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나 할 수 없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대학생 의료봉사단체 프리메드는 대한민국의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을 위해 의료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이십대 중반의 대학생들을 주축으로 설립, 운영되고 있는 이 단체는 대한민국 의료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지금도 동분서주 하며 바삐 움직이는 중이다.

안녕? 젊은 슈바이처들!

2008년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청년들의 힘으로 설립된 프리메드. 이십대 청년들을 주축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 단체는 현재 비영리 민간단체로 등록돼 의료 사각지대에 놓인 많은 사람들에게 의료혜택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재 실질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원의 수만 98명, 창립 초기부터 함께 했던 사람들은 263명이다. 이들은 프리메드를 수료한 이후에도 각자의 자리에서 꾸준히 관심을 갖고 단체 활동에 문제가 생기거나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그 자리를 채운다. 또 의료본부, 경영본부, 디자인본부, IT기획본부 등 4개의 본부로 나눠 운영되기 때문에 반드시 의료분야와 관련된 전공이 아닌 다양한 전공의 학생들이 함께 한다. 여러 학생들이 모이다 보니 다양한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는 것도 이들이 가진 큰 장점이다.

프리메드는 크게 3가지 활동에 중점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무료 진료소 사업, 보건 교육 사업, 모성 건강증진 사업(MHI:Maternal Healthcare Initiative)이다. 앞서 소개한 4개의 본부 중 자신이 속하고 싶은 하나의 본부를 선정하고, 여러 절차를 통해 프리메드의 단원이 된다. 그리고 무료진료소 사업, 보건교육사업 두 가지 활동 중 한 가지 활동에 참여한다. 물론 둘 다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두 가지 사업이 모두 매주 토요일에 진행되기 때문에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다. 또 모성건강증진사업은 해외 파견 활동이기 때문에 파견 날짜가 정해지면 원하는 사람들은 함께 하면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활동을 보다 전문적이고 체계적으로 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의료의 빈틈을 메운다

매주 토요일이면 프리메드 단원들은 바빠진다. 오직 봉사를 위해 저 멀리 지방에서 올라오는 단원들도 있다. 안수용 대표가 소속된 활동은 무료 진료소 사업. 토요일 저녁 6시부터 7시 30분에 접수를 마감하는 이 사업은 현재 서울역에서 병원을 가거나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진행한다.

무료 진료소 사업을 진행 하면서 반드시 지키는 두 가지가 있다. 음주자는 진료 대상에서 제외된다는 것. 그리고 접수 마감 시간인 7시 30분이 지나서 오는 사람은 진료를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이 두 가지 원칙은 반드시 지키고 있다. “음주하신 분들은 혈압이나 혈당 같은 기본적인 데이터 측정이 불가능해요. 그래서 못 해드리는 거고요. 정해진 접수 마감 시간을 조금 넘어서 오시는 분들이 간혹 계신데, 그 분들을 한분씩 진료해 드리다 보면 형평성에 어긋나죠. 그래서 원칙을 지키고 있어요.”

아무리 의대생이 함께 한다고 해도 아직 면허가 없는 학생들이기 때문에 무료 진료소 사업을 할 때는 현직 의사들이 진료소에 함께해 간단한 진료와 약 처방을 해준다. 의료진은 이전에 프리메드 활동을 했던 사람들이 참여 하기도 하고, 현재 프리메드 활동을 하고 있는 대학생 단원들이 일반 병원을 방문해 참여 가능한 의료진들을 찾기도 한다.

진료는 접수, 예진, 본진, 처방 순으로 진행된다. 혈압이나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일주일치 약을 처방해 준다. 약이 더 필요한 사람은 매주 프리메드 진료소를 방문하면 된다.

하지만 봉사 단원 중 대부분이 아직 정식 의사면허가 없는 학생들이다 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이에 안 대표는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전문성에 대한 부분은 저희가 내부 교육을 통해서 계속 보완을 하고 있어요. 문제가 생기거나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현직 의사 선생님들께 직접 자문을 받아 진행하기도 하고요. 또 무료 진료소 사업을 진행 할 때는 전문 의료진이 함께하니 걱정 하지 않으셔도 돼요.”

모두를 어루만지는 ‘프리메드’

무료 진료소 사업 외에도 프리메드는 저소득층 아동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보건 교육사업과 국내에 국한되지 말고 더 많은 곳에 도움을 주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모성 건강증진 사업이 있다. 특히 보건 교육사업은 저소득층 아동들에게 건강의 중요성과 가치를 바르게 인식하도록 하고, 제대로 된 건강 보건 및 위생지식을 전달하고 있다. 국·영·수를 가르치는 것은 다른 봉사단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기 때문에 프리메드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활동을 하기로 선택한 것이다.

처음 보건교육사업을 진행 할 때는 도움이 필요한 센터에 직접 연락해 진행했지만 최근에는 교육부,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주관하는 2014년 교육기부주간 ‘인생설계’를 테마로 ‘식습관, 긍정습관 및 꿈설계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으로 참여해 교육을 기부하는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은 매주 토요일 오전이면 서울시 도봉구 일대 지역아동 센터에서 아이들을 만난다.

케냐 카지아도 지역 여성들을 위해 진행하는 모성 건강증진 사업 역시 프리메드가 중점으로 다루는 활동 중 하나다. 2010년 UN에서 정한 5대 목표 중 하나인 모성보호에 초점을 맞춰 진행하고 있는 이 사업은 저개발 국가의 많은 산모들이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어 산모와 아이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산모를 위한 산전진단 세트와 출산 키트를 제공한다. 또 출산과 임신에 대한 지역 주민들의 인식을 개선하는 등의 다양한 활동으로 안전한 출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현지 방문에 드는 항공기와 체류비는 단원들 개인이 부담한다. 지구촌 공생회, 적십자 케냐지부, 케냐 보건후생국(MOH)등과 협약이 돼 있어 어렵지 않게 활동이 가능하다. 현지에서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의료 행위는 하지 않는다. 현지 보건소나 보건당국 관계자들과 동행해 시연을 하거나, 키트를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등의 활동을 하며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산모들이 신속하게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안 대표는 “모성 건강증진 사업은 사후적인 처치보다는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직접적인 의료 행위는 하지 못하지만 주민 스스로 ‘엄마’를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거죠”라며 “프리메드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하다”고 했다.

“보고 싶어서 왔어”

한번 현장에 나갈 때 보건 교육사업은 약 10여명, 무료진료소 사업은 최소 25명이 함께 한다. 매주 봉사에 참여하기 힘든 단원들을 위해 휴가제도도 도입했다. ‘내가 즐겁지 않으면 봉사의 의미가 없다’는 철학 때문이다.

보건교육사업에서 만난 아이들은 처음에는 낯설어 하다가도 언니·오빠 같은 단원들과 금방 친구가 된다. 최소 1:3의 비율로 보조교사를 구성해 친밀감을 높이는 것은 물론 좀 더 활발하게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무료진료소사업의 대상자는 거의 노숙인들이다. 처음에는 불신의 눈빛으로 바라보던 노숙인들은 이제 어느새 단원들의 엄마, 아빠가 됐다. 안 대표는 항상 약 처방을 받기 위해 진료소를 방문하는 한 노인을 기억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분 중에 한 분이 늘 약을 처방 받기 위해 오시는 분이 있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은 그냥 오셨어요. 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너희들 보고 싶어서 왔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소한 일 일수도 있는데 그런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죠. 감사하기도 하고요”라며 담담한 얼굴로 감동받은 그 순간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사실 제 욕심은 안 오시는게 가장 좋아요. 안 오시는건 안 아프다는 뜻이거든요. 그런데 또 안 오시면 보고 싶어요. 궁금하기도 하고….”

안 대표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은 프리메드 단원들이 봉사 현장에서 느끼는 그 감정과 같았다. 그 감정이 바로 그들이 7년째 의료봉사를 계속하는 이유였다.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의료혜택을 제공하고 싶다고 말하는 대학생 의료 봉사단체 프리메드. 그들은 뜨겁고 아름다웠으며 찬란했다.

글/ 박미리 기자

사진/ 프리메드

후원문의 freemed@freemed.or.kr 홈페이지 www.freemed.or.kr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