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고용, 이제는 양보다 질에 투자해야

무조건 취업만이 능사는 아니다. 우리는 직무에 알맞은 급여를 받아야 하고, 자신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유독 장애인 취업에서는 그들의 권리를 보장받지 못한다. 정부의 지속적인 정책 추진으로 장애인 고용 수치는 올랐으나 그들의 직업 환경에 대해서는 열악한 수준이다. 이제는 취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업무 환경에 대해서도 정부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장애인 고용, 이제는 양이 아니라 질이 우선
정부의 장애인 고용에 대한 정책은 주로 장애인의 노동시장으로의 진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에 ‘장애인 의무 고용’ 등의 다양한 정책 결과 사업장의 장애인 고용이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2014년도 4/4분기 취업 장애인 수는 작년 동분기 대비 구직자 수는 감소했으나 취업자 수는 증가한 것으로 통계됐다. 구직자 수는 9296명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1.1% 감소했으며 취업자 수는 7371명으로 전년 동분기 대비 18.0% 증가했다. 이 자료는 장애인의 경제활동 참여율이 소폭 상승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임금을 비교하면 50~150만원 사이의 취업자 수가 증가한 한편 200만원 이상의 소득자 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장애인 고용의 질이 보장되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14년 물가상승률 3.8%에 비해 장애인의 임금상승률은 3.6%로 물가상승률에 따라가지 못해 일반인보다 평균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장애인의 입장에서 치명적인 경제적 피해가 있었다. 장애인의 월평균 임금은 162만원으로 전체 임금근로자의 월평균 임금 223만원의 72.5% 수준이다.
특히 중증·여성·고령 장애인의 경우 더욱 낮은 임금을 받는 것도 문제다. 대구대학교 직업재활학과 나운환 교수는 “장애인 경제활동인구가 낮고 실업률이 높은 것은 노동시장 진입장벽도 문제지만 진입 이후의 고용안정을 위한 다양한 지원책의 부재도 하나의 원인”이라며 정부의 무관심을 꼬집었다. 이제는 경제참여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경제적 위치 확립과 복지환경의 개선이 시급한 시점이다.

사업주의 편견이 업무환경 불합리로 이어질 수도
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장애인 임금근로자의 일자리 근무 시 애로 사항으로는 신체 기능의 제한(24.2%), 일이 너무 힘들고 어려움(19.6%), 근로조건의 문제(19.4%) 순으로 나타났다. 애로사항의 장애 기인 여부에 대해서는 37.0%가 장애로 인한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전체의 23.5%가 이직사유로 자신의 장애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이러한 결과는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이 전체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안정하며, 이직에 있어서 장애가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 교수는 장애인 고용이 불안정 이유로 ▲장애인의 낮은 직업교육·훈련 수준 ▲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근로조건·환경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갖고 있는 기업문화 ▲장애인에게 편의제공이 부족한 고용주의 인식 등을 꼽았다.
특히 고용주의 인식에 있어서는 상당부분 개선해야 할 점이 많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12년 기업체 장애인 고용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주의 만족도가 보통 이상이지만 만족 또는 매우만족의 정도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 근로자의 작업수행 정도에 대해 전체적으로 장애인 근로자보다 비장애인 근로자가 우수할 것 같다고 응답했다. 이러한 고용주의 편견이 장애인 고용 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것 중 하나이기 때문에, 고용주의 인식 개선을 위한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외국 사례를 통해 우리의 복지 상황 재점검 필요
우리보다 장애인 복지가 잘 구축된 다른 나라의 경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웃나라 일본은 정부의 경제적인 지원이 다양하다. 고용된 장애인의 직장 정착을 위해 다양한 영역에서 조치를 취하는 사업체에 대해 조정금과 장려금을 지원한다. 장애인 고용 조정금은 사업주가 장애인을 고용함에 있어서 시설·설비의 정비나 특별한 조치를 할 경우에 사업주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고자 고령·장애인 고용 지원기구의 예산 범위 안에서 일정액의 조정금을 지원한다.
독일의 경우 개인의 선택 폭을 넓혀 자신의 상황에 맞는 근무 환경을 조정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본받을만하다. 장애인은 일반인과 근무시간은 동일하지만 근무시작 및 마무리까지의 시간과 휴식시간을 장애인 근로자의 상황과 요구에 따라서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또한 근무평가 시 배려를 의무화한다. 중증 장애인의 근무 평가를 실시할 경우 본인의 희망에 따라 대리인을 면접 과정에 참석시킬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 근로자의 해고 문제에 대해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해고보호제도’는 고용주가 중증장애인과의 고용관계를 청산하고자 할 때 통합사무소의 사전 동의를 얻어야 하고, 해고 통보는 최소 4주 전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는 AGEFIPH(민간부문의 장애인 고용부담금 징수 및 장애인 취업·고용 유지 등의 업무를 위탁하여 수행하는 기관)를 중심으로 다양한 형태의 고용유지 지원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장애인 고용지원금을 장애인 신규 채용 등의 지원, 장애에 대한 보상 외에 장애 근로자의 직장 유지 항목으로 구분해 두 분야의 균형 있는 지원을 실행하고 있어 취업에만 매진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된다. 특히 장애인 근로자의 고용유지 지원 서비스의 경우 기술적인 서비스까지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나 장애인 근로자의 퇴직과 관련해 근무시간 조정에 대한 임금 등의 보전 제도는 본받을만하다.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장애인 고용 안정에 확실한 기준 필요
장애인 고용 유지에 대한 관심과 필요성이 날로 높아가는 가운데 고용노동부 장애인고용과 이상희 과장은 “더 좋은 장애인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며 정부의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공무원 및 공공기관의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현행 3%에서 오는 2017년 3.2%, 2019년 3.4%로 상향하고, 민간기업 의무고용률 역시 현행 2.7%에서 2017년 2.9%, 2019년 3.1%로 상향 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장애인 공무원 의무고용 실행을 독려하기 위해 의무고용률에 미달한 국가기관에도 부담금 부과를 추진할 계획이다. 구직자를 위한 취업알선부터 취업 후 적응지도까지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고 중증장애인의 취업 후 적응지도를 위해 직무지도원 지원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까지 확대한다. 아울러 장애인 직업훈련 강화를 통한 장애인력 양성과 고용서비스 전달체계를 개선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정부의 개선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한 것은 ‘근로기준법 개정’이라고 주장한다. 나 교수는 “현행 근로기준법의 기준을 적용할 수밖에 없어 대다수의 보호고용 운영 사업장은 근로기준법을 위반하게 되고 근로 장애인은 최소한의 근로조건조차 확보되지 못하고 있다”며 “직업재활시설과 근로장애인에 대한 임금, 근로시간 등의 근로조건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용보험법에서는 ▲적용제외 규정의 단시간 근로자에 대한 고려 ▲장애인의 고용안정, 직업능력개발사업에 대한 지원규정 마련 ▲구직급여의 수급요건에서 장애 고려 ▲장애인복지법의 직업재활시설과 장애인 근로자의 특례규정 필요 ▲장애인의 노동권 확보를 제시했다. 또한 현재 장애인 고용 복지를 위한 정부의 지원금 정책에 대해 정확히 인지하고 있는 기업의 수가 많지 않기 때문에, 이를 기업에 적극적으로 홍보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장애인들의 경제적 자립과 사회의 일원으로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한 양질의 일자리 제공과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고민해야 한다. 이에 정부를 비롯해 관련 기관들의 꾸준한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제공/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수상작 외
자료/ 고용노동부,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 외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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