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꽃으로도 때리지 말라고 했다. 그 누구도 아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없다. 성인이 가하는 가벼운 체벌도 아이들에겐 어마어마한 폭력이다. 누가 우리 아이들을 멍들게 하는가. 날이 갈수록 늘어가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에 대해 살펴보고 우리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보자.

늘어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최근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에서 아동폭력 사건이 발생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가해자 A씨(33세·여)는 4살짜리 여아의 얼굴을 때린 혐의로 구속됐다. CCTV를 보면 아이는 A씨 앞에서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가 얼굴을 맞고 쓰러진다. 한쪽에선 다른 아이들이 무릎 꿇고 모여앉아 이 상황을 지켜보며 두려워한다. 4살이라는 어린 아이를 때린 이유는 단지 ‘김치를 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A씨는 잘못된 습관을 고치려는 훈계차원이었다며 순간 이성을 잃어서 한 일이지 상습 폭행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해당 반 아이들의 진술 결과 지속적인 폭행이 이루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어린이집 수가 2005년 2만8367개소에서 2013년 4만3770개소로 54.3%가 증가했고, 이용 아동 수는 2005년 98만9390명에서 2013년 148만6980명으로 50.3%가 증가했다. 워킹맘이 증가하고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각 어린이집은 보육교사를 채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급하게 이루어지는 교사채용 탓에 검증되지 않는 사람들이 보육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통계청의 ‘학대피해아동보호현황’의 ‘아동학대 발생장소’조사에 따르면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2010년 100건에서 2012년 135건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늘어나고 있다. 유치원에서 매해 3~19건, 학교에선 매년 25~67건 발생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굉장히 높은 수치다. 이는 어린이집에 대한 정부의 감독이 허술하다는 사실을 여과 없이 보여주고 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해당 어린이집이 지난해 정부 평가 인증에서 전국 평균인 93.7점보다 높은 95.36점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평가 인증이 아이들의 만족도가 아닌 겉으로 보이는 프로그램 구성만을 보는 하드웨어적 평가에 지나지 않는 것이 현재 보육평가의 현실이다.

대안이 없는 아이 보육
계속해서 이어지는 어린이집 폭행사건에 엄마들이 뿔났다.
어려워지는 경기 속에서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워킹맘이 되었던 엄마들이 더 이상 보육기관을 믿지 못하게 됐다. 인천의 워킹맘 김하은씨(34)는 “요즘 경기도 어려워서 조금이라도 더 벌어보려 엄마랑 있겠다고 우는 아이 떨어트리고 나와서 일했더니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 정부는 왜 감시하지 않는 건지 의문이에요”라며 정부가 어린이집을 제대로 관리감독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서울의 이주현씨(32)는 “저출산이라 아이를 많이 낳아야한다고 하더니, 막상 낳으니까 외벌이로는 먹고살기 힘들고, 그렇다고 부모님이 아이를 봐줄 수 있는 형편도 아니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어린이집 폭행사건은 잘 알고 있지만 뾰족한 대안법이 없으니 울며 겨자 먹기로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어요. 그래서 요즘엔 집에 오면 아이 옷부터 벗겨봐요. 혹시 멍이라도 들었는지”라며 불안하지만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길 수밖에 없는 현실에 안타까워했다.
현실적으로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한 가정이 생활하기 힘들다. 그렇기에 엄마들은 눈물을 머금고 아침마다 아이들의 울음을 뒤로 하며 직장에 나선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아이의 상처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들은 오늘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긴다. 아이를 혼자 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정부의 대책 방안이 절실한 시점이다.

허술한 보육교사 관리
우리나라 보육교사는 바쁘다. 아침에는 아이들 등원을 도와줘야 하고, 돌봐야 하며, 점심도 만들어야 하고, 각종 서류작성을 비롯해 아이들을 돌보는 일 이외에 할 것이 많다. 해외의 경우 보육교사는 아이를 돌보는 일만 할 수 있게 돼 있고, 아이들의 취식이나 서류작성 등의 다른 일은 보조교사가 수행하게 돼 있다. 때문에 근무시간이 평균 6시간에서 최대 8시간을 넘지 않는 것에 비해 우리나라 보육교사는 최대 12시간의 근무시간을 보내고 있어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러한 근무 환경이 아동학대를 정당화 시켜주지 않지만, 보육교사의 대우를 개선한다면 교육의 질도 상당부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보육교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방법이 너무 쉽다는 것도 문제다. 현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기 위해서는 보육교사 2급 자격증이 필요하다. 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선 사이버대학 혹은 학점인정제 등으로 아동학 관련 수업 17과목(51학점) 수강과, 약 한 달(160시간)동안의 유치원 실습을 거치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는 자격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일인데 한 달의 짧은 실습과 간단한 이론수업만으로 교사를 배출하는 현 구조에 큰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유치원 교사가 되기 위해서 대학교의 전문 교육과 매 학기 진행되는 실습을 거친 뒤, 국가시험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에 비하면 보육교사의 문은 너무나 열려있다. 때문에 자질을 갖추지 못한 사람들이 보육교사가 되어 아이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다. 독일의 경우 보육교사가 첫 담당을 맡기까지 총 10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에는 보조교사의 업무만 수행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짧은 실습 뒤 바로 현장에 투입되는 구조여서 교사의 자질 확인이 어렵다.
어린이집의 아동폭력 사태는 비단 가해자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허술한 보육교사 관리제도로 인해 자질이 없는 교사들을 우리 아이들 가까이에 둔 것이다.

정부의 지속적인 관리·감독 필요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에 큰 충격을 받은 국민들은 정부의 적극적인 제도 개선요구에 입을 모았다. 이에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1월 16일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해당 대책안은 아동학대 처벌을 강화하고 부모가 CCTV를 볼 수 있도록 제도화하며, 부모 참여를 확대하고 우수한 보육교직원을 배출할 수 있도록 양성체계를 개선한다는 것이다.
아동학대행위가 1회라도 적발됐을 경우, 발견 즉시 어린이집 폐쇄가 가능하며 해당 교사와 원장은 보육계에서 영구 퇴출된다. 또한 경찰청과 함께 보육시설 아동학대 특별점검도 추진하고 결과를 공유해 처벌을 강화한다.
또한 모든 어린이집에 CCTV 설치를 의무화 해 부모의 요구 시 관련 동영상 열람 또는 제공을 제도화한다. 육아정책연구소의 ‘2012 전국보육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400개 조사대상 어린이집 중 CCTV가 설치된 곳은 27.5%에 불과했다. 이전에는 보건복지부 ‘보육사업안내’에 따라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할 경우 영유아의 부모와 보육교직원에서 사전 동의서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제 모든 어린이집에 사전 동의 없이 CCTV 설치가 의무화된다. 또한 부모의 요구 시 언제든지 해당 동영상을 열람 및 제공할 의무를 가진다.
어린이집 평가인증에 있어서 부모의 참여도 중요해진다. 평가인증 현장에 부모가 참관할 수 있고, 급식·시설·차량 등에 안전인증제를 도입하며, 이 모든 것에 부모의 의견이 들어갈 수 있다.
보육교사의 자격요건도 크게 강화된다. 자격 취득 방법을 기존 온라인 중심에서 오프라인 중심으로 전환하고, 현장실습교육을 대폭 확대하며 인·적성 검사를 의무화한다. 또한 보육교사의 근무환경 발전을 위해 보조교사의 증가와 업무스트레스를 다스리기 위한 정서·심리상담 프로그램 등을 제공할 계획이다.
문 장관은 “다시는 어린이집에서 아동폭력과 학대가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며 “부모들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질 높은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 지속적인 의견 수렴과 함께 제도 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빠른 시일 내로 ‘영유아보육법 및 하위법령’ 개정안을 마련해 즉시 시행할 예정이다.

자료/ 통계청, 보건복지부, 육아정책연구소 외
사진제공/ 통계청, 네이버 블로그 ‘세라핌 가내세네’ 외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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