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오디션 전성시대다. TV를 틀면 수많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있지만 전부 젊은이들의 차지이고, 우리 어르신들이 나와 재주를 펼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볼 수가 없다. 하지만 여기, 어르신들만을 위한 오디션이 진행됐으니, 이름하야 ‘프린지 축제’와 ‘샤이니스타:Shine-E(elder)★’! 전국에 숨겨진 보물 같은 재주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신구세대가 함께하는 소통의 현장

10월 2일 노인의 날을 맞이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가 주관한 ‘2015 실버문화 페스티벌’이 남산골한옥마을에서 열렸다.

행사 시작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모인 다재다능한 어르신들이 남산골에 모여 서로의 장기를 뽐내거나 무대에서 선보일 장기를 연습하는 등 축제장 인근이 소란스러웠다. 한 쪽에서는 장구를 치고, 한 쪽에서는 춤을 추고, 한 쪽에서는 노래를 하는 등의 다양한 모습은 ‘왜 그동안 우리 어르신들을 위한 축제가 많지 않은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마저 일게 했다. 어르신들은 축제를 즐기는 것과 동시에 진지하게 준비하며 무대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 다짐했다.

실버문화페스티벌을 축하하기 위해 개회식에 참석한 김종덕 문화체육부장관은 “국민 100세 시대를 맞아 건강하고 행복한 노후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생활 속 문화 향유에 대한 관심과 참여가 어느 때보다 늘어나고 있는 현 시대에 어르신들의 도전에 큰 박수를 보낸다”고 전했다.

행사를 주관한 한국문화원연합회는 새로운 어르신문화를 발굴하고 확산시키기 위해 전국에 있는 끼 있는 어르신들을 발굴하는 ‘샤이니스타를 찾아라!’를 진행했다. 지난 9월부터 전국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본선 진출자를 선발했으며, 지역 오디션에는 약 140팀 1000여명이 넘는 사람들이 참가해 뜨거운 열기를 보이며 문화융성시대를 맞아 실버세대의 문화관심도가 높아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노인 전성시대, “내 나이가 어때서~”

바야흐로 노인 전성시대다. 의학기술의 발전으로 건강한 노후가 보장됨에 따라 즐거운 노년을 즐기기 위한 노력들이 시작된 지 오래다. 젊은 시절, 우리나라의 경제 성장을 이끌며 끊임없이 고된 노동을 해야 했던 노인들. 이제는 더 이상 아등바등 살지 않아도 되는 경제 상황과 나이가 들어도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건강한 몸을 기반으로 각종 여가생활을 즐기고 있다.

남산골한옥마을의 한 가운데 무대가 설치됐다. 색색깔의 한복을 입고, 곱게 화장을 한 그들은 여느 재주꾼 못지않은 포스(?)를 내뿜었다. 진지한 얼굴로 연습을 하는 팀이 있는가하면, 떡을 돌려먹으며 담소를 나누는 팀도 있었다.

전날 비가 와 쌀쌀한 기온과 어두운 구름이 가득했지만 이따금씩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에 모두들 대형천막 안으로 들어가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공연을 기다리며 혹은 남산골을 지나다가 ‘그냥’ 이 축제에 합류하게 된 사람들은 어르신들의 공연을 즐길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떡 한 번 잡솨봐!

무대 뒤 천우각에서는 손맛 경연대회가 있었다. 전 국민 공모전을 통해 선정된 지역 전통 떡들이 모여 ‘최고의 떡’을 뽑았다. 당귀떡케이크, 도토리떡, 익모초 쑥갠떡 등 대략 10여종류의 떡들이 경연에 나섰다. 심사가 끝난 뒤에는 관람객에게 나눠주며 현장투표도 함께 진행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 가면 어린 나의 손에 가래떡 하나씩을 쥐어주시던 할머니가 생각났다. 우리가 기억하는 그 떡은 그냥 떡이 아니라 추억이 더해진 떡이기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천우각광장에 삼삼오오 모여 먹던 떡은 그 시절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떡 경연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팀은 갈말읍 조성남 씨의 ‘익모초 쑥갠떡’이었다. 철원오대쌀을 이용한 익모초 쑥갠떡은 우리나라 떡의 3대 문화를 고루 갖춘 정을 나누는 떡, 재료배합이 합리적인 떡, 약이 되는 떡으로 부모님의 건강을 생각하며 만든 추억의 떡으로 현장 투표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

감출 수 없는 끼, 다 풀고 가세요!

어르신들이 만들어가는 축제 한마당인 ‘프린지 축제’와 전국의 끼 있는 어르신 발굴 오디션인 ‘샤이니스타:Shine-E(elder)★’는 페스티벌 최고의 관심사였다.

천우각 광장에서는 프린지 축제의 한마당이 펼쳐졌다. 제주도에서 온 ‘제라진 문화나눔봉사단’은 해녀들의 이야기를 담은 ‘물허벅춤’과 ‘해녀춤’을 선보여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민요와 한국무용은 물론이고, 우쿨렐레까지. 전통과 현재를 오가는 다양한 공연에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참가자들은 막상 공연이 시작되자 밝은 미소를 보이며 노래와 춤을 선보였다.

프린지 축제가 장기자랑의 느낌이었다면 샤이니스타는 그야말로 ‘전쟁’과 같았다.

단체무대밖에 없었던 프린지 축제와는 다르게 샤이니스타에서는 개인 무대도 있었다. 또한 무대의 종류도 더욱 다양했다. 실버악단, 합창단, 대중가요, 시 낭송 등 다채로운 무대가 펼쳐졌다. 한 여성 관람객은 하와이에서 2년 만에 귀국해 남산골한옥마을에 찾았다가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고국에 온 것도 기쁜데, 어르신들의 다양한 공연을 볼 수 있어 더욱 의미 깊다며 기뻐했다.

서구문화원의 서미자 할머니는 개막식에서 대표로 시 낭송을 선보이며 얼굴을 알렸다. 드디어 본선 무대! 서미자 할머니는 ‘해남에서 온 편지’를 낭송했다. 딸을 걱정하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보이는 시를 낭송하며 여성 관객들은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본선 무대가 다 끝나고 최우수상을 가리는 시간! 자리에 모인 수많은 어르신들의 기대감에 찬 눈빛이 심사위원에게 모였다. 모두가 탐냈던 그 영광의 자리엔 연극 ‘흥부네 박터졌네’를 공연한 보람할매연극단이 수상했다. 연극단원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했고, 다른 참가자들은 진심어린 박수를 보냈다. 보람할매연극단은 할머니들이 직접 흥부나 제비로 분장해 재미난 연극을 보여줬다. 아버지보다 풍채 좋은 자식들에 관람객들은 웃음보가 터지기도 했다.

끼 있는 어르신들을 찾습니다. 내년에도!

어르신들의 활기하고 즐거움으로 가득찬 노년생활을 위해 진행한 이번 축제는 내년에도 찾아올 예정이다. 올해 샤이니스타에서 고배를 맛본 수많은 참가자들은 내년에는 꼭 최우수상을 받겠다며 결의를 다지는 모습을 보였다.

“어르신들이여! 더 이상 자기들만의 잔치마당으로만 끝내지 말고 큰 무대로 나오라! 전국의 어르신들이 행복한 노후를 즐기는 그 날을 위해 축제는 계속 될 것이다!”

글·사진/ 차은희 기자

월간 더불어사는사회  bokji@bokjinews.com

<저작권자 © 복지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