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빈곤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

삶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할 집이 투기상품화 되면 국민은 집값 상승으로 덕 보는 그룹과 손해 보는 그룹으로 양분되고, 집 없는 사람들의 의욕과 희망은 꺾이며, 빈곤세습이 고착화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근절을 통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권 보장을 위해 활동하는 시민단체의 대표까지 역임했었던 사람이기 때문에 다른 것은 몰라도 부동산 투기 하나는 확실히 잡는 대통령이 될 것으로 기대되었다.

이러한 국민적 기대에 부응하여 참여정부는 적극적으로 주택투기를 잡기위해 시장에 개입하는 정책을 무려 30여 차례나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대체 왜 주택은 정부의 정책을 비웃듯이 투기상품화 되고 있는 것일까? 그 원인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아래의 표에 제시되어 있다.

자료: 건설교통부, 2003, 통계청 1994년 & 2003년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 동안 소득지니계수가 0.281에서 0.312로 높아졌는데 이 수치는 소득의 불평등도가 대단히 심화되었다는 것을 나타내 주고 있다. 불평등도 심화의 원인은 중산층이 무너져 내려서 서민층이 되고 서민층이 빈곤의 벼랑 아래로 떨어져 내린 데 일부 있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신자유주의적인 경쟁체제로의 이행으로 인하여 시장경쟁력 강자에게 더 많은 소득을 안겨 준데 그 원인이 있다. 다시 말하면 주거 상향 이동을 위한 구매력을 갖춘 노동시장 승자가 증가되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일인당 주거면적의 지니계수는 그동안 0.350에서 0.235로 괄목할만한 수준으로 줄어들었는데, 이는 주거면적이 평등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지난 10년 동안 정부는 달동네들을 재개발시켜 좁은 저소득용 불량주택들을 줄이고 그 자리에 평수가 더 넓은 중산층 아파트들을 짓는 정책을 시행하고, 큰 평수의 호화주택의 허가를 잘 내어주지 않는 정책을 통하여 주거면적을 평준화시킴으로써 일인당 주거면적 평준화에 성공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참여정부가 리더쉽이 있어서 국민들에게 주거사치를 부도덕한 것으로 여기고 좁은 집에 사는 안분자족적 가치관을 심어주는데 성공했다면 아마도 주거면적의 평준화화 더불어 주택자산 가치의 평준화도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주택자산 지니계수는 그동안 0.489에서 0.510으로 오히려 더 불평등해졌다. 면적의 평등화가 가격의 평등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불평등화로 치닫는 기현상이 생긴 가장 큰 이유는 큰 평수의 공급부족으로 희소가치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의 경제발전과 소득의 양극화로 인하여 큰 평수를 살 구매력을 지닌 계층이 증가되었고, 구매력에 상응하는 크고 안락하고 호화로운 주택에 살고 싶은 욕구에 과시소비를 부추기는 물질주의적 성향 또한 증가된 사회적 분위기 아래에서 구매력이 있는 사람들의 선호에 부응할만한 고급주택의 공급부족현상이 생긴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강남주도
의 주택투기가 성행하는 것이다.

참여정부가 주택가격 잡기에 안간힘을 쓴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시장을 악화시킨 것은 시장 메카니즘을 모르고 시장에 개입했기 때문이다. 정부의 주택시장 정책의 실패는 고스란히 집없는 사람들의 고통으로 전가되는데, 다행히 조세정책과 주택금융정책이 효과를 발휘하여 최근에 가격폭등이 한풀 꺾였다. 그러나 고급주택의 공급부족은 다시 가격상승으로 이어져 주택자산 불평등도가 심해질 가능성이 아직도 내재되어 있다는 점을 주거면적 지니계수는 나타내 주고 있다.

시장을 모르고 시장에 개입한 정부의 정책실패는 빈곤층을 위한 정책 또한 마찬가지이다. 달동네 재개발로 밀려난 빈민이 비닐하우스, 판자촌, 지하방, 옥탑방 등의 더 열악한 주거지로 밀려 났고, 쪽방월세 시장 또한 마찬가지 결과가 나타났다. 몇 년 전 쪽방에 살던 사람이 화재로 불에 타 죽은 사건이 일어나자 서울시는 돈의동 쪽방의 주인에게 저리의 융자를 제공하여 주거개선 사업을 벌였다. 주거여건 개선의 결과 쪽방주인은 월세를 올려서 부자가 되었고, 쪽방거주자들은 구매력 부족으로 쪽방을 떠나 노숙을 하게 되었다. 주거비보조 정책이 유명무실한 상황 아래에서 최빈곤층에게 더 나은 주택보다 구매력에 맞는 주택이 더 욱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당국자들은 몰랐던 것이다.

시장 원리는 간단하다. 호화주택이든 저렴주택이든 약간 공급이 과잉된 상태가 유지되면 가격은 떨어진다. 심각한 주거문제에 직면했던 노태우대통령은 신도시들을 대량 공급하여 가격을 안정시키고, 중산층용 아파트 공급 시에 채권입찰을 통하여 마련한 재원으로 저소득층용 영구임대 아파트를 공급하였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과 같이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는 해법은 판교와 송파와 같은 강남 인접지역 신도시에 큰 평수 아파트를 대량 공급하고, 채권입찰을 통하여 마련한 재원으로 영구임대 아파트를 짓는 것이다.

강북 뉴타운이 만약 강남보다 더 나은 주거환경에서 공급된다면 그 정책 또한 강남북 격차 줄이기와 가격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강남에 비하여 도시 인프라나 주거환경이 더 열악한 가운데 공급만 과잉이 된다면 강북의 집값은 더 떨어지게 되고, 오히려 강남북의 격차를 더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현재 참여정부에서 공급하고 있는 공공임대나 국민임대 아파트는 하위 10% 이하 계층에게는 그림의 떡이다. 물론 서민용 아파트의 대량공급도 필요하다. 그러나 양극화의 심화로 노태우대통령이 공급했던 영구임대아파트와 같은 저렴한 진정한 저소득용 임대아파트가 절실히 필요한 빈곤층이 양산되고 있다. 영구임대 아파트 수준의 저렴 임대아파트가 약간 공급과잉 상태로 제공된다면 전월세 가격은 자연적으로 안정될 것이고 저소득층의 원성을 잦아들 것이다. 참여정부는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간단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 적용되는 시장의 힘을 거스르지 말고, 시장의 흐름에 물꼬를 터주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다. 

서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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