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우리 모두를 평등하게 한다. 음악 속에서 느끼는 감정은 남녀노소, 부의 정도 등 우리 사회를 구분하는 많은 경계선에 구애받지 않는다. 송파구의 청소년음악봉사모임인 ‘VG밴드’는 바로 그런 경계를 없애고 보다 많은 이들에게 즐거움을 주고, 나눔을 전파하려는 ‘착한 학생’들의 모임이다.

우리의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출동!

누구나 학교 다닐 때 봉사활동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활동은 대부분 우체국이나 경찰서 같은 관공서에서 봉사점수를 받기 위한 것으로 진정한 봉사로 보기 어렵다. 학생들이 이러한 봉사활동만 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시간이 없어서’다. 학교 수업이 끝나면 학원가고, 과외 받고, 독서실 가느라 녹초가 된다. 주말도 예외가 없다. 하지만 송파구의 한 청소년봉사동아리는 얘기가 다르다. “하고 싶은 마음만 있으면 누구든지 봉사를 할 수 있다”고 얘기하는 이 청소년들은 평일이나 주말에 틈틈이 시간을 내 악기 연습을 하고, 음악봉사를 나간다.

Volunteer Generation의 약자인 ‘VG밴드’는 2009년 송파구자원봉사센터의 청소년봉사동아리 선정공모전에서 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지금까지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나눔이 있는 곳에 VG와 함께 해요’라는 슬로건 아래 15명의 정규 인원이 음악봉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음악으로 관중들과 하나가 돼 즐거움을 주는 VG밴드는 그들의 음악을 듣고싶어하는 곳이라면 어디든 출동한다. 하지만 최근 송파구 일대에서 이름이 알려져 찾는 곳이 많아지자 봉사멤버들끼리 고심 끝에 모두가 동의하는 곳으로 공연 장소를 정하고 있다.

학교 밴드 드러머, 성악 전공자 등 음악과 관련된 학생들이 다수 포함돼 있지만 VG밴드에 들어가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봉사에 대한 생각’이다. 이윤아 학생은 “우리는 오디션을 통해 간단한 연주나 노래를 들어본 뒤 인터뷰를 진행해요. 가장 중요한 ‘봉사 마인드’를 보기 위해서죠. 연주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봉사에 대한 생각이 우리와 다르면 뽑을 수 없어요”라고 말하며 밴드 멤버가 갖춰야 할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학생들로 꾸려진 모임이라 모일 때면 언제나 하하호호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학생들은 청소년봉사동아리의 장점으로 ‘소통’을 꼽았다. 또래의 아이들이 여럿 모여 있어 이야기도 잘 통하고, 무슨 일을 정할 때도 큰 트러블 없이 이야기로 상황을 푼다는 것이다. 박주애 학생은 ‘성취감’을 장점으로 얘기했다. “다들 학생이다 보니 전문성은 어른들의 음악보단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우리가 조금씩 꾸준히 노력해서 하나의 공연을 성황리에 끝냈을 때의 성취감은 그 누구 못지않을 거예요. 다른 친구들이 주말에 놀러 다니거나 공부할 때 우리는 봉사를 함으로써 큰 기쁨을 느끼고, 평일동안 학교에서 받은 학업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어요. 이런 마음들이 모여서 우리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아요.”

학교생활? “문제없어요!”

봉사에 대한 마음으로 하나가 된 학생들은 매주 토요일 송파구자원봉사센터에서 연습한다. 공연이 잡히면 평일에도 틈틈이 모인다. 공부하는데도 시간이 부족하다는 요즘 학생들인데 어떻게 이렇게까지 모일 수 있는 걸까? 이에 대해 학생 대부분은 “문제가 없다”고 대답한다. 박주완 학생은 “이전보다 학교생활이 더 좋아졌다”고 말해 놀라웠다. 주완 학생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또래 친구들의 생각도 알게 되고, ‘우리는 이 모임에 일정 시간을 써야 하니까 다른 시간에 더 열심히 하자’는 생각이 모아져 오히려 학교 성적이 더 좋아졌어요. 간혹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시는 부모님이 계시는데 오래 활동하다보면 오히려 지원해주는 것 같아요”라며 동아리 활동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얘기했다.

현재 활동 중인 학생들은 평균 1년에서 2년 정도 활동하면서 많은 공연봉사를 다녔다. 그리고 각자 생각하는 기억에 남는 순간이 모두 달랐다. 모임의 리더인 이지환 학생은 “작년에 매달 양로원에 가서 작은 공연도 하고, 어르신들의 말벗도 되고, 청소도 하는 등의 봉사를 한 적이 있어요. 어느 날 평소처럼 할머니랑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눈물을 글썽이시면서 ‘내가 뭐라고 이렇게 잘 해주냐’고 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어요. ‘나에게는 별거 아닌 일이었는데 누군가에게는 크게 느껴지는구나’ 싶었죠”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우연치 않게 내게 온 기회인 VG밴드 활동을 열심히 하고 싶다”고 강한 의지를 다졌다.

박주완 학생은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작년 7월에 있었던 청소년봉사동아리 연합축제인 ‘누리잔치’를 꼽았다. 각각의 청소년 동아리가 직접 기획하고, 부스활동도 펼쳐 더욱 의미가 깊었던 연합축제에서 VG밴드는 참여자들에게 직접 악기를 체험해보게 하는 등의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VG밴드와는 또 다른 방식으로 봉사하는 많은 청소년을 만날 수 있었던 ‘누리 잔치’는 올 7~8월 중 다시 한 번 열려 학생들이 기대하고 있다.

봉사란, 나 자신을 성숙하게 만드는 것

VG밴드는 음악봉사만 하는 게 아니다. 도움이 필요한 곳에 가서 청소도 하고, 밭일을 도와주는 등 다양한 방식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간혹 밴드를 한다고 하면 ‘놀기 위해’ 모인다는 시각이 있지만 학생들은 “절대 아니다”라고 항변한다. 실제로 학생들은 여느 성인 못지않게 봉사에 대한 깊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윤아 학생은 봉사가 ‘해피 바이러스’라고 말했다. “봉사를 하는 사람이 웃으며 봉사를 하면 저절로 그걸 보는 사람들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져요. 실제로 제가 겪었던 일이죠. 봉사란 이렇게 미소가 전해지면서 행복감을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아요”라며 미소 지었다. 또한 박주애 학생은 “보수를 받지 않고 남을 돕는 일이라, 보수를 받는 일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보수를 받을 때 중요한건 제 능력이지만 봉사활동은 남을 돕고자 하는 마음 자체가 제 능력이니까요”라며 봉사의 순수성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성악을 전공했다는 주애 학생은 “성악에 갇히지 않고 음악 자체를 즐기는 지금의 활동이 너무 즐겁다”고 말해 행복하게 봉사활동을 하는 현재의 모습에 만족감을 보였다. 학생들 대부분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싶다고 말한다. 봉사활동은 다른 사람을 도와주지만 나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인터뷰 내내 학생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바로 ‘진심’이었다. 봉사에 대한 진심, 남을 도와주는 것을 기뻐하는 마음, 내 시간과 노력이 들더라도 아까워하지 않을 수 있는 마음이 VG밴드를 이끌어가고 있다. 음악으로 많은 이들을 즐겁게 하지만 그 전에 ‘봉사’라는 따뜻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VG밴드를 찾는 곳이 많은 것이다.

박주애 학생은 “봉사를 지속적으로 하게 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하는 법을 알게 된 것 같다”며 기존의 내성적인 성격이 많이 밝아졌다고 기뻐했다.

음악이란 긍정적인 힘을 가지고 있다. 이런 힘에 ‘봉사’라는 선한 마음이 더해진 VG밴드의 앞날이 기대된다.

취미활동과 봉사 두 가지 토끼를 잡는 것은 물론 학교생활까지 좋아져 세 마리의 토끼를 잡은 VG밴드 멤버들은 5월 24일 석촌호수에서 공연을 했으며, 오는 7월 학생들이 주체가 돼 진행하는 ‘누리잔치’에 다시 한 번 참여할 예정이다. 어린 학생들의 순수한 마음이 오랫동안 이어지길 바라본다.

글/ 차은희 기자·사진/ VG밴드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