었다. 알핀로제 단원들이 부르는 요들송에 흠뻑 빠져 미소 짓고 있는 내 모습이 놀라웠다. 알프스에 가본 적은 없지만, 알핀로제 단원들이 전하는 음악을 통해서 나는 알프스를 상상할 수 있었다. ‘요를레이, 요를레이’ 아이들의 노랫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선명하다.

미니인터뷰_방윤식 단장
Q_알핀로제에서 가장 보람됐던 일은 무엇이었나요.
A_평소 소극적이고, 또래와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그런데 알핀로제에 들어와 음악을 하고난 뒤 성격이 많이 적극적으로 변했어요. 잘 다룰 줄 아는 악기가 생기면서 친구들 앞에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냈죠. 친구들과 기타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를 때가 가장 좋다던 그 아이의 말이 제게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어요.
Q_단원들에게 강조하는 바가 있나요.
A_단원들이 이곳에서 음악을 통해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기를 바라요. 음악을 즐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잘하고, 못하고는 다음의 문제에요. 그래서 단원들에게 엄격히 음악을 가르치기보다 자유롭게 음악을 대할 수 있게 옆에서 돕고 있어요.
Q_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A_오래된 어린이요들단인 만큼 단원들을 이끄는 나름의 노하우가 있어요. 선배가 후배를 가르치는 전통도 그 중 하나이죠. 큰 바람보다는 앞으로도 알핀로제가 여러 사람들을 만나 행복의 노래를 들려줬으면 좋겠어요.

글/사진/석수영

사진협조/인천YMCA 알핀로제 어린이요들단

문혜원 기자

트윗하기

문혜원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