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주도했던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전국적으로 72만 명, 전체인구의 14.2%에 달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과거 우리나라가 성장 하는데 중추적 역할을 한 인구집단이다. 때문에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는 이미 오래 전부터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국가의 희로애락을 함께한 베이비부머
일반적으로 베이비붐 세대란 한국전쟁 이후 출산율이 급증한 시점부터 산아제한 정책으로 출산율이 크게 둔화되기까지,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간 출생한 세대를 말한다. 이들은 우리나라의 굴곡 있는 역사와 그 인생을 함께했다. 1950년대에는 가난한 시절을 겪었고, 1970년대에는 산업화에 의해 경제적으로 풍요를 누렸으며, 1990년대에는 국가의 위기상황이었던 외환위기까지 차례로 경험하면서 우리나라가 발전 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 또한 전쟁을 경험했던 이전 세대와 컴퓨터를 사용하는 이후의 세대를 연결하는 연결다리 역할을 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런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는 오래 전부터 국가의 경제 기반을 흔드는 심각한 문제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국가의 노동인구 감소
최근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심화되면서 베이비붐 세대들의 은퇴가 더욱 이목을 집중 시키고 있다. 이들이 짧은 시간동안 한꺼번에 은퇴하면서 숙련된 노동인구가 급감 하는 것 뿐만 아니라 노동 시장의 인구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이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의 15~64세 인구가 2010년부터 2014년 사이에 15% 이상 줄어들 것 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통계청의 경제활동 인구조사에서도 근로자의 평균연령이 1999년에 처음으로 40대에 접어든 이후 2014년 기준 44.2세에 달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선진국이라면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그 속도에 주목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저출산·고령화 현상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빠른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른 수준이며,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들이 한꺼번에 일어나면 세계은행의 예측대로 우리나라의 노동인구가 급감하는 상황에 이르게 될 것이다. 이에 정부는 이와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내 놓아야 한다.

베이비붐 세대들의 새로운 도전
기업의 정년을 55세라고 가정할 때 베이비붐 세대들의 선두주자인 1955년생들은 지난 2010년 부터 은퇴를 준비할 상황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은 너무 이르다. 더구나 최근에는 평균수명도 높아지고 있어, 은퇴 후의 삶을 제 2의 인생으로 판단하고 새 인생을 위한 준비를 해야 한다.
이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제2의 인생을 위해 은퇴 후 많은 사람들이 자영업에 뛰어들지만, 대부분 영세하고 이익을 남기지 못해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서울에 사는 김은후(60,가명) 씨는 “은퇴 후 화려한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일본식 선술집을 개업했지만, 경기가 좋지 않다보니 매출에 영향이 커 운영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라며 “직원 월급을 챙겨 주는 것도 벅차 온 가족이 선술집에 매달리고 있다”고 한탄했다.
이렇듯 은퇴 후 새로운 일을 시작한다는 것은 오랫동안 준비한다고 해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최근에는 자신의 직무 능력을 살려 재취업을 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예를 들어 금융업에 종사했던 사람의 경우 자신의 직무능력을 살려 컨설팅을 하고, 악기 연주, 무대연출 등 문화 예술계에 종사했던 사람의 경우에는 자신의 재능을 기부해 의미 있는 일을 할 수도 있다.

농어촌에서 꿈꾸는 제2의 인생
하지만 이마저도 여건이 허락하지 않다면 귀농·귀촌을 고려해 볼 만 하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귀농·귀촌을 꿈꾸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발표한 ‘2014 귀농·귀촌인 현황’에 따르면 2014년 귀농·귀촌 가구는 1만1144가구로 2013년에 비해 221가구(2.0%)증가했다.
TV와 각종 언론매체에서도 ‘농촌생활’을 소재로 한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주를 잇고 있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방송계에는 ‘애그리테인먼트(agriculture + entertainment)’라는 신조어가 등장했고, 도시에서 열리는 농어촌 행사장에는 귀농·귀촌을 꿈꾸는 도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그 열기와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전남에서 귀농생활 3년차라는 김진식(58) 씨는 “은퇴를 하기 전부터 퇴직 후 무엇을 해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했다”며 “지인들의 권유로 귀농을 선택해 그 즉시 귀농 후의 생활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은 자연 속에 살며 전보다 훨씬 건강해 진 것은 물론 그동안 일에 치여 소원했던 부부사이도 좋아졌다”고 말하며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이렇게 귀농에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귀농·귀촌요인과 농촌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 연구에 따르면 귀농·귀촌을 한 사람의 수는 경제성장률과 반비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방증이라도 하듯 국가 위기상황인 IMF당시, 1998년 경제성장률이 6.9%로 하락하자 6409명으로 늘어났던 귀농가구 수가 1999년과 2000년 경제성장률이 8%대로 회복되자 880가구(2001년)로 줄었다. 이것은 경제불황으로 인한 일자리 부족이 하나의 원인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부분이다.
또한 최근에는 각박하고 소비지향적인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도시민들의 생각이 커졌다는 것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최근의 트랜드는 ‘힐링’, ‘치유’ 등 스스로가 마음의 여유를 찾고, 자신을 돌보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의 사람들은 전혀 자신은 생각하지 못한 채 ‘일을 위한’ 삶을 살고 있다. 이런 삶에 염증을 느낀 은퇴자들이 도시에서 같은 생활을 이어 나가는 것에 어려움을 느끼고 자신이 살던 고향 또는 그 외의 농·어촌 지역으로 나가 도시에서의 생활과는 정 반대의 삶을 선택해 사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개인의 노력도 중요
정부는 귀농·귀촌 활성화를 위해 ‘농업인’에게만 한정해 실시했던 각종 지원사업 혜택을 지난해부터 ‘귀농인’도 적용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귀농인이 창업자금을 지원받기 위해 반드시 받아야 하는 귀농귀촌교육도 농촌의 재능기부, 농촌봉사활동 실적을 100시간 중 최대 50시간까지 교육시간에 포함시키는 등 이수방법을 다양화하며 귀농·귀촌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귀농인 창업자금 융자조건도 3%에서 2%로 낮췄고, 귀농인들 끼리 모여살 수 있는 소규모 신규주택단지 기반조성지원 대상을 기존의 10호에서 5~6호만 구성돼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농림축산식품부는 ‘귀농어·귀촌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을 제정·공포했다. 이는 최근 증가하고 있는 귀농·귀촌인구를 지속시키고, 이들이 농·어촌에서 안정적으로 장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자 하는데 그 목적을 둔다.
정부가 많은 정책들을 내세우는 것은 귀농·귀촌을 하려는 은퇴자들에게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자신이 평생 살던 곳을 떠나 농촌으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귀농·귀촌 생활은 희망적이기만 한 것일까?
정답은 ‘그렇지 않다’이다. 그동안 평생을 함께 해 온 농촌마을사람들 사이에 처음 보는(혹은 자주보지 않은)사람이 들어간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경우의 수를 잘 따져 지혜롭게 대처하는 것도 중요하다. 귀농생활 10년차라는 강진만(66,가명) 씨는 “고향마을 이지만, 처음에는 이미 가족처럼 지내는 마을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여러 활동을 함께하고,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한 끝에 지금은 마을 사람들과 형제처럼, 가족처럼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귀농·귀촌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언뜻 보면 고향에 집을 마련해 이사만 가면 다 된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농·어촌에서 새로운 인생을 계획하고 있다면 준비 없이 무작정 귀농·귀촌에 도전하기 보다는 오랫동안 준비하고 정부 정책을 잘 활용해 도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글/ 박미리 기자
자료/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통계청, 귀농귀촌종합센터 외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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