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고생해서 대학을 가는 이유는 하나다. 좋은 기업에 취직하기 위해서. 최악의 취업난이지만 좋은 대학을 나오면 비교적 좋은 기업에 취직할 기회가 많다. 하지만 이것은 비장애인에 국한 된 이야기. 장애대학생은 좋은 대학을 나옴에도 불구하고 취업의 문을 열지 못하고 씁쓸히 돌아서는 경우가 많다. 장애인의 고등 교육을 장려하지만 궁극적인 목표인 취업까지 이어지지 못하는 현재의 장애대학생 지원 현황을 알아보자.

장애인 고등교육 수 점차 늘어

세계적으로도 장애인 고등교육의 중요성은 점차 강조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역시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와 관계없이 고등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요구와 필요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2008년 5월에 발표한 ‘장애인의 권리에 관한 협약’ 제24조(교육)의 규정에 따르면 “장애인은 일반 교육제도에서 배제돼서는 안 되며, 다른 사람과 동등하게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고, 국가는 장애인의 학업과 사회성 발달을 위해 완전한 통합이라는 목표에 합치되는 효과적이고 개별화된 교육을 제공해야한다”고 명시돼있다.

이와 같은 세계적인 흐름에 따른 정부의 방침에 장애대학생의 수는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정기국회에 제출되는 특수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고등학교 과정 졸업생 6991명 중 1110명이 대학에 진학해 15.9%의 진학률을 보였으며 373개 대학에서 7837명의 장애 학생이 재학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장애인의 고등교육의 수는 날로 증가하고 있어 이들을 지원할 제도적 뒷받침이 요구된다. 장애대학생에게 적절한 지원이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비장애인 학생보다 상대적으로 학업상의 어려움에 처하기 쉽기 때문이다. 헌법 제31조 제1항을 보면 “모든 국민은 능력에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돼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4조’에는 “교육책임자는 교육기관에 재학 중인 장애인의 교육활동에 불이익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나와있어 장애대학생 지원에 대한 국가적·대학본부적 지원이 필수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역할 제대로 하는가?

현재 국내 대학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에 따라 대학의 장은 장애학생의 교육 및 생활에 관한 지원을 총괄·담당하는 장애학생지원센터를 설치·운영하여야 하며(제30조 제1항), 장애학생지원센터는 장애학생을 위한 각종 지원, 제31조에서 정하는 편의제공(학습보조기기 또는 보조공학기기 등의 물적 지원, 교육보조인력 배치 등의 인적 자원, 취학편의 지원, 정보접근 지원), 교직원·보조 인력 등에 대한 교육, 장애학생 교육복지의 실태조사, 그 밖에 대학의 장이 부의하는 사항에 대한 업무를 담당해야한다.(제30조 제2항)

2012년 국립특수교육원에서 발표한 ‘대학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 매뉴얼’에 따르면 고등교육 현장에서의 장애학생 지원 범위를 [표1]과 같이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같은 사항이 각 대학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는지에 대한 평가는 비판적인 것이 사실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발간한 ‘대학 장애학생 교육권 실태 및 개선방안연구’에서 분석된 심층인터뷰 결과는 이러한 지원제도의 문제점을 아래와 같이 지적했다.

·장애학생 지원체계 특별지원위원회는 제구실을 못하는 이름뿐이며, 장애 이해 관련제도는 거의 실시하지 않고 있다. 장애학생지원센터 운영은 전문성을 살리지 못하고 있으며, 장애학생 지원 도우미는 사전 교육 없이 배치된다.

·입학 시 지원 특별전형 관련 지원 대학 정보의 부재와 공정한 경쟁을 어렵게 하는 수험편의 지원, 입학 지원에서의 차별 행위, 합격생에 대한 대학생활 안내 부족하다.

·교수-학습 지원 학교차원의 교수-학습 지원 대책이 미비하다. 교수-학습 지원에 관한 교수들의 무관심, 보조공학 지원과 교수-학습 지원 인력 제공 미비, 문자통역이나 수화통역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청각장애학생들, 교재 없이 공부하는 시각장애학생들, 기회까지 박탈하는 장애학생 강의평가문제가 심각하다.

·학교생활 지원 캠퍼스 내 이동·접근에 대한 지원이 부족하고, 기숙사 생활 편의 지원이 30%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진로·취업 지원 실질적인 도움 없이 단순 상담만이 존재한다.

비전문인·계약직 고용…센터의 질 떨어트려

지난 4월 17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장애대학생들이 모여 대학 내 실제 차별사례를 모은 집단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이들은 장애대학생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장애학생지원센터에서 전문성이 없는 사람이 센터장을 역임하고, 계약직 비전공자를 고용해 장애학생지원을 위한 전문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담당자를 계약직으로 고용해 해당인과의 계약 기간이 끝나면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 일관적이고 지속적인 지원이 어렵고, 학생들이 매번 새로운 사람과 만남으로 혼란을 겪고 있는 점이 큰 문제다.

박준범 한국시각장애대학생회 회장은 “‘교육은 동등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대학 당국이 지키고 있지 않다”며 “적어도 교육에서만큼은 차별이 없어야 하지만 장애학생에게 현실은 너무나 차갑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우리가 오늘과 같은 요구를 하는 것은 단지 ‘편해지기 위해서’가 아니라 ‘차별 없이 다니기 위함’임을 알아달라”고 주장했다.

외국, 장애인 고등교육의 질 관리에 힘써

세계적으로 사회적 변화에 따라 고등교육체제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공통적으로 장애인 대상의 고등교육의 질 관리, 직업교육, 재정 지원을 강조해 우리나라 장애인 고등교육 정책과 발전 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 적극적으로 고려돼야한다.

영국의 경우 1996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라 장애학생들에게 학습 장소에 대한 편의를 가질 것을 요구하고 있다. 영국의 많은 고용 정책이나 프로그램 계획들은 취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미국은 1990년대 이래로 장애인 고등교육기관의 수가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변화에 따라 재활법과 미국 장애인법과 같은 법적 장치를 통해 장애인의 고등교육 접근권의 확보를 위해 노력한다. 취업을 위해 따로 제정된 법규는 없으나 재활법 204조와 미국장애인법을 근거로 해 장애대학생의 동등한 고용기회 보장, 직접적 차별행위 근절, 실질적 직업생활 참여를 가능케 하는 합리적 조정을 포함한 적극적 조치 등을 통해 장애인의 직업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노력을 오랜 시간 강구해왔다.

이웃나라 일본은 2003년부터 특별지원교육 추진 체계 사업으로 장애학생들의 교육지원을 확대하고, 고등교육기관의 장애학생 수가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대학 등 고등교육기관의 지원 및 체제 정비를 통해 장애인 고등교육지원 강화했다. 특히 ‘장애인 기본법’을 기반으로 한 ‘장애인 기본계획’을 통해 장애인 고등교육의 지원 및 서비스 질 관리를 위해 노력했다.

핀란드의 경우 조금 독특한 점은 장애학생을 위한 지원이 장애인 지원법에 입각해 학생이 거주하는 자치구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또한 고등교육기관의 장애학생 지원이 전적으로 학생들이 소속된 교육기관의 자율성에 기반하고 있다.

장애대학생의 취업지원범위 확대돼야

대학에 재학 중인 장애학생들에 대한 진로지원은 정보 제공까지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장애학생지원센터가 독립기구로 있는 대학은 진로 교육까지 병행하고 있다. 독립기구가 없는 대학의 30%가 진로지원 자체를 하지 않고 있는 것과 차이를 보인다. 또한 장애학생의 취업기회를 넓히기 위해 관련기관(장애인고용공단 등)과의 협력관계를 갖고 있는 대학은 30%가 되지 않는다.

이에 대학 본부에서는 장애대학생의 취업 지원을 위해 센터 설립과 적절한 관리가 시급하다.

한국장애인총연합회는 장애대학생들의 보다 나은 대학생활과 취업을 위해 ▲장애학생 고등교육 실태조사에 머무는 한계를 넘어서고 ▲고등교육기관 졸업 장애인의 취업통계조사 실시하고 ▲진로·취업과 연계된 고등교육 실현하고 ▲장애대학생 특성을 고려한 취업지원 프로그램 개발하고 ▲경쟁고용에 초점을 둔 경험 기회를 제공하며 ▲각 대학은 장애학생의 진로와 취업 지원 영역 강화하고 ▲관련부처 간의 연계와 협업기능 개선할 것을 제시했다.

글/ 차은희 기자

자료/ 한국장애인총연합회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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