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월 말, 스토킹 피해를 경찰에 신고한 것에 앙심을 품고 피해여성을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또 5월에도 스토킹 가해자에 의해 피해여성이 엘리베이터에서 떨어져 숨지는 사건도 있었다. 이렇게 스토킹은 살인에 이르는 심각한 범죄지만, 현재 현행법에 의하면 벌금 8만 원만 내면 그만인 상태다. 이 같은 스토킹 피해사례는 매년 조금씩 사건발생 수가 늘어나고 있다. 스토킹은 연예인이나 유명인만이 대상이 된다거나, 보통 사람을 상대로 하더라도 빗나간 애정표현 정도로만 이해되어, 스토킹의 광범위한 심각성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성폭력, 가정폭력 등 폭력범죄의 양태 혹은 보복으로의 스토킹은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피해자들은 이중, 삼중의 고통을 겪고 있으며, 문제해결도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한국여성의전화는 지난달 9일 오후 2시 국회도서관에서 스토킹 범죄처벌법 제정을 제안하며 토론회를 개최했다.

스토킹 범죄 강력한 형사처벌 요구된다

원민경 법무법인 (유)원 변호사는 이미 1990년대 이후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은 스토킹 범죄를 처벌하기 위한 별도의 법률을 제정, 시행하고 있고, 나라마다 각각 그 법률의 내용과 처벌 수위 등은 다르지만 이러한 입법을 통해 스토킹이 더 이상 개인적으로 해결할 일이 아니라 사회적인 범죄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체제를 갖추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원민경 변호사는 우리 사회에서도 스토킹 범죄의 처벌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입법의 필요성이 제기된 지가 상당히 오래됐고, 1999년 ‘스토킹 처벌에 관한 특례법안’이 발의된 이후 현재까지 7개의 법안이 발의된 바 있으며, 19대 국회에서는 이미 2개 법안이 발의돼 소관 상임위의 법안소위원회에 계류되어 있는 상태라면서 하지만 스토킹의 정의, 피해자의 범위규정, 스토킹 범죄에 대한 보호처분 우선 혹은 형사처벌 우선, 피해자지원시설 설립 혹은 지원 방식 등에 대한 좀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원민경 변호사는 보호법익을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 비밀’로 규정하여 기존 발의안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보다 확대해야 한다며 제정안의 개인의 자유에는 거주 이전의 자유, 직업선택의 자유, 주거의 자유,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않을 권리 등 현법에 보장된 기본권을 자유롭게 행사할 자유가 포함된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스토킹 범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토킹 범죄 유형에 따른 방어대책을 어떻게 수립할 것인가하는 점이 중요하다며 정신이상 상태의 행위자일 경우를 감안하여 행위자가 폭력으로 나갈 것인지 행위자의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스토킹 피해서는 스토킹 행위로 인하여 정신적,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 것이 보통이므로 이를 보호하고 지원하는 기관이 설치?운영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민경 변호사는 특정인이 상대방의 동의 없이 그 생활 영역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접근하여 괴롭히는 행위를 방지하는 사생활 보호와 누구든지 스토킹과 흡사한 모습을 목격할 경우 신고할 수 있는 권리, 스토킹의 신고를 받은 사법경찰관리는 피해자의 주거지?근무지?학교 등 피해자가 일상적으로 활동하는 장소 및 그 인근지역에서 정보통신망에서 철저히 조사 및 수사, 신변안전조치 요청 등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제안했다.

입법 규정과 과제 필요
이어진 토론회에서 박선영(인권?안전정책센터장) 여성정책연구원은 스토킹범죄 처벌법 규제 관련 입법조항에 대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박선영 연구원은 스토킹 형벌 규정에 기술된 행위는 피해자의 보호가치 있는 법익을 침해한 것으로 가벌적인 행위로 평가된다며 형량의 범위는 선진국에서는 3개월 이하에서 10년 이하의 자유형으로 다양하나 대부분 1년 이상의 최대형량을 정하고 있어 그 위법성의 정도 역시 중하게 평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선영 연구원은 따라서 우리나라도 기존 형법 체계뿐만 아니라 새로 도입된 경범죄처벌상의 조문으로도 이러한 스토킹 행위를 처리하는 부족함을 인정하고 새로운 법적 개념과 법 형식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스토킹 대응에서 가장 중요하다 할 수 있는 피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여 법제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며 처벌 규정을 일반형법의 한 규정으로 도입할 것인지, 특별법에 마련할 것인지 여부와 피해 예방과 피해자 보호를 위한 특례규정은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보호법익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한정될 것이 아니라 법적 평온 혹은 자유일반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박선영 연구원은 피해예방 및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적절한 개입 방안을 강구하되, 이를 이유로 보호사건으로의 처리 방식을 만연히 채택하여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스토킹 방지법 제정되어야 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와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는 지난 2011년 1월1일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3년간 240명 피해자의 436회 스토킹 피해관련 상담일지 분석결과, 여성 피해자가 234명(97.5%)로 남성 5명(2.1%)보다 상당히 높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피해자의 연령은 20세 이상의 성인이 234건(97.5%)이고 가해자의 연령 또한 20세 이상의 성인이 231건(96.2%)였다. 19세 이하의 아동 ? 청소년도 5건이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를 보면, 아는 사람이 225건(94.8%)으로 주로 데이트관계 136건(56.7%), 직장상사?동료 등과 같은 관계가 30건(12.5%), 지인이 29건(12.1%), 교사 8건(3.3%) 등 순이었다.
스토킹 목적은 일방적 구애 95건(31.7%), 연애종료 후 만남 요구 92건(30.7%), 헤어짐에 대한 보복 37건(12.3%), 뚜렷한 이유 없음(8%) 등이었다.
특히 스토킹이 지속되는 과정에서 스토킹만이 아닌 다양한 양상의 성폭력 중복 피해가 이어졌는데, 그 비율이 33.8%에 이르렀다.
중복피해 유형은 카메라 이용촬영 40건, 강간 31건, 성희롱 24건, 통신매체 및 사이버매체 이용 음란 16건, 성추행 15건이다.
스토킹 지속 기간은 3개월 미만이 28.3%로 가장 높았고, 이어 3년 미만, 6개월~1년, 3개월~6개월, 5년 이상 순으로 조사됐다.
이어 스토킹 가해 방법과 수단을 살펴보면 소문유포, 폭력, 사진 및 동영상 유포는 28.3%였고, 이외 통신 및 사이버 상 괴롭힘, 불시침입 및 배회, 피해자에게 상해, 소문유포,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및 유포, 가해자 스스로 자해 등을 실행한 경우는 429건(71.7%)이다.
아울러 스토킹 대응 여부 및 결과는 주변에 도움 요청 107건(46.9%), 수사기관 신고 46건(20.1%), 무반응 35건(15.4%), 증거 수집 15건(6.6%), 직장 사직 및 피신 12건(5.3%) 등으로 파악됐다.
백미순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은 우리 사회는 개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심각한 위험성을 내포한 사회적인 범죄라는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법 제정에 대한 필요성을 사회적으로 설득해가며 법 제정을 집중적으로 이뤄내는 양면적 전략을 내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시조치 실효성 확보와 피해자보호 처분 필요

손재영 경찰대학 법학과 교수는 스토킹 범죄의 경우에도 가정성폭력범죄의 경우처럼 형사 처벌 받게 되면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및 사회봉사 명령 또는 수강명령 등과 같은 보호처분을 하는 것과 같이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보호처분의 필요성이 반드시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반형사사건으로 기소되어 처벌받은 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제기되므로 스토킹 범죄에 대하여 형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과하지 않게 스토킹 행위자 및 교화, 개선을 꾀할 수 있는 점을 양립하는 방향으로 개선 되어야 할 것이라고 제기했다.

스토킹범죄 형사처벌에 대한 안건검토
홍종희 법무부 여성아동인권과 과장은 스토킹처벌법의 실효성 확보가 중요한 문제라며 범죄의 처벌 수준과 형평성을 고려한 균형 있는 법정형을 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개인의 자유나 사생활의 보호를 주된 보호법익으로 하는 범죄에 해당되므로 보호법익에 대한 위협을 처벌 대상으로 하고 앞으로도 형법상 협박죄의 법정형이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다소 가벼운 수준으로 법정형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피해자 보호법을 구체적으로 수사절차에서 ▲피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전기통신시설을 이용한 접근금지, 보호시설 위탁 등 피해자의 신속하고 지속적인 보호를 위한 조치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서 규정한 피해자 변호사 제도를 준용하는 방법 ▲형사처벌 외 상담, 교육, 치료 등을 이수하도록 하여 이후에도 재범률 최소화하는 방법 등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문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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