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멀다하고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이 우리를 마음 아프게 만든다. 쥐면 깨질세라, 불면 날아갈세라 곱게 자란 아이들이 위험하다. 그렇다고 두 손 놓고 교사들의 인성에만 우리 아이들의 무사안녕을 기대할 순 없다. 조금 다른 방법으로 아이들을 안전하고 올바르게 키울 방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 이에 최근 젊은 엄마들 사이로 ‘공동육아’가 떠오르고 있다. 열악한 어린이집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공동육아에 대해 알아보자.

공동육아, 자세히 알고 싶어!
공동육아어린이집으로 처음 문 연 것은 1994년 신촌우리어린이집이지만 1970년대 말부터 빈민·탁아운동을 하던 대학생 집단을 중심으로 ‘해송어린이걱정모임’과 ‘공동육아연구회’라는 모체가 존재했다.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많은 노력이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2015년 현재, 전국 70여개의 공동육아어린이집(이하 공동육아)이 운영 중이다.
아이들을 자연 속에서 모두와 함께 사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노력중인 공동육아는 최근 어린이집 학대 사건으로 일반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한 가운데 정보 습득에 용이한 젊은 엄마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되고 있다.
공동(共同)육아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이 일을 같이 해 아이를 기르는 것’이다. 내 아이는 ‘내’ 아이가 아니라 ‘모두의’ 아이고, ‘다른’ 아이들도 ‘내’ 아이인 듯이 보살피는 것이 주된 특징이다. 어린이집 선생님께 부모로서, 보호자로서의 모든 권한을 일임하는 기존의 어린이집과는 사뭇 다르다.
공동육아는 20~30여명의 소규모로 운영되고, 아이의 부모님 모두가 어린이집의 원장이며, 선생님이다. 물론 전문 지식을 갖춘 원장님과 선생님이 따로 존재해 아이들을 돌본다. 공동육아가 각광받는 이유 중 가장 큰 것은 아마 아이들이 자연 속에서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며 논다는 점이다. 기존의 어린이집은 야외수업이 하루 30분에서 1시간 내외로 길지 않다. 또한 야외수업이라고 해봤자 어린이집 앞마당의 자체놀이터가 전부인 곳이 허다하다. 하지만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최소 2시간에서 4시간까지 야외수업을 즐긴다. 어린이집에 있는 대부분의 시간을 밖에서 보낸다는 것이다. 어린이집 인근 강가나 공원, 숲 속 등 아이들이 자연과 함께해 즐길 수 있는 공간은 무궁무진하다. 점심은 전문영양사가 관리하고, 이는 부모님들의 철저한 감독 하에 이뤄진다.
수업 역시 기존과는 다르다. 조기교육이나 선행학습을 지양하고, 하루 일과와 생활 속에서 이뤄지는 자연스러운 교육에 중점을 둔다. 자연 속에서 체득한 풍부한 체험을 언어·미술적 표현으로 되살리는 식이다. 또한 정기적으로 부모들이 아이들을 대상으로 수업을 해 다양한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배울 수 있다.
자연 속에서 또래 친구들과 함께 부모님이 알려주는 쉽고 재미난 수업 덕분인지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밝고, 명랑한 말괄량이의 모습이다.

부모님의 역할이 가장 중요해요
지난 5월 ‘공동육아와 공동체교육’에 따르면 현재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전국 62곳, 방과후학교는 15곳이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관계자는 “공동육아는 부모님들이 직접 교육·재정·운영에 참여한다는 게 기존 어린이집과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방식은 공동육아가 협동조합의 형태로 출발하기 때문이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을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뜻을 같이 하는 부모들이 모여 협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 조합비를 모아 어린이집을 운영할 장소를 확보하고 교사 채용, 정관·규정 마련, 개원에 이르기까지 모두 부모들 몫이다. 때문에 자녀를 공동육아 어린이집에 보내려면 부모가 조합원이 돼야 하고 그에 따른 책임도 따른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조합에서 탈퇴할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이처럼 긴 준비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최근 3~4년 전부터 설립 문의나 신고가 부쩍 늘고 있다. 기존의 어린이집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와 열악한 환경, 틀에 박힌 교육을 벗어나기 위해 부모들이 공동육아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부모들이 함께 운영을 하는 것. 이 부분은 공동육아의 장점이자 심각한 단점으로 꼽힐 수 있다. 각기 다른 생각을 가진 성인의 모임이기에 어떤 상황에서는 의견 조율이 쉽지 않다. 공동육아어린이집에 아이들을 보내는 부모들은 하나같이 ‘조화’와 ‘공동체 의식’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자신의 의견만을 고수한다면 조합에 융화될 수 없어 함께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부모들이 수업이나 급식 같은 것을 정기적으로 함께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 기존의 어린이집에서는 모든 것이 선생님의 손에서 이뤄졌다면 공동육아 어린이집은 모든 것이 부모의 손을 거치기 때문이다. 이에 맞벌이 부모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학부모들이 이를 충분히 배려하겠다는 자세가 있다면 이는 서로간의 의견 조율로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 또한 수업에 부담가질 필요는 없다. 30~40분 내외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댄스스포츠나 종이접기와 같이 간단한 내용의 진행도 가능하다.
학부모와 선생님과의 조화도 중요하다. 공동육아 어린이집의 선생님들은 공동육아에 대한 전문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다. 무조건적으로 이들의 의견을 수용할 필요는 없지만, 무조건적으로 부모들의 의견만 고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니다. 이들은 아이들과 함께 하며 안전과 주된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지 부모들이 고용한 직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간혹 이를 간과한 학부모들이 선생님에게 과한 간섭과 지적을 해 일반 어린이집보다 정신적 피로도가 심한 경우도 있다.

지자체, 공동육아 수 늘리기 앞장서
지난해 서울시는 마을주민이 아이를 함께 키우고 돌보는 육아공동체 30여 곳에 총 5억4200여만원을 지원했다. 지원사업분야는 ▲품앗이 육아를 통한 종일·일시·방과 후 돌봄 ▲동네 육아사랑방 ▲육아용품·장난감 나눔터 등 6가지 분야로 나눠 다양한 공동육아 사업을 실시했다.
이러한 지자체의 움직임은 서울시뿐만 아니다. 6월 8일 울산 북구는 엠코타운에 ‘공동육아 프로젝트 방과 후’ 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했고, 산청군은 4일 공동육아나눔터 23호점 개소식과 현판식을 갖고 운영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부모들의 노력에 지자체가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모든 아이들이 내 아이라는 마음으로 모든 학부모가 어린이집의 원장인 공동육아. 기존 어린이집의 대안책이 될 수 있을지 모든 학부모들이 주목하고 있다.

글/ 차은희 기자
자료/ 청담종합사회복지관 ‘아·우·네’, 한샘 외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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