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은 비장애인에 비해 환경이 열악하기 때문에 경제활동에 투입되기가 어렵다. 이에 정부는 각종 정책을 실현함으로써 장애인이 경제활동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최근 밝혀진 조사에 따르면 민간기업, 특히 대기업에서는 이러한 노력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비장애인에 비해 일을 못할 것이라는 ‘편견’이 장애인 미고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대기업의 장애인 의무 고용률 준수가 시급한 때이다.

국내 30대 기업 중 의무고용률 준수 기업은 단 두 곳

최근 발표된 장하나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실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30대 재벌기업이 정부가 규정한 장애인의무고용률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1990년부터 장애인의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장애인의무고용제도를 실시해 2015년 현재 정부·공공기관은 3%, 민간기업은 2.7%의 의무고용률이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2014년 말 기준으로 장애인의 의무고용률은 2.54%에 그치고 있으며, 이중 민간기업의 경우 2.45%에 불과한 상황이다.

특히 국내 30대 기업의 경우 장애인고용률은 1.93%에 그쳐 평균보다 훨씬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2010년부터 중증장애인 2배수 산정제도(더블카운트)가 실시되고 있어 2013년 기준으로 더블카운트 미적용시 실제 고용률은 1.64%(더블카운트 적용 시 1.9%)에 불과하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이날 기자회견을 진행한 삼성의 경우 의무고용인원은 7190명이지만 실제고용인원은 5032명으로 1.89%의 고용률을 보여 30대 기업 중 가장 낮은 장애인의무고용률을 보였다. 30대 기업 중 대우조선해양(4.67%), 현대중공업(3.00%)만이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지킨 것으로 나타났다.

장애연대 “우리는 ‘큰 나눔 작은 사랑’을 원한다!”

장애인 고용을 하느니 차라리 돈을 내겠다는 재벌기업의 이기심에 장애연대는 절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30대재벌기업장애인의무고용준수를위한공동행동(이하 공동행동)은 7월 9일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서 의무고용 준수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공동행동 측은 “우리는 25년간 참아왔고, 더 이상 참고 기다릴 수 없다”며 투쟁을 불사했다.

최용기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회장은 “우리나라 30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 의무를 지키지 않고 부담금으로 때우고 있다”며 분노했다. 또한 “특히 삼성은 세계적인 기업임에도 30대 기업 중 가장 낮은 고용률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삼성이 일회성 자선적 행사만 할 뿐”이라며 “돈으로 장애인을 기만하지 말고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앞장서 달라”고 주장했다.

김지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권지원팀장은 “시각장애인 안내견을 지원한다는 따뜻한 광고 속 삼성의 모습처럼 장애인이 편견 없이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며 “삼성을 시작으로 앞으로도 모든 기업들이 이러한 편견을 버리고 장애인의무고용률을 준수할 수 있도록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대환 삼성노동인권지킴이 사무국장은 삼성이 한국 대표기업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기 위해서는 법적·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사무국장은 “삼성이라는 국내 최고의 대기업인만큼 법적·사회적 책임이 더 커져야 한다. 그러나 삼성은 장애인의무고용이라는 사회적 책임을 벌금이라는 수단으로 회피하고 있다”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의무를 저버린다면 더 이상 삼성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들이 뼈 빠지게 투쟁해 지난 1990년 장애인고용촉진법을 만들었지만 법이 만들어진지 25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이 많다”고 꼬집었다. 또한 “지난 25년간 장애인의무고용이 안 지켜진 것은 정부와 사회의 관심이 부족하기 때문이다”라며 “이제는 우리가 나서 이를 알리고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재벌기업이 장애인 고용의무를 다해 장애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의 경우 ‘작은 나눔 큰 사랑’이라는 기업이미지를 만드는데, 우리는 ‘큰 나눔 작은 사랑’을 원한다”며 재계 1위 삼성의 의무고용 이행을 촉구했다.

공동연대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이재용 삼성그룹 부사장과의 면담을 위한 면담요청서를 전달하려했지만 삼성 측에서는 이에 응하지 않았다. 약 한 시간여의 대치 속에서도 굳게 닫힌 삼성의 문은 열리지 않았고, 공동연대 측은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한편 공동연대는 삼성을 시작으로 30대 재벌기업 순회 기자회견을 진행해 기업의 장애인의무고용률 이행을 촉구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알려나가겠다고 밝혔다.

글·사진/ 차은희 기자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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