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사랑하는 나의 가족이 있는 곳. 내가 잠을 자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 집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안식처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자신의 몸 하나 뉘일 곳 없이 떠도는 사람들, 집이 너무나 오래돼서 도저히 안락한 휴식을 취할 수 없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를 위해 이들이 나섰다. ‘대학 봉사’라는 이름 아래 하나로 뭉친 연세대학교 건축봉사동아리 ‘세움’을 만나봤다.

해비타트? 그게 뭔데?
연세대학교 중앙동아리 소속의 ‘세움’은 건축봉사동아리다. 또한 그들은 NGO 단체인 ‘해비타트’ 소속이기도 하다.
해비타트 동아리(CCYP, Campus Chapter Youth Program)란 상상력이 넘치고 활력이 가득한 젊은이들이 모여 무주택 서민의 주거 문제와 해결에 박차를 가하고자 만들어졌다.
해비타트 동아리는 세 가지 주요기능을 담당하는 학생자치조직이다. 일단 해비타트 지회, 입주자, 자원봉사자들과 협력해 집짓기나 집 고치기를 하고, 학내와 지역사회에 안락한 주거 공급의 필요성과 해비타트 운동을 홍보한다. 마지막으로 해비타트 사역을 위해 기금을 모금한다. 해비타트 동아리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믿음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같은 목적을 가진 다른 단체들과 협력하는 법을 알아간다. 건축에 참가해 땀 흘려 본 참가자들은 안락하고 저렴한 주택건설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자각하게 되고, 사회를 더 깊이 섬길 수 있는 길을 찾게 돼 소외계층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수 있다. 
그 속에서 세움은 연세대학교 중앙동아리이자 해비타트의 소속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나가고 있다.
세움은 건축팀, 모금팀, 교육팀, 홍보팀 4개의 팀으로 구성된다. 건축팀은 현장에서의 사전 준비와 지휘·감독을 하고, 모금팀은 2학기에 시행하는 ‘희망세움페스티벌’을 진행한다. ‘희망세움페스티벌’은 연세대 앞 백양로에서 모금활동을 위해 못 박기 게임과 따뜻한 차를 제조해서 판매하는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는 것으로 모금팀에서 전체적인 것을 기획해 봉사활동에 필요한 모금을 진행한다. 교육팀은 신입부원과 외부인에게 해비타트와 건축봉사활동에 대한 교육활동을 진행하며, 홍보팀은 매학기 동아리 박람회나 축제 때 동아리를 홍보하기 위한 각종 활동을 기획한다. 네 개의 팀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세움의 봉사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땀과 함께하는 상쾌한 봉사
해비타트는 지역마다 지부가 있다. 지부에서 부지 매입과 장비 구입을 해두면 전국에 퍼져있는 해비타트 모임에서 자신들이 희망하는 날에 신청해 봉사를 할 수 있다. “직장인이나 대학생뿐만 아니라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동아리도 많이 있어요. 전국에 퍼져있는 셈이죠.”
집을 새롭게 짓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그들은 ‘집 고치기’가 훨씬 마음에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집을 짓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장기간에 걸쳐 이루는 반면, 집 고치기는 저희가 처음부터 끝까지 총괄해서 해요. 집을 수리하기 전의 모습과 후의 모습을 보면서 뿌듯한 것도 있고, 가장 좋은 것은 집을 고치고 난 뒤 기뻐하는 수혜자분들의 모습이에요” 서보아 씨는 아직도 잊지 못하는 할머니 한 분이 계시다며 이야기를 띄웠다. “한번은 독거노인의 집을 고쳤는데, 어르신께서 저희가 자식 같으시다며 굉장히 고마워하셨어요. 봉사를 마치고 집에 갈 때에는 저희의 손을 잡고 눈물을 글썽이시는데, 그 때 저도 마음이 뭉클하면서 ‘이 일을 하길 잘 했다’라고 생각했어요.”
한때는 건축학도를 꿈꾸며 조형예술에 관심이 있었던 보아 씨는 우연히 ‘오프라 윈프리 쇼’에서 유명인사들이 봉사를 강조하는 것을 보고, 봉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건축 관련 서적을 보며 일찍이 해비타트를 알고 있던 보아 씨는 연세대 입학 후 해비타트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기쁜 마음으로 동아리방의 문을 두드렸다.
보아 씨와 같이 봉사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이 있었던 반면  송영훈 씨는 조금 다르다. 그는 학창시절부터 저소득가정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멘토링을 하는 등 봉사에 관심이 있었다. “고등학교 때 ‘U&I’라는 멘토링 봉사모임을 만든 적이 있어요. 대학 입학 후에는 ‘해피투게더’라는 삼성동아일보의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우리가 받은 도움을 사회에 환원하자는 의미로 아이들 멘토링을 했었구요. 이렇게 근 6-7년간 멘토링 봉사를 하면서 ‘몸으로 하는 봉사’에 대한 갈증이 존재했어요. 그러던 중 세움을 알게 됐고, 처음 봉사를 나간 날, 활동이 끝나고 작업복을 벗어 땀을 식히는데 ‘아, 이게 내가 원하던 봉사구나’라는 생각이 바로 들었죠” 어린 시절부터 습관처럼 봉사를 다녔다는 영훈 씨에게 해비타트는 딱 맞는 맞춤옷과 같았다.

열정, 그것만 있으면 충분!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되면 보다 많은 신입부원을 모으기 위해 모든 동아리가 분주하다. 건축봉사동아리라는 매력적인 조건을 갖춘 세움도 많은 신입부원들이 들어온다. 하지만 세움의 신입부원들은 일반 신입부원들과 조금 다르다. 그 해의 신입생인 1학년보다 이미 재학 중인, 심지어 고학번들도 많이 들어온다. 회장을 맡고 있는 신영주 씨 역시 10학번이다. “보통 1학년은 신나는 친목동아리에 관심이 많은데, 저희도 물론 재미있게 지내긴 하지만 어쨌든 ‘봉사’ 동아리기 때문에 신입생보다는 재학생이 많이 가입해요. 저희 동아리의 매력 중 하나는 ‘부담 없이 봉사를 지속할 수 있는 것’이라서 재학생들이 더 좋아하는 것도 있구요” 부담 없이 지속할 수 있는 봉사활동. 그야말로 봉사에 목마른 학생들의 구미가 당기는 일이다.
세움에 들어오기 위해서 건축 전공을 하야 하느냐? 대답은 “NO!”다. 회장인 영주 씨는 물리학과고, 보아 씨는 의류환경학과, 영훈 씨는 컴퓨터과학과다. “집 짓는 일에서 전문적인 부분은 지부에서 다 해주세요. 저희가 할 일은 벽을 쌓고, 마감재를 바르고, 거푸집 만드는 등 단순작업 뿐이죠. 특별히 관련 전공자여도 의미가 없어요” 그렇다면 세움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열정’이다.
“이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참여할지를 제일 많이 봐요. 저희 활동은 일정 수 이상이 모여야지만 할 수 있는데, 가입만 하고 봉사활동은 안 한다거나, 한다고 약속했다가 갑자기 취소하는 일이 생기면 나머지 전부가 못 갈수 있거든요. 그런 일을 막기 위해서 우리의 봉사에 열정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많이 보는 거죠.”
회장인 영주 씨는 가끔 속상한 일이 생긴다고 했다. “잘 참여할 사람이라고 생각해서 뽑았는데 생각보다 참여율이 저조하면 ‘우리가 사람을 잘못 뽑았구나’라는 자책을 하기도 해요. 그리고 한번은 참여율이 저조해서 봉사를 취소할 때가 있었는데, 그 때에도 많이 슬펐어요. 다들 잘 참여해줬으면 좋겠는데.. 그건 제 맘대로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회장으로서 겪어야 하는 고충들에 가끔 힘들기도 하지만 영주 씨는 그 누구보다 세움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걸 알아서인지 보아 씨와 영훈 씨 모두 “우리가 회장은 잘 뽑았다”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남을 위해 하는 봉사, 나를 위해 하는 봉사
세움의 대표로 이야기를 나눈 세 사람에게 ‘봉사’는 어떤 의미일까? 봉사에 관심이 없던 사람, 봉사가 일상이었던 사람, 부모님을 따라 봉사를 다니던 사람. 제각기 다른 시선으로 봉사를 대하던 세 사람. 보아 씨는 “내 삶의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봉사하는 거, 좋죠. 하지만 먹고 살기도 바쁜 지금 시대에서 그건 힘들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제가 대학에 들어와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은 책을 읽고, 좋은 활동을 하면서 결국 이 모든 것이 좋은 봉사활동을 해서 내가 좀 더 좋은 삶을 살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아요”라며 결국 자신의 모든 행동이 봉사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셋 중 봉사활동에 대해 가장 많은 생각을 하고 있던 영훈 씨는 “결국 나 좋자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봉사활동이 남을 위해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제가 원하는 활동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해요. 그러면서 저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었죠. 굉장히 이기적이지 않나요?”
영주 씨는 좀 더 담담히 말했다. “봉사는 나중에도 하고 싶어요. 제가 취직을 하면 지금만큼 열심히 할 수는 없겠죠? 그래도 저는 봉사활동을 하려고 노력할거 같아요” 영주 씨의 말에 두 사람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각자에게 봉사가 다른 의미지만 결국 그들에게 봉사란 ‘졸업하고, 취직하고, 나이가 들어도 계속 하는 것’에서 공통적이었다.
집을 세우면서 사랑을 세우고, 자신의 모습까지 세우는 세움의 학생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할 것이라는 학생들을 보니 개인적·이기적이라는 소리를 듣는 이 시대 대학생에 대한 편견이 한 꺼풀 벗겨지는 순간이었다.

글/ 차은희 기자
사진/ 세움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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