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
몇 년 전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유행을 했던 시기가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청춘들도 행복할 권리가 있다’며 정면 반박하는 의견이 주를 잇고 있다.
최근 청년 취업이 최악의 국면을 맞이하며 그 영향은 아직 채 성장하지 않은 어린 아이들에게까지 미치고 있다. 한창 다양한 꿈을 꿔야 할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이 ‘공무원’이 돼버린 대한민국은 지금 고용 불안정과 취업난으로 가장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공무원에 열광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취업, 연애, 결혼은 저 멀리 던져두고 노량진 고시촌으로 향한다.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슬픈 현실이다. 앞서 언급했듯 최근에는 3포세대(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 4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를 포기한 세대), 5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장만을 포기한 세대), 7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장만, 꿈, 희망을 포기한 세대)라는 말이 유행처럼 쓰이고 있다.
지난 4월 30일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2030세대 498명을 대상으로 7포세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7포(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집장만, 꿈, 희망)에 해당하는 것 중 하나라도 포기하거나 포기할 생각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85.9%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 이들이 포기할 생각이 있다고 꼽은 것으로는 ‘결혼’이 38.6%로 1위로 나타났고, 출산 33.2%, 집 장만 28.7%, 꿈 26.2%, 실제 희망 직업 21.5%, 연애 16.1%, 인간관계 15.4%, 취미생활 14.7%, 여행 14%의 순으로 나타났다.
단지 젊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슬퍼하고 아파하는 청춘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변화시켜 줄 수 있을까?

꿈보다 안정적인 직업 선호
현재 9급 공무원 준비 중 이라는 김영주 씨(28세, 가명). 그녀의 꿈은 디자이너였지만, 지금은 꿈과 전혀 다른 행정공무원을 준비중이다. 디자이너 시장이 좁다보니 취업을 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됐고, 또 최근 한 유명 디자이너가 신입 디자이너들에게 항상 늦은 시간까지 야근을 시키며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급여를 제공하는 사건을 보고 그 회의감은 더욱 커졌다. 그래서 과감히 디자이너를 포기하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공무원 준비를 시작한 것이다.
영주 씨는 “지금까지 디자이너라는 하나의 직업만 보고 달려 왔지만, 단지 젊다는 이유로 열정페이를 강요하며 현재 겪는 아픔이 당연하다 여기는 사회 구조적 문제 속에서 꿈을 지켜 나간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라며 “앞으로 꿈을 버리고 나와 같은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 말했다.
소방공무원을 준비하고 있는 김희창 씨(31세, 가명) 역시 마찬가지다. 졸업 후 한 중소기업에 입사해 일을 했었다는 그는 일에 대한 회의감을 느껴 일 년 만에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9급 공무원 준비를 하다 몇 번의 실패로 이 년 전 상대적으로 도전자 수가 적은 소방공무원으로 분야를 바꿨다. 희창 씨는 “친구들 중에도 나와 같이 공무원 준비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 반면 좋은 회사에 입사해 일정수준 이상의 돈을 벌고 경력도 쌓는 친구들도 있다”며 “나는 안정적인 직업인 공무원을 선택 했는데, 지금은 새로 시작하기에는 나이가 있어 그조차도 쉽지 않다”며 “시간이 갈수록 연애, 결혼, 취업, 희망, 꿈은 점차 포기하게 된다”고 말했다.

평균 초혼 연령 증가
6월 3일 정부는 청년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청년 실업자 수는 48만 명에 달한다. 하지만 이것은 임시직, 일용직, 취업준비생, 구직활동을 중단한 청년들이 포함되지 않은 수치로 실제로는 더 많을 거라 예상할 수 있다.
이렇게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결혼연령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은 30만5500건으로 전년보다 1만7300건(5.4%)줄었다. 이것은 2003년(30만2500건)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또 평균 초혼 연령과 관련해 5월 27일 서울시가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 혼인·이혼 및 가치관’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에 사는 시민들의 평균 결혼(초혼)연령은 남자 32.8세, 여자 30.7세로 20년 전에 비해 각각 4.2세, 4.9세 늦어졌다.
소위 ‘먹고 살 걱정’ 때문에 결혼을 점점 늦추면서 평균 초혼 연령 역시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단순히 청년들 개인의 문제로만 생각할 수 없다. 오히려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가 만든 현실이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회는 이제 더 이상 청년들에게 결혼을 권할 수 없는 사회가 돼버렸다.

일회용 청년: 누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드는가
지난달 발간된 책 ‘일회용 청년: 누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드는가’를 보면 미국의 청년들 역시 한국의 청년들과 비슷한 상황에 놓여져 있다. 입으로는 청년들의 문제가 심각한 위기에 봉착해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사실 아무것도 변하고 있는 것이 없고 청년들 역시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위기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가까이는 일본, 멀리는 유럽의 일부 국가들도 겪고 있는 사회적인 아픔이다.
어느 순간부터 청년들은 사회가 원하는 인물로 자신을 만들어 가고 있다. 한국사, 영어, 토익은 물론이고 각종 자격증들과 스펙을 위해 다양한 대회 참가, 그리고 취업을 위해 외모까지 바꾸는 취업 성형이 인기몰이 중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청년들은 갈 곳이 없다. 심지어 최근에는 탈 스펙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취업을 위한 스펙 쌓이기에 열을 올리던 청년들이 갈 곳을 잃고 헤메고 있다.
그들의 원망은 486세대들에게 돌아갔다. 상대적으로 직업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던 486세대들은 쉽게 직장을 구했고, 이제는 자신의 자리보존을 위해 비정규직, 인턴 등을 양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네티즌은 “아프니까 청춘이라 말하는 486기성세대들에게 말하고 싶다. 청년들이 얼마나 아프면 5가지를 포기하는 5포세대가 등장하게 됐는지를 왜 생각 못하는 건지 궁금하다”며 “지금은 정말 화려한 스펙을 가지고 있어도 대기업에 취업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고, 박봉의 9급 공무원에 뛰어난 인재가 모이는 이상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실현 가능한 해결책 나와야
요즘 청년 실업 문제를 논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말이 캥거루족(학교를 졸업해 자립할 나이가 됐는데도 취직을 하지 않거나, 취직을 해도 독립적으로 생활하지 않고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2030 젊은이들을 일컫는 용어)과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를 뜻하는 신조어)이다. IMF이후 청년 실업률이 최고치에 달하는 지금, 입으로만 내놓는 해결방안이 아니라 실제로 실현 가능한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지금의 현상이 계속되면 이미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 문제는 더욱 심해질 것이고, 인구구조의 변화로 경제시장도 활성화 되지 못할 것이다.
독일의 경우 청년 실업률이 2005년 15.5%에 달했지만 10년 만에 7.2%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이것은 정부의 빠른 결단력과 추진이 이뤄낸 성과다.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동시장의 구조 개편 등 식상하지만 가장 중요한 방법으로 현재의 위기를 이겨내야 한다.
현재의 2030세대들은 자신이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모르고 사회가 바라는 사람으로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설령 하고 싶은 일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즐기며 사는 사람은 거의 없다.
젊은이들이 포기하며 사는 세상의 사회적 구조를 인식하지 않고 ‘하면된다’는 식의 무책임한 말로 젊은이들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려는 자세도 고쳐야 한다. 우리에게는 나라가 처한 현 상황을 직면할 필요가 있다. 청년들이 불행한 나라에서는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글/ 박미리 기자
자료/ 잡코리아, 통계청, 대학청년고용센터, 도서 ‘아프니까 청춘이다’, 도서 ‘일회용 청년: 누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드는가' 외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