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보조인 24시간 서비스 제공 문제로 장애계와 정부의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고 있다. 활동보조인 24시간 서비스 제공은 중증장애인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당연한 권리라고 주장하는 장애계와 예산 부족으로 실현 불가능하다며 선을 긋고 있는 정부. 이에 7월 10일 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등 장애계가 모여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서 지자체의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를 규제하는 복지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제 2의 오지석 사건 일어나지 않아야
지난해 6월, 안타까운 청년이 목숨을 잃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32살이었던 오지석 씨는 근육장애인으로 24시간 호흡기를 달고 있었다. 어머니와 서울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어렵게 생활하던 오 씨는 24시간 활동지원제도가 필요했지만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는 이유로 정부와 지자체를 합쳐 한 달에 총 278시간의 활동지원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던 작년 4월 16일. 장애인의 날을 앞두고 각종 장애인 행사에 참여한 오 씨는 활동보조인이 퇴근하고,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는 찰나의 순간에 인공호흡기에 이상이 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된다. 한참을 병마와 싸우던 오 씨는 결국 6월 1일 숨을 거둔다.
장애계는 “오 씨의 죽음은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인이 지원되지 않아서 생긴 비극”이라며 참담함을 감추지 못했고, 정부에 24시간 활동보조인 지원을 꾸준히 요구했다. 이에 지난 해 11월 국회에 이른바 ‘오지석법’이 발의됐다. 김용익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의 대표발의로 추진된 해당 개정안은 장애등급 제한 없이 24시간 활동지원을 보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발의만 이루어졌을 뿐 2015년 8월 현재까지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중이다.
정부는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인을 붙여준다면 연간 한 명당 1억원의 예산이 필요한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행법 상 국가에서 실시하는 장애인 활동지원 시간은 13시간이며, 수급 대상은 1~3급 장애인으로 한정돼있다.

자체예산으로 지원하는 지자체, 막는 정부
현재 서울·인천·광주 등 6개 광역자치단체와 서울 성동구 등 27개 기초자치단체는 자체예산을 이용해 등급제한 없이 24시간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하지만 지난 1월 26일부터 3월 13일까지 실시한 지자체의 복지사업 재정지원 실태에 대한 결과를 발표한 감사원은 “지자체가 복지부와 사전 협의하지 않은 ‘과도한 복지’를 제공한다”고 밝히며 지자체의 장애인활동지원과 기초연금 유사수당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최중증 장애인 활동보조 24시간 지원사업에 대해 “복지부 제공 시간인 하루 13시간 외로 추가지원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발표했다.
사실상 지자체가 자체 예산으로 지원하는 장애인 복지 서비스에 정부가 규제를 가한 것이다.
이에 기자회견에 나선 광주에 사는 장익선 씨(지체 1급)는 “24시간 지원을 받기 전 활동보조 시간이 한 달에 120시간 밖에 안됐을 때는 가족들은 나로 인해 지옥과 같은 삶을 살았었다. 나로 인해 가족들은 일을 하지 못한 것은 물론, 바깥 생활조차 못했다”며 24시간 지원은 오직 장애인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가족 모두에게 필요한 점을 강조했다. 이어 장 씨는 “지자체의 24시간 지원을 받은 후 가족들도 편안해지고, 나 또한 친구들도 만나고, 사회활동을 하는 등 심적으로 편안함을 느꼈다”며 “이러한 24시간 지원이 감사원의 지적으로 축소·철폐될 위험에 있다는 이야기가 들리자 우리 장애인들은 하루하루 불안함 속에 살아가고 있다”고 호소했다.
지미희 중구길벗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정부가 복지비를 줄이면서 중증장애인의 생존이 달린 활동보조서비스제도의 취지를 훼손하고, 24시간을 지원하는 지자체의 복지정책을 질책해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정부의 태도를 질책했다.
한편 주최 측은 기자회견이 끝나고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24시간 규제 철회와 정부 차원의 24시간 보장을 촉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청원서를 청와대 민원실에 제출하려했으나 경찰 측의 저지로 약 두 시간여 동안 대치한 후 해산했다.

 글/ 차은희 기자
사진/ 이유정 기자

차은희 기자  cidmsl@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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