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활동은 많은 장점이 있다. 함께하려는 수평적 관계가 형성되는 동시에 장애인에게는 사회활동 참여의 기회가, 비장애인에게는 삶의 참다운 의미와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의 기회가 될 수 있다. 그중의 하나가 ‘문화 공유’다. 우리사회는 문화향유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으며 문화를 매개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하는 새로운 자원봉사모델이 필요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문화를 통해 소통하면서 즐길 수 있는 것이 우리가 추구하는 사회의 본 모습이다.

장애인먼저실천운동은 장애인을 배려하고 함께 살아가는 국민운동으로,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장애인의 사회통합 촉진을 위한 전국 초·중학생 백일장, 장애청소년 재능캠프, 음악회, 모니터 사업 등 다양한 인식개선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에서는 2014 ‘자원봉사형 장애체험 보고서 옆자리를 드립니다!’를 발간했다. 보건복지부와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가 주최하고 삼성경제연구소의 후원으로 진행되고 있는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1:1로 짝이 돼 문화체험을 하는 활동으로 장애인에게는 문화향유의 기회를, 비장애인에게는 장애이해와 인식개선의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진행된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매년 참가자들의 소감과 활동사진이 수록된 결과보고서를 발간해 배포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2014년의 사업결과와 참가자 소감, 활동사진을 수록해 발간했다.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2014년에는 고려대학교·연세대학교 재학생, 한서고등학교 재학생 등 사회 각계각층의 참여로 25차례에 걸쳐 총 641명이 ‘쿠사마 야요이’전과 뮤지컬 ‘위키드’, ‘캣츠’, 오페라 ‘어린왕자’, 청소년음악회 ‘정치용 & 어메이징 오케스트라’ 등 공연을 즐겼다.

이를 통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문화체험을 해 상대방의 입장이 돼보고,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며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선도적 역할을 추구했다.

문화 관람이 어려웠던 장애인은 문화 체험의 욕구를 충족할 수 있고, 비장애인에게는 문화 관람뿐 아니라 장애인과 소통 할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는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이제 4년차에 접어들었고 많은 참가자들의 노력과 소중한 마음이 더해져 명실공히 유익하고 보람있는 프로그램으로 정착하게 됐다.

자원봉사형 장애체험 ‘옆자리를 드립니다!’

‘옆자리를 드립니다!’는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새롭게 시행하고 있는 참여 프로그램으로, 배려차원에서 장애인에게 앞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아닌, 한 발 더 나아가 나의 옆자리, 우리의 옆자리에서 더불어 살아가자는 캠페인이다.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을 해소하고 올바른 장애이해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강조되며, 장애인의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가 커지면서 문화 참여에 대한 기회와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증대됐다.

이에 사회의 밑거름이 되며 앞장서가는 청소년과 대학생의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 형성과 더불어 사는 문화를 창조하는데 목적이 있다. 또한 장애인에게 문화 관람의 기회를 제공하며, 정부부처와 시민사회기관, 기업, 교육기관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공익모델을 개발하고자 하는데도 목적이 있다.

2014년에 참여한 장애인과 비장애인 523명을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과 활동에 대한 만족도와 욕구조사를 진행했다.

이중 장애인 참가자 260명은 ‘옆자리를 드립니다!’를 체험하면서 짝꿍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지에 대한 문항에 ‘매우 그렇다’, ‘그렇다’ 등 긍정적인 응답이 91%, 행사 장소와 시설에 대한 만족도에 대한 긍정적 응답은 89%였다. 또한 이번 활동이 흥미로웠는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91%의 긍정적 응답을 보였고, 재참여 여부에 관한 문항에서는 89%의 긍정적 응답으로 만족도가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자원봉사자 263명은 ‘옆자리를 드립니다!’ 체험이 흥미로웠는지에 대한 문항에서는 ‘매우 그렇다’, ‘그렇다’의 긍정적 응답이 96%, 행사 장소와 시설의 편리에 대한 문항에 긍정적 응답은 87%였다.

평소 장애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는 답변은 63%, 이번 행사를 통해 인식개선에 도움이 됐다고 응답한 사람은 91%로 나타났다. 또, ‘옆자리를 드립니다!’가 다른 장애인식개선 프로그램에 비해 인식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사람은 89%, 기회가 된다면 다시 참여 하고 싶다고 응답한 사람은 95%로 프로그램의 만족도가 높았음을 알 수 있었다.

체험하고 싶은 활동에 대한 조사에 자원봉사자(44%), 장애인참가자(41%) 모두 연극 또는 뮤지컬을 가장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그 다음으로는 콘서트, 스포츠 경기관람이 주로 많았다.

활동 후 장애이해에 대한 결과 장애인에 대한 생각의 변화에 대한 문항이 ‘함께 어울릴 수 있다’가 79%로 가장 높게 집계됐다.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새로운 도전

우리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이며 소수자인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그로 인한 차별문제는 이미 고질적인 사회 문제이며, 그 차별영역 또한 교육, 고용, 재화용역서비스, 체육과 문화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발생되고 있다.

그 차별의 기원이나 실태가 잘 알려져 있는 만큼 차별의 근본적 대책으로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인식이라는 것도 이미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대책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장애인 관련 법제도가 마련될 때부터 장애인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증진시키기 위한 국가와 지방지치단체의 노력이 명문화돼왔고, 다양한 홍보와 교육활동 등이 촉진돼왔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이 미진했던 탓인지 장애인 차별은 여전하고, 결국 국가가 장애인 차별에 대해 직접적으로 단속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시행됐고, 올해로 시행 7주년에 들어섰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3년 남짓한 시점인 2011년에 실시된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장애인 당사자의 39.9%가 장애란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특히 안면장애인의 경우에는 98.3%, 언어장애나 자폐성장애인은 60%이상, 지적장애와 청각장애인의 차별경험율은 50%가 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장애인의 80.7%는 “우리나라에서 장애인 차별이 많다”고 응답해 자신이 경험치보다 장애인차별의 가능성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전입학과정에서의 차별경험에 대해 조사해본 바에 의하면, 유치원(보육시설) 전입학과정에서의 차별경험은 30.5%, 초등학교는 34.2%, 중학교 29.8%, 고등학교 29.3%, 대학교 16.3%인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학교생활에서의 차별은 이보다 더 높아서 교사로부터의 차별경험은 21.4%, 또래학생으로부터의 차별은 49.2%인 것으로 조사됐다. 내부장애인의 경우에는 차별경험이 극히 낮은데 반해 지적장애, 자폐성 장애,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이 결혼을 할 때 느끼는 차별은 26.5%, 취업에서의 차별은 34.0%, 임금차별 20.7%, 승진에서의 차별 14.2%, 동료와의 관계에서의 차별은 16.9%나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가장 많은 장애인이 경험한 차별은 보험 제도 계약시의 차별로 53.7%에 달했다.

한편 지역사회생활을 하기 위해 음식점, 극장, 공연장, 수영장 등을 이용할 때 차별은 7.8%의 응답자가 답한 것으로 조사돼 2008년도 장애인 실태조사 때 20.6%에 비해 매우 낮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장애인 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장애인 이해와 인식개선 프로그램

장애인지역사회재활시설 가운데 하나인 장애인복지관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의 날(매년 4월20일) 전·후 1주간을 ‘장애발생예방주간 및 인식개선 주간’으로 정해 지역주민, 학생, 직장인 등을 대상으로 장애발생예방과 인식개선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으며, 장애이해를 위한 장애체험과 지역사회주민교육 등의 다양한 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들도 장애인식개선을 위해 장애인의 날에 기념행사를 비롯해 다양한 공모사업을 펼치고 있으며, 민간단체나 기관 등도 이러한 공모사업을 통해 장애인식개선과 관련된 다양한 사업과 활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는 장애인먼저실천운동을 전개해왔으며, 장애인식개선을 위한 전국 초·중학생 백일장, ‘대한민국 1교시’방송 제작과 송출, 장애인먼저실천상 시상식, 장애학생 권익증진을 위한 통합교육 공모전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왔다.

파라다이스복지재단도 장애인식개선사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기관 중 하나인데, 주로 통합교육을 위한 각종프로그램의 개발·보급, 장애·비장애학생통합캠프 개최 등을 비롯해 장애·비장애아동의 인식개선과 사회통합을 위한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그야 말로 장애인에 대한 이해와 인식을 증진하기 위해 다양한 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이해는 그저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경험과 공감에서 비롯돼야 진정한 이해가 될 수 있음은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 장애인을 만나야 하는지, 어떤 식의 접촉이 장애인을 이해하고, 장애인인식에 대해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쾌한 답을 내리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이상과 같이 다양한 방법에 의한 장애인인식개선프로그램 등이 시행되고 있으나 사회구조나 사회적 관계망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있으며, 사회구성원의 인식이나 욕구가 발전해나가고 있는 만큼 장애인인식개선에 대한 새로운 프로그램의 개발도 필요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애인을 접할 경험이 없어서 장애인에 대한 근거 없는 편견을 갖게 됐을 수 있으나 장애인의 사회활동이나 사회생활이 촉진되면서 길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장애인을 마주대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있기에 “장애인을 만나본적이 없어서” 혹은 “장애를 잘 몰라서” 편견을 갖게 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장애인과의 대면접촉의 기회만을 늘리거나, 장애인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강의나 교육, 장애의 어려움을 체험하는 것만으로 장애인을 이해하게 하는 것보다는 다른 방법과 방안이 요구된다고 할 것이다.

2011년 장애인 실태조사에 의하면,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혼자서 외출이 불가능한 장애인의 비율이 14.3%에 달하고, 집 밖활동에 제약을 받는 장애인이 26.1%에 달하며, 외출 시 ‘동반자가 없어서’, ‘주위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외출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비율이 각각 31.9%, 11.1%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장애인의 대다수가 여가시간을 ‘TV 시청’이라고 응답하고 있는 점, 여가활동을 하는데, ‘경제적 부담’이 어려운 점이라고 32.2%라고 조사된 것은 국민 대다수의 사회문화적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 현 추세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의 여가나 문화생활 실태는 그야말로 장애인은 여전히 사회적 약자임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옆자리를 드립니다!’의 새로운 도전

이러한 점에서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의 ‘옆자리를 드립니다!’의 기획은 장애인식개선과 장애인의 여가문화권이라는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창의적인 기획이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 이 프로그램이 흥미롭다는 문항에 대해 긍정적 답변 80%이상,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도 80%이상이라는 점을 볼 때 ‘장애인식개선’과 ‘장애인 여가 문화향유권’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프로그램의 명칭에서처럼 ‘옆자리를 드립니다!’라는 것은 장애인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려가 아니라 스포츠와 문화프로그램을 ‘같은 눈높이’에서 ‘함께 참여하고, 함께 시간을 갖는다’는 측면에서 장애인 인식에 대한 올바른 관점을 지향한다고 평가된다.

부디 이러한 프로그램이 일회성 프로그램과 참여에 그치기보다는 장애인과 자원봉사자가 자신들이 경험하고자하는 프로그램을 ‘함께’ 기획하고, 일정을 잡고, 참여하고, 그 경험에 대해 지속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하고, 그로 인해 장애인 당사자가 문화 창조자로서의 잠재성을 발견하고, 꿈을 꿀 수 있는 기회까지 마련되기를 기대해본다.

글/ 박찬균 기자

사진협조/ 장애인먼저실천운동본부

월간 더불어사는사회  bokji@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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