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비리가 좀처럼 숙지지 않고 있다. 어제 보도된 달서구 모 어린이집 사건은 ‘바지원장’이 등장하고, 원장, 보육교사, 학부모들이 한통속이 돼 보조금을 빼돌린 죄질이 나쁜 이례적인 사건이다.

대구 달서경찰서는 원장, 교사, 학부모가 짜고 어린이집에 지원하는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로 어린이집 원장 임모씨를 구속하고 같은 혐의로 학부모 26명을 불구속입건했다. 이들이 빼돌린 보조금 등은 19명의 원아 허위등록으로 1억2천만원, 시간제 보육교사를 정식교사로 허위 등록해 근무환경개선비 620만원 등을 횡령한 사건이다. 특히 학부모들은 허위 등록한 댓가로 매달 10만~25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육을 시장에 맡겨놓았기 때문이다.

높은 수준의 보육환경과 질 높은 보육서비스를 영유아에게 제공해 공공성을 강화하기보다 학부모까지 가담해 돈벌이 수단이 된 민간보육시장을 이제 견제할 뾰족한 방안이 없어 보인다. 매번 유사한 사건이 발생할 때 마다 해당 관청의 지도점검을 강화할 것을 촉구하지만 인력부족에 은밀하게 진행되는 각종 비리를 차단하기에는 역부족임을 보여 준다.

부모가 안심하고 맡기고자 하는 좋은 어린이집은 회계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아동의 보육을 위해 원장과 보육교사 뿐 아니라 부모가 참여해 머리를 맞대는 곳이지만, 이번 사건은 좋은 어린이집과는 전혀 다른, 반대편을 향해 무한 질주하고 있는 민간보육시장의 나쁜 단면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특히 달서구는 전국에서 처음으로 보육교사 블랙리스트 사건이 발생한 지역으로, 이를 계기로 대구시는 내부고발을 보다 활성화시켜 어린이집 비리를 방지한다며 ‘보육고충상담센터’를 2014년 2월부터 운영하고 있으나, 이번 사건에서 보듯이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복지시민연합은 경찰의 엄정 수사와 사법처리를 촉구하며 어린이집 비리 척결과 재발방지를 위한 대구시와 달서구의 실효성있는 대책마련을 촉구한다. 이와 더불어 전국 최하위 수준의 국공립어린이집 등을 확충해 보육체계를 개편할 것을 대구시에 강력히 요구한다.

2015년 11월 17일

우리복지시민연합

이유정  jenny1804@bokj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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