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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재정 효율화, 빈곤층과 지방정부 죽이기허울 좋은 ‘복지국가 실현-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
복지재정 ‘효율화’ 명목으로 빈곤층과 지방정부 죽이기
차은희 기자 | 승인 2015.05.08 14:23

정부의 복지재정 효율화방안을 놓고 시민단체를 비롯, 사회 복지계의 반발이 거세다. 정부는 중앙과 지방이 함께 복지재정 누수와 낭비를 원천 차단하면 올해만 3조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았지만 복지계에서는 “지금도 부족한 복지재정 상황에서 더 이상의 절감은 복지국가 실현을 포기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과 이를 둘러싼 복지계의 입장을 들어보았다.               

복지재정 누수·낭비 원천 차단…정보시스템 통해 약 3조 수준 재정절감효과 기대
정부는 지난 4월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국가정책조정회의를 열고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을 논의·확정했다.
회의 당시 이완구 총리는 모두 발언에서 “최근 제기된 국민부담 증대나 복지 구조조정 논쟁에 앞서, 있는 돈이라도 알뜰하게 쓰는 노력을 우선시 하는 것이 납세자인 국민에 대한 도리”라며 중앙·지방이 함께 복지재정 효율화에 적극 나서줄 것을 지시했다.
특히 이 총리는 과거 충남 도지사 시절의 경험을 언급하면서 “지방현장에서 벌어지는 복지재정 누수·낭비를 보고, 나름대로 해결책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며 “이 문제는 현장의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중앙과 지방 정부가 합심하지 않으면 해결이 어려운 사항”임을 강조했다.
정부는 올해 복지예산이 115조7000억원으로 국가예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0%를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복지 현장의 누수·낭비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인식 하에 복지체감도 향상을 위해서는 특단의 효율화 노력이 꼭 필요한 시점으로 판단,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위해 복지사업을 집행하는 일선 지자체를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쳤다.
복지재정 효율화를 위해 정부는 ▲정보시스템을 통한 누수 차단 ▲부적정수급 근절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재정절감 인프라 강화 등 4대 분야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정보시스템을 통한 누수 차단을 위해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 상의 복지대상자의 자격정보 연계·관리를 강화해 부적격 대상자에 대한 급여 지급 방지 등 누수 요인을 차단한다. 이와 함께 복지대상자 자격변동 조사주기를 단축(연2회→월/분기별)하고, 출입국·주민등록말소 등 변동 정보의 관리도 강화할 예정이다.
부적정수급 근절을 위해서 각 부처 복지사업별로 중점점검대상을 선정해 집중조사를 실시하고, 부적정수급의 차단·적발을 위해 유관기관 간 정보공유 등 협업을 강화한다. 또한 부적정수급 예방을 위한 제도개선과 함께 익명신고 운영, 신고포상 확대 등 국민참여를 통한 부적정수급 방지도 병행하기로 했다.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를 위해 중앙부처의 360개 복지사업 중 그 목적과 지원내용, 지원대상이 중복되거나 유사한 48개 사업을 대상으로 통·폐합, 운영방식 개편 등을 추진해 300여개 내외로 과감하게 정비한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복지사업(약 1만여 개 추정) 중, 중앙부처 사업과 중복되거나 유사한 사업은 정비·조정하도록 적극 권고해 자율적인 효율화를 유도하기로 했다.
재정절감 인프라 강화를 위해서는 의료급여 등 지출 증가율과 누수 가능성이 높은 분야에 대해서는 제도개선 등을 통해 대응하고, 복지보조금을 지원받는 민간기관 등에 대한 모니터링도 강화할 방침이다.
그밖에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지적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운영 개선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교원 명예퇴직비 교부방식 합리화, 학령인구 변동을 고려한 교원배치 효율화, 소규모 학교 통폐합 권고기준 마련 등을 통해 교부기준을 합리화하고 재원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이번 복지재정 효율화 방안 추진으로 우선 중앙정부 차원에서 약 1조8000억원 규모의 재정절감을 기대하고, 자율적 사업조정 등 지방자치단체(교육청)의 적극적인 협조를 얻어낸다면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지방재정(교육재정 포함) 추가 절감이 가능해 전체적으로는 올해 약 3조원 수준의 재정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절감한 재원은 전액 복지 분야에 재투자, 증가하는 복지수요에 충당함으로써 국민의 추가부담을 최소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중앙, 시·도, 시·군·구의 3단계 추진체계를 구축해 이번 추진방안을 강력하게 실천하고, 절감액은 2016년도 예산 편성시 반영해 꼭 필요한 복지사업을 확충하는데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복지재정 절감 노력으로 가시적 성과를 내는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실질적 인센티브 부여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지역발전특별회계 인센티브 항목에 부적정수급 방지노력을 추가해 추진성과에 따라 차등 재정지원하고,  재정절감 우수 지자체·교육청에 대한 특별교부금 지급 등을 추진한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는 추진방안에 대한 논의에 앞서 지자체 현장의 생생한 의견을 듣는 차원에서 대구광역시, 충청남도, 남양주시의 복지재정 집행 현장사례와 개선방안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복지지출, OECD 꼴찌 수준에서 3조원 복지재정절감은 불가능
정부의 이러한 방침이 나오자 복지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73만 사회복지사들을 대변하고 있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정부의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방안’ 전면 재논의를 촉구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정부 발표의 부당성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복지사협회는 지난 2월 OECD 발표에 따르면 2014년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대비 복지예산의 비율은 10.4%로 OECD 28개 조사대상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인 상황에서 ‘세수 확충’이 아닌 ‘기존 복지 예산 절감’은 정부가 주장하는 ‘지속가능한 복지국가 실현’의 방안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가 복지재정 효율화를 위해 내놓은 대책에는 부적정수급 근절, 유사·중복 복지사업 정비 등이 있는데 무리한 ‘조정’에 따른 파장 효과가 심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에 논란이 되고 있는 장수수당의 경우 지자체 별로 75세~85세 이상의 노인에게 월 3~5만원 수준의 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지급기준과 대상이 다른 상황에서 기초연금과 중복되는 제도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오히려 중앙정부의 부족한 복지제도를 보완하는 시각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밖에도 사회복지서비스 전달 인력에 관한 부분도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3조원 절감을 위해 유사·중복 복지사업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사회복지전달체계의 핵심인 사회복지사들의 직업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것. 공공영역 95%, 민간영역 65.2%의 사회복지사가 현장에서 서비스 이용자로부터 폭력을 당했다는 참담한 통계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13개 부처가 쏟아낸 292개의 복지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 사회복지현장에서 격무와 박봉에 시달리며 묵묵히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사회복지사들의 사기 저하 문제를 방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부적정수급 감시강화, 복지사각지대 양산 우려
시민사회단체들도 단체행동에 나섰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등 5개 시민사회단체들은 7일 ‘복지재정 3조 절감? 반(反)복지 한통속 복지 5적 규탄한다!-복지 강화를 위한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을 통해 정부에 복지재정 축소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참여연대 김남희 복지조세팀장은 “정부의 이번 발표는 현재 정부 여당의 인식이 국민들의 인식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확인시킨 것이나 다름없다”며 “OECD 회원국 중 고용불안정은 가장 높고 소득은 낮아 국민들은 ‘제대로 된 복지’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반면,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전체 인구의 2.6%만을 수용하고 있다”고 말하며 정부를 질타했다.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 구창우 사무국장은 “노인빈곤률이 50%에 육박하는 이 때 공적연금 하나 제대로 없는 사회를 바라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며 “지금이라도 박근혜 정부는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공적지출 규모를 늘려 사회 안전망을 튼튼하게 하고, 국민들이 평등하고 존엄하게 복지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복지재정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지난 2013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사회보장기본법’이 장애인의 생존권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대표는 “정부의 사회복지기본법 26조가 지방정부의 복지 의지를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상임대표는 “사회복지기본법은 현 정부의 가장 상징적인 법안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을 대선 당시 공약으로 내걸었음에도 오히려 이 법률을 이용해 복지를 확대하자고 하는 지자체를 통제하고 있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단적인 예로 대구광역시와 인천광역시의 경우 최중증장애인에 대한 활동보조 24시간 활동지원을 올해부터 시행하려 했지만, 사회복지기본법 26조에 따라 복지부가 내린 공문에 의해 계획을 철수하게 됐다는 것.
사회보장기본법 제26조 2항은 ‘중앙행정기관의 장과 지방자치단체의 장은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할 경우 신설 또는 변경의 타당성, 기존 제도와의 관계, 사회보장 전달체계에 미치는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보건복지부장관과 협의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데 따른 것이다.
박 상임대표는 “사회보장기본법은 장애인의 인권을 유린하는 법이다.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장애등급제 폐지와 활동보조 24시간 보장 같은 장애인의 요구들을 정부에 전달하고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참가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이 끝난 뒤 전 국민의 복지권리를 공격하는 ‘복지 5적’에게 복지재정 축소 계획 철회, 복지재정 확대를 요구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빈약한 지방복지지출 추가절감 시, 지자체 복지정책까지 말살 위험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GDP대비 사회복지 지출이 2014년 OECD 28개국 중 꼴찌를 차지할 정도로 빈약한 상황에서 3조 원의 복지재정 절감은 사실상 불가능할 뿐 아니라, 빈곤층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반인권적인 것이며 가뜩이나 빈약한 지방재정과 교육재정사업을 파탄으로 몰아가고 지자체의 복지정책을 고사시키는 것이라며 강력하게 비판했다.
우리나라의 빈곤율은 최저생계비 미만 절대빈곤율이 2012년 7.6%로 최근 수년 간 거의 변동이 없었고, 중산층의 빈곤화 현상이 오히려 심화되는 상황에서 정부에서는 복지 부정수급 근절을 강력하게 추진했으며 이를 통해 기초생활수급자는 매년 줄어들었다.(2010년에서 2013년까지 20만 명 이상 줄었으며 인구대비 0.5% 이상 축소돼 2.6%에 불과함)
이는 정부가 마땅히 보장해야 할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를 줄이기는커녕 넓히는 역할만 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 결과 작년 세모녀 자살사건을 비롯해 빈곤 사각지대에 몰린 수많은 빈곤층이 목숨을 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늘어나는 복지수요와 예산에 맞게 사회복지전담공무원 등 인력이 적절히 배치되지 못해 복지공무원 1인당 평균 500여 명의 복지대상자에게 각기 다른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관리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부적정수급 단속만 강화하고 이를 통한 예산절감을 주문한다면 빈곤의 사각지대를 적극 발굴하고 보호해야 할 공무원들은 끊임없이 감시를 통해 지출을 줄이는 업무에만 매달려야 할 것이고, 결국은 더 많은 빈곤층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결과가 될 것이 분명하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또한 대다수의 지방자치단체와 지방교육청은 이미 무상보육, 기초연금 등 중앙정부가 책임져야 할 복지예산을 떠안아 정작 다양한 사회복지 서비스나 아동·청소년을 위한 제반 정책에 소요되는 재원 마련이 어려운 상황에서 지방채 발행 등으로 버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지자체의 복지사업을 중앙정부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정비하는 등으로 지방재정과 교육재정 지출을 1조3000억원 추가절감하겠다는 것은 결국 의무지출 항목이 아닌 지자체 자체 복지·교육 사업을 대폭 중단·감축시키겠다는 반복지적, 반서민적인 것이다. 
정부의 이와 같은 조치는 양극화 심화에 대응하기 위해 공공복지지출을 더욱 증가시켜야 할 상황에서 주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것이 본연의 임무인 지자체에게 복지정책을 중단하라고 강요하는 것에 다름아니며 지방자치제도에도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OECD 꼴찌 수준의 복지재정지출은 우리나라 정부의 반복지적 성격을 민낯으로 보여 주는 것이다. 정부는 누수단속이나 효율화를 앞세워 빈곤층과 지방정부를 파탄으로 내모는 복지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 아니라, 하루빨리 국민적 합의를 바탕으로 한 공평과세와 증세를 통해 복지재정을 확충하고 사회복지 전달체계를 개편해 장기적으로 보편적 복지제도를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글 / 박찬균 기자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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