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뻘뻘 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파란바람 멘토들과의 만남은 가슴 속 까지 시원하게 만들었다. 해맑은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 하는 이들은 영락없는 이웃집 언니, 오빠였다. 대학생 청년 멘토링 봉사단체 파란바람은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마음으로 들어주는 정서적 지지를 통해 그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고 있다. 조금씩 변해가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린다는 Cool한 청년들을 만났다.

파란(破卵)을 바라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파란바람은 ‘알을 깨다’라는 의미의 파란(破卵)과 ‘바라다’를 뜻하는 바람 이라는 뜻으로 알을 깨고 나오기를 바라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파란바람은 학생들이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활동을 하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더 나은 인생을 살기위해 노력하고,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지금 현재의 세상을 깨뜨려야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다. 우리가 그랬듯이, 그리고 그들이 그렇듯이 청소년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기 위해 자신만의 알을 깨뜨리기 위해 노력한다. 파란 바람은 이웃집 언니, 오빠, 형, 누나처럼 아이들이 스스로 성장하고 일어서 세상에 한발 내딛을 수 있도록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2009년 스스로의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다 자신도 모르게 취업의 노예가 돼 버렸다 느낀 이십대 대학생들. ‘대학만 가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청년들은 앞만 보고 달리느라 남들과 부딪혀도 아픔을 느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잠시 멈춰 숨을 고르기로 했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대학생 8명이 모여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사회에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고민이 시작됐다.

고민의 끝에서 이들은 ‘나에게도 형, 누나, 오빠, 언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문제 앞에 멈춰섰다. 과거 눈앞의 문제 앞에서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맸던 이들이 자신과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아이들과 형제가 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청년들은 아이들로부터 자신의 모습을 돌이켜 볼 수 있었고, 아이들은 자신과 나이가 얼마 차이나지 않지만 이미 세상 밖으로 나간 청년들을 통해 자신의 길을 찾을 수 있었다.

일주일에 하루, 멘토링

멘토링은 매주 화요일, 수요일에 이루어진다. 각 요일별로 멘토와 멘티들이 다르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일주일에 한번 진행된다. 현재는 금천교육센터와 함께 멘토링을 하며 아이들을 만난다.

프로그램은 크게 단체 멘토링과 개인 멘토링으로 구성돼 있다. 멘토 기수별 구성원들의 합의를 통해 도출한 여러 가지 주제를 가지고 한 기수동안 진행된다. 최근에 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는 12기는 ‘관계, 정체성, 능동적인 삶, 변화’라는 큰 주제를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 처음에는 멘토와 멘티들 서로가 모르는 사이기 때문에 자칫 어색할 수 있어 아이스 브레이킹(새로 형성된 팀이 어색함을 떨쳐버리고 한 팀으로 감정을 형성하는 활동)을 통해 즐겁게 놀면서 친해지는 시간을 갖는다. 이를 통해 멘토는 멘티들을 파악하고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을만한 아이들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협동과 경쟁이라는 추상적인 아이템을 가지고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이다.

프로그램은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된다. 아직 프로그램 기획 단계인 ‘못난이 사과’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거들떠보지 않는 못난이 사과를 이용해 잼을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이를 통해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한다. 또 ‘가치 경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에게는 단점으로 느껴지는 것들이 다른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하고 자존감을 높일 수 있도록 독려한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멘티들이 직접 참여해 스스로 깨우치고 느낄 수 있게 구성됐다.

개인 프로그램 시간에는 매칭이 된 멘토와 멘티가 오직 둘만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멘토들은 아이들이 진짜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듣는다. 파란바람 12기 오주영 대표는 “당장 공부가 중요하지 않은 아이들도 많이 있어요. 무조건 공부가 전부는 아니잖아요. 아이들에게 ‘니가 정말 원하는게 뭔지, 하고 싶은게 뭔지’ 물으면서 흥미 유발을 하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방향 제시를 해 주기도 해요”라며 “아이들의 진짜 이야기를 듣는 거죠. 이때 저희 멘토들은 아이들에게 길을 알려주는 길잡이이자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거예요”라며 환하게 웃었다. 실제로 파란바람의 멘토 중 한 명이 개인 멘토링 때 진행한 ‘어벤져스’라는 프로그램으로 자신의 친구를 멘티에게 소개해주며 관계를 넓혀 나갔다. 멘티 역시 자신의 친구들을 소개 시켜 주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되고, 여러 사람과의 만남을 통해 소극적인 성격을 조금씩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변화하는 아이들 보면 ‘두근두근’

최성재 멘토는 기억의 남는 아이로 멘토링을 통해 180° 변화한 한 학생의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최성재 멘토가 함께 멘토링을 진행한 학생은 다문화 가정의 아이로 처음에는 소극적인 성격 탓에 말 한마디 하는 것조차 조심스러워 하던 친구였다. 첫날 아이스 브레이킹을 하면서도 우울해 했던 이 학생은 파란바람을 통해, 그리고 최성재 멘토를 통해 지금은 모든 멘토들과도 가장 친하고 활발한 성격을 자랑한다.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이 아이는 어쩌면 인생이 바뀔지도 모르는 변화를 맞이한 셈이다. 이 외에도 많은 아이들이 파란바람을 통해 작게나마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때 멘토들은 “감동 그 이상의 감정이 든다”고 말했다. 오 대표는 “아이들이 변화가 없다고는 말씀 드릴 수 없죠. 눈에 확 띄지 않아도 아이들에게 조금씩 변화가 있는 건 분명한 사실이에요. 아이들은 내 편이 생긴다는,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는 것만으로도 조금씩 달라지더라고요”라며 자신이 만난 아이들을 이야기 했다.

약 3달간 진행되는 멘토링이 끝났다고 해서 멘토와 멘티의 관계도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멘토들은 멘티들과 꾸준히 연락을 하며 언제나 그들의 조력자가 된다. “사람 관계라는게 한번 인연을 맺었는데 무 자르듯이 잘라지는 것이 아니잖아요. 일년 반 전에 멘토링을 통해 만난 한 친구는 아직도 저와 연락을 하면서 인연을 계속 이어가고 있어요. 자주는 아니지만 크리스마스나 방학, 아니면 제 도움이 필요할 때 언제든 연락을 하죠” 오 대표는 아이들에게 여전히 그 자리에 있는 든든한 조력자 였다. 오 대표 뿐만이 아니다. 파란바람에서 활동하는 멘토들 모두 멘토링이 끝난 이후에도 학생들과의 관계를 지속해 나가며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진심어린 마음으로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었다.

멘티가 멘토로 참여하기도

파란바람 소속 멘토가 되기 위해서는 별다른 조건이 필요하지 않다. 때문에 리쿠르팅 지원서 역시 매우 단순하다. 현재 다니고 있는 소속 대학교, 전공은 물론 사진도 필요 없다. 이름, 생년월일, 사는 곳(서울의 경우 ‘구’까지), 연락처만 작성하면 된다. 지원서를 내면 기존의 소속 멘토들과 얼굴을 보고 인사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 지원자들과 파란바람이 지향하는 방향이 같으면 함께 할 수 있다.

과거에 멘티였던 학생들이 스무살이 넘어 멘토로 파란바람을 다시 찾는 경우도 있다. 과거에 자신이 받았던 정서적 지지를 현재 필요한 학생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것이다.

오 대표는 “진정성과 책임감을 가장 많이 봐요. 저희가 아이들에게 공부를 가르쳐 주거나 과외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전공이나 학벌 이런 것도 관계없고요. 아이들과 만나 진정성 있게 이 아이들의 편이 돼 주고, 또 멘토링을 시작한 이상 책임감을 가지고 활동에 임할 수 있는 분이면 누구든 상관없어요”라며 “파란바람은 이십대 이상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단체”라고 말했다.

이들은 오직 내 자신만을 위한 삶이 아닌 다른 사람들도 돌아보며 사람 대 사람으로 알아가는 따뜻한 세상을 꿈꾸고 있다. “저도 지금까지 자라면서 많은 사람의 도움을 받았을 거예요. 그것을 사회에 돌려주고 싶어서 여기 함께 하는 것이고요. 아이들은 나라의 미래라고 하잖아요. 반드시 파란바람을 통해서가 아니라 청년들이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통해 세상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불쌍해서 아이들과 함께 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이 나라의 미래인 아이들이 성장해 어른이 됐을 때 아름답고 행복한 향기를 폴폴 풍기길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지금의 멘티들이 어른이 되면 어린시절 자신과 닮은 아이들을 보며 이야기 할 것이다. “너와 똑같았던 나의 어린시절,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았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형제가 있었다고… 그들로 인해 나는 두려움 없이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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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미리 기자·사진/ 파란바람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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