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난로와 빈틈없이 여민 옷깃, 향기로운 밥 냄새와 포근한 이불이 생각나는 계절 겨울.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겨울이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일 수 있다. 경희대학교 집수리봉사동아리 쿠키는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는 소외된 이웃들을 위해 집수리 봉사를 진행하고 있다. 따뜻한 청년들이 전하는 바삭바삭 고소~한 나눔 이야기. 쿠키를 만났다.

경희대의 해결사

경희대학교의 해결사·열쇠를 뜻하는 KHU-KEY (KUNG HEE UNIVERSITY-KEY, 이하 쿠키)는 재난위기가정을 찾아 집수리 봉사를 하는 봉사 단체로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이하 협회)에서 진행하는 집수리 활동에 함께 하면서 시작됐다. 올해로 3년째, 쿠키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많은 가정들에게 깨끗하고 안락한 집을 재탄생 시켜 선물하는 봉사를 하고 있다.

협회와 함께 하는 봉사활동이기 때문에 약 10곳의 타 대학교 학생들과 연합해 진행하고 있는 집수리 봉사는 한 달에 세 번 정도 진행된다. 두 번은 협회가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알려주고, 벽지와 장판과 같은 물질적 지원도 해준다. 나머지 한 번은 동아리 자체에서 하는 활동으로 수원시 권선구청 등에서 도움이 필요한 가정을 추천받아 진행한다. 이때 필요한 벽지와 장판 역시 협회의 후원으로 이뤄진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일 년 단위로 추천받은 20가구를 한 달에 한 번씩 방문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이때 협회에서 전통시장상품권을 제공받아 사용한다. 방문 약 2주 전 방문인사 전화를 하며 필요한 물건을 파악해 필요한 물건을 구매해 전달하기도 하고, 함께 시장으로 장을 보러 나가기도 한다. 경희대 쿠키 유미영 회장은 “보통 저희가 만나는 분들이 기초생활수급자이시거나 독거노인분들이 많으시니까 찾아가서 말동무도 해 드리고, 필요한 물건도 사서 무거운 물건은 날라 드리죠”라고 말했다.

“힘들어도 마음은 기뻐”

집수리는 하루에 한 가구만 진행한다. 말이 쉬워 도배와 장판 교체지, 이를 위해서는 집 안에 있는 물건을 다 밖으로 내 놓고 기존에 있던 벽지를 전부 뜯어내야 하기 때문에 결코 만만하게 볼 일이 아니다. 때문에 6:4로 남자의 비율이 더 많다. 유미영 회장은 “봉사 일정을 잡다보면 예상치 못하게 연속적으로 잡힐 때가 있어요. 한 번은 3일 연속 봉사를 나갔다가 몸살에 걸렸던 적이 있어요. 하루 봉사를 하고나면 봉사자들끼리 작은 친목도모자리가 마련되거든요. 그걸 삼일 연속으로 했더니 몸에 무리가 온 거죠”라며 “그래도 즐거워요. 행복하고요. 다른 사람을 돕는 것도 즐거운데 거기다 협회 봉사를 나가면 다른 학교 학생들과도 친해질 수 있고요”라고 말했다.

전경수 홍보부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전날까지 놀다가 다음날 아침 일찍 봉사를 가야한다고 생각하면 짜증도 나고 마냥 좋지만은 않죠. 가서 일해야 하니 힘도 들고요. 그런데 이것을 저도 모르게 계속 신청 하고 있어요. 그렇게 계속 하다 보니까 재미도 있고, 이제는 좀 즐기게 된 것 같아요. 말로는 잘 표현이 안 되는 어떤 마력(?)같은게 있는 것 같아요.”

인터뷰가 진행되기 직전인 지난 10월 3일. 개천절이자 토요일이었던 이날 역시 집수리 봉사가 있는 날 이었다. 지체장애인 아내와 네 아이, 그리고 할머니와 강아지 세 마리가 함께 사는 이 집에는 방이 3개였지만 창고처럼 사용되거나 강아지들의 배설물, 셀 수 없이 많은 바퀴벌레 등으로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과 할머니에게 위생적으로 좋지 못한 공간이었다. “도배를 하려면 기존에 붙어있던 낡은 벽지를 떼어내야 해요. 장판도 마찬가지고요. 그럼 바퀴벌레가 너무 많이 보이는 거예요. 일을 하고 있으면 어느새 팔에, 손등에 바퀴벌레가 올라와 있어요. 그런데도 저희가 작게나마 도움을 드릴 수 있으니까 너무 즐겁고 재미있을 수밖에 없어요.”

이렇게 모든 집이 서로 각기 다른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하나하나 다 기억하고 있다. “한 번은 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 이었는데 아들이 죽고, 할머니는 매일 술만 드시면서 사시는 거예요. 그러니 당연히 집이 그 기능을 할 수 없었죠. 관리가 전혀 안돼있었고, 저는 처음 봤을 때 창고인줄 알았으니까요. 거기다 집 자체도 너무나 오래된 흙집이다 보니까 자칫하면 무너지는 거예요. 그래서 그때는 시멘트 작업도 따로 하고 그러다 보니까 평소에는 오전 9시에 시작해서 대략 5~6시쯤에는 끝이 나는데 그날은 같은 시간에 시작해 오후 9시에 끝났어요. 12시간을 꼬박 한 거죠.”

이렇게 한 집 한 집이 모두의 기억에 자리 잡고 있다. 병원에 갈 버스비가 없어 병을 방치하는 가정, 텔레비전에서 나오는 고등어 한 마리 살 돈이 없어 망설이는 가정 등 방문했던 모든 가정이 안타깝고 가슴 아팠다.

진심으로 봉사에 임하는 청년들

쿠키를 포함한 협회에서 집수리 봉사를 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즐거워서 봉사에 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 않은 학생들은 한 번 봉사 현장을 경험하고는 활동을 포기하기도 하고, 학점에 필요한 봉사 시간을 이수하면 자연스레 나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봉사 시간과는 전혀 관계없이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대부분의 동아리원들은 개인당 500~700시간의 봉사시간을 가지고 있는 상태다. 필요한 시간은 이미 채웠다. 하지만 넘쳐도 사용할 곳 없는 봉사 시간은 이들에게 큰 의미 없는 ‘숫자’일 뿐이다. “대학교 3,4학년이 되면 아무래도 취업준비 등으로 바쁘잖아요. 그런데도 시간이 나면 꼭 나오려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저도 사실 지금 휴학중이예요. 그런데도 쿠키 회장 하면서 정말 특별한 일 없으면 항상 참여하고 있고요. 저 말고도 휴학한 친구들 중에 꾸준히 나오는 친구들 많아요. 그리고 남자들은 1,2학년 때 군대를 가잖아요. 군인들에게는 휴가가 얼마나 꿀 같고 소중해요. 그런데 휴가기간이랑 봉사날짜랑 맞으면 꼭 와서 하고 가는 친구들도 있어요. 한번 시작하면 8~9시간은 기본으로 걸리는데 거의 하루를 반납하는 거죠.”

청소년 때부터 계속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유미영 회장은 “모든 일을 대할 때 진심으로 한다”고 말했다. 중학교 때 봉사시간 채우기 위해 찾았던 영아원에서 천사 같은 아이들의 모습에 반해 꾸준히 봉사를 했다는 그녀. 지금도 방학을 하거나 시간이 나면 고향에 내려가 아이들을 찾는다. 모든 것이 마음에서 시작되는 나눔이다.

계속되는 취업난에 청년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하는 봉사 역시 ‘스펙을 위한 도구’로 보는 경우도 더러 있다.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봉사는 요즘 거의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하고 있는 것이어서 큰 스펙이 되지 않아요. 그냥 이 자체가 즐거워서 하는 거예요. 가서 다른 학교 학생들과 같이 무엇인가를 한다는 것도 즐겁고요. 조금 힘들지만 도배, 장판 교체하고 저희가 깔끔하게 바꿔드린 집에서 조금 더 아늑하게 생활하실 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벅차고요. 말로 설명을 잘 못하겠어요. 그냥 좋아요. 재미있고요.”

봉사활동을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돌발 상황이 생기거나 이해되지 않는 환경을 접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쪽은 번쩍이는 고층건물인 반면 또 한쪽은 한 끼니 조차 해결하기 어려운 쪽방촌이 위치해 있기도 하다. 우리가 생각하지 못한 곳에도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사는게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 쿠키는 자신들의 활동으로 세상이 변한다거나 어려운 사람들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커다란 꿈을 꾸는 것이 아니다. 작은 일이지만 꾸준히 전하는 마음으로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사실 그분들은 협회에서 나오건 학생들이 오건 그런 것은 크게 신경 안 쓰시거든요. 그냥 누군가 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도와주면 그 자체를 감사해 하시고 좋아하시는 거니까. 큰 도움은 아니더라도 저희의 활동이 소소하게나마 그분들의 마음을 만져드리는 그런 일이 됐으면 좋겠어요.”

건축학과 학생들이 아니다. 집을 짓거나 설계하는데 관심이 있어서도 아니다. 단지 마음을 나누며 조금 안락한 잠자리와 깨끗한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집수리봉사동아리 쿠키. 자신이 현재 위치에서 즐겁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 하는 것이 전부라 말하는 이들은 무엇보다 아름다운 방법으로 청춘을 뜨겁게 즐기고 있었다.

사진/ 희망브리지

박미리 기자  shmr28@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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