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부터 전업주부와 워킹맘과의 갈등은 있어왔다. 게다가 최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을 두고 그 갈등의 골이 더 깊어졌다. 전업주부의 자녀는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을 제한한다는 정부의 정책을 두고 전업주부들과 여성단체들이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맞춤형 보육정책, 해답은 무엇인가?

전업주부, 어린이집 종일반 못 보낸다

지난 9월 보건복지부는 내년 7월부터 0~2세 영아의 종일반(12시간)이용을 제한하고 맞춤반(6~8시간)만 이용하게 한다고 보도했다. 맞벌이 자녀의 보육료 지원금은 올라가는 반면 전업주부는 어린이집 하루 이용 제한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다. 전업주부가 종일반을 이용해야 하는 경우 구직중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제출하거나 가정양육이 불가능한 사유를 증명해야 한다. 대신 어린이집을 보내지 않고 가정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에게는 아이 양육 수당을 10~20만원 가량 올려주는 방향으로 해 가정 보육을 유도할 예정이다.

현재까지 0~2세 아동은 하루 최대 12시간 종일반 어린이집 무상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한쪽에서는 “직장생활을 하지 않는 가정의 자녀들까지 무상으로 돌봐준다는 것은 무상 보육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여성단체들은 “정부의 맞춤형 보육 정책은 전업주부와 워킹맘 사이의 갈등만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으로 여성 노동자의 상당수가 비정규직인 상황에서 현재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서류로 증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는 것이다.

전업주부VS워킹맘, 양론의 입장

전업주부 김가영 씨(33, 가명)는 정부의 이런 정책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외적으로는 아이를 양육하고 집에서만 놀고 있다고 보여질지 모르지만, 실질적으로는 홀시어머니 병간호에 잠시도 틈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제가 온전히 아이만을 위해 시간을 보낼 수 있으면 당연히 찬성하겠죠. 그런데 전업주부라고 해서 노는 것이 아니에요. 특히 저 같은 경우에는 혼자 계시는 시어머니 병간호 때문에 늘 병원과 집을 들락거려요. 그런데 정부에서는 그 상황을 명백하게 증명을 하라고 하네요. 이건 좀 사생활 침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영 씨 뿐만 아니다. 박주진 씨(29, 가명) 역시 같은 입장이다. “저는 일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정부에서 말하는 일하는 엄마는 아니에요. 왜냐하면 저는 비정규직이거든요. 제가 버는 돈이 큰 돈은 아니지만 가계 살림에 보탬이 되고 있었는데 이제 아이의 종일반 이용이 제한되면 ‘일을 그만 둬야 하는지’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어요.”

워킹맘, 즉 일하는 엄마들의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다. 유진주 씨(29, 가명)는 아이를 양육하면서 현재까지 꾸준히 일을하고 있다. 진주 씨는 “전업주부들이 좋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종일반을 등록 해 놓고 자신이 필요한 시간에 아이를 데려가는 경우가 많다. 그러면 정작 아이를 맡길곳이 없는 워킹맘들은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못하는 곤란이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또 “아이는 늘 엄마를 기다리는데 아이를 종일반에 맡긴 전업주부 엄마가 먼저 자신의 아이를 데려가면 남은 아이들은 엄마가 오려면 한참 멀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기다리게 된다. 6시에 아이를 데리러 가니 이미 전업주부들의 아이들은 다 데려가고 우리아이를 포함해 4명만이 남아 있었다. 그때 엄마를 기다리며 남아있는 아이들의 마음도 헤아려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업주부들 역시 진주 씨처럼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 제한에 찬성하는 의견을 보내기도 했다. 김진영 씨(28, 가명)는 몇 달 전 까지 일을 하다가 그만두고 지금은 아이 양육과 집안일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진영 씨는 “매일매일 치열하게 살았던 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니 오히려 지금이 더 살만하다”고 했다. 이어 전업주부들이 할 일 없이 아이를 종일반에 등록 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저는 직장생활을 너무 치열하게 하다 보니 오히려 지금이 좋아요. 제가 전업주부를 선택했다는 것은 아이를 잘 양육하고 집안 살림을 잘 꾸려가겠다는 뜻이예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전업주부가 굳이 아이를 종일반에 등록할 이유가 없어요. 하루 6~8시간의 교육으로 아이는 충분히 사회성을 기를 수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진영 씨처럼 현재 전업주부인 사람들 중에서도 전업주부 자녀 어린이집 종일반 제한에 대해 찬성하는 의견도 적지않다. 전업주부로서의 역할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 61.9%, ‘찬성’

정부의 발표 이후 현재까지 인터넷 상에서는 전업주부 자녀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 제한에 대한 찬반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며 각자의 입장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타인의 의견에 동의하기도 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서는 전업주부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 제한에 대한 찬반 여론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이용 제한에 찬성하는 의견이 61.9%, 반대하는 의견이 24.7%, 잘 모르겠다는 의견이 13.4%로 나타났다. 찬성의견이 반대의견보다 약 2.5배 많게 나타난 것이다.

정부는 이번 맞춤형 보육정책을 통해 보육예산을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고수하고 있다. 이렇게 절감한 보육 예산으로 보육교사들의 처우개선 등 어린이집 질 개선에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문제가 되는 이 상황은 처음 보육료 책정을 12시간을 기준으로 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예를 들어 전업주부 자녀가 어린이집을 7시간 이용해 현재 12시간 기준인 정부 지원금을 삭감하게 될 경우 많은 어린이집들이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어린이집에서 전업주부들의 0~2세 자녀 보육에 대해 기피하는 현상이 일어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졸지에 맘충(mom蟲)이 된 전업주부

전업주부 자녀 어린이집 종일반 이용 제한에 반발하는 전업주부들이 제 목소리를 내자 온라인에서는 이들을 ‘맘충’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맘충이란 엄마라는 뜻의 맘(mom)에 벌레 충(蟲)을 붙여 만든 단어로 이전에는 개념 없는 일부 엄마들을 비꼬는 단어로 사용됐지만, 최근에는 전업주부 모두를 일컫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미취업 상태인 전업주부들이 ‘남편이 힘들게 일해서 벌어오는 돈으로 카페나 백화점을 다니며 시간을 보내고 아이를 데리고 다니면서 민폐를 끼친다’거나 ‘전업주부는 집에서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당연한데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겨놓고 놀러 다니며 국가 예산을 갉아 먹는다’고 비난하는 것이다.

불과 얼마 전 까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출산율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던 정부는 전업맘과 워킹맘으로 엄마들을 갈라놓았다. “전업주부가 종일제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겨 보육할 이유가 없다”는 것. 비난이 쇄도하자 복지부는 이내 해명자료를 발표했다. 모든 아이에게 종일반 보육료를 지원하다 보니 보육현장에서는 이용 시간이 짧은 아이를 선호해 장시간 보육이 필요한 부모들의 자녀는 소홀히 하는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아이를 위한 보육정책 시행해야….

앞서 언급했듯 정부의 이번 정책에 동의하는 전업주부들도 많다. 아이들의 어린이집 평균 이용시간은 7시간 39분이고, 워킹맘의 자녀의 경우 8시간 13분, 취업 상태가 아닌 전업주부의 자녀의 경우 6시간 42분이다. 현재 기준이 12시간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평균은 그와 약간 차이가 있다. 이런 현실을 볼 때 시간 조정 등의 방법을 통해 보육예산을 절감하는 것은 좋은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이번 정책으로 절감된 보육 예산은 당초 계획했듯 보육교사들의 질 향상 등을 위해 사용해 근본적인 보육의 질을 높이는데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논점이 흐려져서는 안 된다. 여전히 세상의 모든 어머니들은 위대하며, 사회 역시 이 위대한 어머니들을 귀하게 여겨야 한다. 그리고 보육정책이 아이들에게 직접 해당되는 만큼 어떤 쪽의 어른들보다 아이들을 위한 정책이어야 한다.

자료/ 보건복지부, 리얼미터 외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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