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복지재단의 전문성을 되찾기 위해 서울시와 협상을 벌이던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 퇴진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결국 협상결렬을 선언했다고 한다. 공대위는 최근 서울시의 답변이 자신들이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협상결렬을 선언하고 공식해체 등 다음 수순을 밟기로 했다. 이로써 올 하반기 동안 서울 사회복지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서울복지재단을 둘러싼 공방은 공대위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우리는 이미 공대위가 서울시와 협상에 돌입한다고 발표할 당시 그 결과에 심각한 우려를 표시한바 있다. 대규모 집회에서 일인시위까지 모든 투쟁을 '유보'하고 '협상'이 제대로 될 리 있겠느냐는 비관적인 전망이 앞섰기 때문이다. 투쟁유보는 곧 백기투항을 이르는 말이기에 공대위의 전략은 심각한 오류를 범한 패착이었고, 지금의 협상결렬은 그걸 잘 말해주고 있다. 투쟁을 멈추는 순간부터 제대로 된 협상은 물 건너 간 것이나 다름없다. 말이 협상이지, 그것은 곧 '구걸'을 의미한다. 칼자루와 칼끝을 바꾸어 쥐었는데 누가 더 초조하고 답답하겠는가.
당초 박미석 서울복지재단 대표이사의 퇴진에 초점을 맞추던 공대위가 투쟁유보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지엽적이라고 할 수 있는 재단운영문제로 '회군'한 것부터 잘못됐다. 서울시가 예산지원을 빌미로 한 회유와 이에 따른 일선 기관장의 동요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끝내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요인은 사회복지계 내부의 결속력 약화와 투쟁전략 부재로 모아진다. 덧붙인다면, 공대위의 홍보미흡도 지적받아야 한다. 시민사회단체나 언론의 지지나 공감을 얻기는커녕 한낱 '밥그릇 싸움'으로 비춰진 데는 공대위의 안이한 홍보 탓이다. '비전문가의 정실인사'로 서울의 사회복지계를 '장악'한데 대한 분노만 있었을 뿐 이의 잘잘못을 알려내고 '원군'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별로 찾아보기 어려웠다.
결론적으로 공대위의 투쟁은 사회복지계 자중지란, 서울시의 지속적인 회유에 따른 투항, 외부환경의 미성숙 등 크게 세 가지 요인 때문에 실패로 끝났다. 여기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여름날 뙤약볕 아래서 아스팔트를 달구었던 사회복지사들의 뜨거운 몸짓을 헛되이 할 수 없다면 투쟁의 실패요인을 꼼꼼히 분석하는 치열함을 보여야 한다. '실패한 투쟁'이라고, 기억하기조차 싫다고 흐지부지 끝낸다면 사회복지계의 투쟁은 영원히 성공할 수 없다.

정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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