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거노인들의 고독사가 매일 신문을 장식하고 있다. 누군가 찾아오지도, 연락오지도 않아 쓸쓸히 죽음을 맞이하는 독거노인의 증가는 이 사회의 냉혹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현실 속에서도 그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돌봐주려는 노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독거노인들의 따뜻한 한 끼를 위해 매일 적게는 한 시간에서 많게는 두 시간씩 시간을 비워 그들의 손자, 손녀 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한성대학교 독거노인 도시락 봉사단을 만나보자.

우리가 이기적이라고요?

요즘 대학생들은 개인주의적이고 이기적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점점 더 어려워지는 취업난 속에 각자의 스펙을 쌓기 위해 남을 돌아보거나 함께 할 줄 모른다는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서울 성북구의 한성대학교(총장 강신일) 학생들은 그와는 다르다.

2005년부터 10년이 넘는 시간동안 매 학기와 방학동안 자발적인 신청에 의해 뽑힌 학생들은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학교식당에서 도시락을 받아 본인이 담당하는 어르신을 찾아뵙는다. 학생들은 매일 1시간씩 시간을 비워 어르신을 찾아뵙고 도시락을 드리는 것뿐만 아니라 짧게나마 이야기도 나누는 등 정(情)도 함께 나눈다.

지난 2월 27일, 한성대학교에서는 새 학기를 맞이해 도시락 봉사 인수인계가 있었다. 지난 겨울방학동안 매서운 겨울바람을 맞으며 도시락 봉사를 했던 학생들도, 새 학기를 맞이해, 새롭게 시작하는 학생들도 모두 의욕을 보이며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도시락 봉사를 담당하는 학생지원팀 박기원 선생님은 “학기와 방학마다 새로운 학생들을 뽑는데, 졸업하지 않는 한 했던 학생들이 다시 지원하는 경우가 많다. 그새 어르신들과 정이 들어 쉽게 그만두지 못한다”며 학생들의 따뜻한 마음씨를 칭찬했다.

인수인계 중에는 도시락을 받는 어르신의 집 위치를 알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어르신의 성격, 좋아하는 이야기, 최근 관심을 보이는 것 등 담소를 나눌만한 다양한 주제도 알려준다. 한성대학교의 도시락 봉사는 단순히 도시락을 전달하는 의미 이외에 세대 간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봉사 활동이다. 최근 서울시가 경제적·심리적 돌봄이 필요한 서울 거주 노인 22만8615명을 조사한 결과 이중 82.4%가 독거 가구로 조사됐는데, 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식사 지원’과 ‘안부 확인’이었다. 한성대학교는 어르신들이 원하는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키는 봉사를 실천하고 있어 타 대학의 모범이 되고 있다.

학점을 위해 시작한 봉사가 습관으로

한성대학교는 도시락 봉사를 하면 1학점 이수가 가능하기 때문에 처음엔 부족한 학점을 메우기 위해 시작하는 학생이 많다. 현시대의 대학생들은 취업이란 문을 통과하기 위해 해야 할 일들이 많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다가 쉽게 포기해버리는 학생들이 간혹 있다. 단 1학점을 위해서 매일 시간을 낸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그들을 나무랄 수 없다. 하지만 매일같이 어르신들을 찾아뵙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어느새 학생들은 이 일이 봉사활동이 아닌 마치 친할아버지, 친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마음이 된다. 2013년 1학기부터 현재까지 봉사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는 부동산학과 이수영 학생은 “처음엔 할머니와 마주하고 이야기 하는 게 생소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하지만 추운 겨울 할머니께서 고생하는데 잠깐이라도 몸 좀 녹이고 가라며 그 좁은 집에서 가장 따뜻한 곳을 내어주시고 손녀딸처럼 대해주시는 모습을 보자 더욱 열심히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잡게 되었다”며 “처음엔 그저 봉사활동일 뿐이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좋은 일이 있을 때 함께 기쁨을 나누고, 할머니께 조언도 받고, 같이 식사도 하면서 봉사활동 때문이 아니라 정말로 기뻐서 찾아뵙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렇듯 학생들에게 도시락 봉사는 대학교 시절 중 하나의 좋은 추억으로 자리 잡고 있다.

어르신들의 반응도 상당히 호의적이다. 김용례 할머니는 학교에 친필로 편지를 적어 학생들의 수고와 노력에 감사함을 표했다. 학생들이 할머니께서 찬 방에서 지내시는 것이 염려돼 없는 돈을 모아 온돌장판을 사다 주었는데, 이러한 작은 선행이 어르신들의 마음까지 따뜻하게 녹인 것이다. 김 할머니는 편지에서 “학생들이 없는 돈을 모아 온돌에 까는 장판을 사다가 손수 깔아주며 겨울을 춥지 않게 지내라는 말을 할 때, 저의 언 가슴을 훈훈히 녹여주는 따뜻한 사랑의 깊은 마음이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 전해졌다”며 한성대학교 학생 및 총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에 한성대학교 김동환 학생지원처장은 “각박한 세상 속에서 우리 학생들이 대학교에서 단순히 지식만 습득하는 것이 아니라 따뜻한 정과 사랑을 배우길 바랐다”며 도시락 봉사의 의의를 설명했다. 또한 “우리 일상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어려운 분들이 많이 있다. 누군가가 도와주길 바라는 것보다 우리부터 나서서 그들을 도와주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모두가 잘 사는 따뜻한 사회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한성대학교는 다양한 방법으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도와줄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라며 어려운 이웃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글·사진/ 차은희 기자

월간 더불어사는사회  bokji@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