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노숙인들을 요양 병원으로 유인해 그들의 인권을 침해하고, 정부의 보조금을 가로채는 불법행위가 다수 적발된 바 있다. 이는 노숙인복지가 허술한 틈을 이용한 불법적 행위로 강하게 비판되어 마땅하다. 복지 사각지대 속에서 아무런 지원을 받지 못하고 요양 병원에 이용당한 채 쓸쓸한 삶을 이어나가는 노숙인들을 위해 정부는 노숙인 지원체계를 재정립해야한다.

정부의 무관심이 현재 상황 초래

지난해 인천의 한 요양병원은 다수의 노숙인을 유인해 정부 지원금 15억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부정수급은 이미 전국의 요양병원에서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는 요양병원에 대한 정부의 감시·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

이에 지난 2월 6일 최동익 국회의원과 ‘요양병원 대응 및 노숙인 의료지원체계 개선팀’은 노숙인복지 개선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개최해 해당 사안에 대한 문제점을 논의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최동익 국회의원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병원을 이용하는 노숙인의 현황을 분석한 결과 병원을 이용하는 인원의 절반 이상이 노숙인인 곳이 있었으며 그 외에도 병원을 이용하는 인원의 대부분이 노숙인으로 채워진 병원이 다수 발견”됐다며 의료 기관인 요양 병원에서 노숙인의 숫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것을 지적했다.

하나로 통합된 중앙종합지원센터 설립 시급

김선미 성북주거복지센터장은 노숙인 복지 지원의 현실에 대해 이야기했다.

지난 2012년 노숙인복지법 시행을 앞두고 이원화됐던 부랑인시설과 노숙인시설의 재편을 통해 노숙인복지서비스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중앙종합지원센터의 설립이 추진됐지만, 2015년인 현재까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각 지역별로 설치된 지역종합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지원이 이뤄져 지역간 서로 연계되지 않는 중구난방의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

현재 노숙인복지서비스는 노숙인복지법 3장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주거지원, 급식지원, 의료지원, 고용지원, 응급조치의 의무가 해당된다. 해당 토론회에서는 주거지원에 대한 부분을 살펴봤다. 청년 노숙인의 숫자가 증가하면서 수요는 늘어났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공급에 거리로 내몰리는 노숙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요양 병원에 이용당하는 노숙인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만성적 거리 노숙인에 대한 전문성 확보 ▲재활시설 확충 ▲사례관리 인력 확대 ▲지역사회 내 정신보건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요양 병원의 비인권적 모습 더 이상 모른 척 할 수 없어

사회진보연대 김태훈 정책선전위원은 노숙인이 요양 병원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원인에 대해 좀 더 심도 있게 이야기했다. 김 위원은 “노숙인이 의료급여를 받을 수 있는 대상자 선정 기준이 너무 까다롭고 신청 절차가 복잡해 그보다 쉬운 요양 시설로 들어가는 것이다”라며 불합리한 수급자 선정 기준을 꼬집었다. 또한 노숙인 수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진료시설 숫자가 질 낮은 의료지원을 초래한다며 지정병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얘기했다.

이런 상황이기에 요양병원이 노숙인 지원 정책의 허술함을 파고들어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 노숙인이 요양병원에서 일정 기간 이상 머무르면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요양 병원은 병이 없는 사람까지도 유인해 폐쇄병동에 가둬 입원일수를 늘리는 등 노숙인의 인권을 침해한다. 또한 병이 없는 다수의 노숙인이 요양 병원을 차지하고 있다면 자연스레 의료의 질이 떨어지고, 정말로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돌아갈 복지서비스가 길을 잃게 된다. 음주와 외출이 암암리에 허용되고, 날짜를 채우기 위해 노숙인들을 감금하는 비인권적인 행위에 대한 정부의 강력한 제재가 필요하다. 노숙인에게 의료지원센터라기보다 ‘쉼터’정도로 인식되고 있는 현재 요양병원의 모습은 정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이 이뤄낸 모습이라며 정부의 강력한 개선 의지를 요구했다.

정부의 강력한 개선 의지 촉구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보건복지부 자립지원과 김창완 사무장은 “요양병원의 부정수급에 대해 정부도 그 심각성을 인지해 자세한 상황을 파악중”이라며 정부의 개선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노숙인복지의 근본적인 문제인 중앙종합지원센터 설립과 불합리한 노숙인 선정 기준에 대해서는 관련 제도 개선 “준비중”이라는 모호한 대답을 남겼다.

토론회에 참석했던 관련 기관들은 노숙인 복지 제도 개선이 하루라도 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했다. 불법이 가득한 요양 병원을 하루 아침에 개혁한다는 것은 사실상 쉽지 않지만 정부의 개혁 의지만 있다면 기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이뤄야 하는 일임은 확실하다. 점점 악화되는 경제 속, 다양한 모습의 노숙인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 또한 노숙인의 문제를 남의 일이라고만 생각하지 말고 관심을 기울이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글·사진/ 차은희 기자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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